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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시냇물 Oct 15. 2024

미사 한강 모랫길 3

오늘도 아내랑 미사 한강 모랫길로 나선다. 초입에 들어서자마자 가을을 격하게 느끼게 하는 소슬바람이 미사 둑방길에 넘친다.


그 길이 시종 그늘이 지고 오전인지라 이젠 옷깃을 여며야 할 정도로 서늘하다.


그 때문인지 맨발족 보다 운동화족들이 훨씬 더 많아 보인다. '맨발로 걸으면 발이 시리지 않나요?' 한 운동화족이 나에게 묻는다.


그분은 맨발걷기를 하지 않은 분임이 분명하다. 조금만 걸어도 발바닥 자극과 혈액순환으로 발은 물론 몸이 편안해 한겨울에도 걷는 분들이 많은데...


한강 모랫길 아래는 자전거 도로! 휴일이라 유난히 자전거족이 많이 지나간다. 팔당댐 방향으로 양광을 쫒으며 바람을 가르고 씽씽 달려가는 게 너무 통쾌하다.


건너편 남양주에서 군생활할 때 주말에 열심히 달렸던 기억이 새록새록하다.


멀리 당정섬이 보인다. 어제 페르샤 전쟁 관련 책을 읽은 탓인가 가을바람 속 섬과 둑방길사이 한강에 살라미스 해전이 펼쳐진다.


푸르륵 푸르륵 밀려오는 물결이 페르샤 수군을 격파하는 스파르타군 함선들처럼 보인다.


가운데 낭랑한 물새 한 마리는 그 함대를 지휘하는 레오니다스처럼 보이고...    

  


근린공원 가까이엔 가을답게 코스모스가 보인다. 신이 가장 먼저 습작으로 만들었다는 이 꽃 어쩐지 가냘프고 흡족하지 못해 보인다.


'소녀의 순정'이 애처롭다. 기후변화 즉 인간들의 탐욕의 대가 아닐까?


그래도 벼르던 사과대추 아주머니를 만나 반가웠다. 처음에는 사과와 대추 두 과일을 파는 줄 알았는 데 사과대추란다. 대추알이 주먹크기 절반만 한 것도 있고 시식해 보니 무척 달다.

한 봉지 사서 오는데 어디서 샸냐고 물어보는 이가 두어 명 된다. 괜히 뿌듯해졌다.   


둑방길이 옆 조정경기장 잔디공원엔 야유회가 한창이다. 직장 모임 같아 보인다.


소음이 조금 짜증스럽다만 회사에서 온갖 스트레스받던 인생들이 하루 즐겁게 보내는 모습이라 생각하니 기꺼이 수용하리~~


거의 막바지 길 출발점 부근에 돌아오니 '어싱축제'가 다음 주에 열린다고 안내 팜플랫을 나눠준다! 하남시가 후원하는 'K-어싱축제'라 한다.

떠오르는 대한민국을 상징하는 'K'가 너무 남용되는 것 같고, 의과학적으로 완전히 정립되지 않은 '어싱'이란 용어를 남발하는 것 같아 조금 불편했다.


차라리 '맨발걷기축제'가 맞지 않을까 생각해 본다. 지나친 것은 모자란 것보다 못하다는 옛말도 있는데...


하여튼 대한민국 중년들의 건강 놀이가 된 맨발걷기가 다양하게 발전되고 또 이렇게 축제형태로 진화하는 모습을 보며 한국인들의 대단한 적응 및 응용력이 대견해 보인다.


석유 한 방울 안나는 나라에서 이렇게 발전한 저력이 인적자원과 문화의 힘 아닐까?       



건강이 항상 걱정이었던 아내의 목소리에 힘이 실리고 발걸음이 가볍다. 내 마음은 날아갈듯한 기분이다. 맨발걷기는 행복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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