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똘맘 Feb 16. 2024

캐나다 시골 첫 밸런타인데이!

2월의 시작과 함께, 쭌이네 선생님이 밸런타인데이 list를 보냈었다.

밸런타인 LIST 가 뭐지?


궁금해하며 파일을 오픈해 보니, 반 아이들 이름이 적혀 있다. 

밸런타인데이 선물을 가져오는 것은 선택이지만, 가져오려면 모든 아이들 것을 준비해 달라고 했다.


캐나다는
밸런타인데이에 진심인가?


나도 나름 밸런타인데이에 진심이라, 회사를 다닐 때도 사무실에 일하는 직원들 모두 챙기고, 우리 부서 현장에 일하는 분들 챙기느라 10~15만 원씩 쓰던 사람이었는데, 캐나다는 드레스 코드가 레드 & 핑크라고 알림장에 써올 정도로 밸런타인에 진심이니,  어떻게 준비를 해야 하는지 걱정부터 앞섰다. 

아이들도 밸런타인데이에 친구들에게 초콜릿을 선물하고 싶다고 해서 형편에 맞추어 준비하는 것이 최고라 생각하고, Dollarama에 가서 밸런타인데이용 작은 봉투를 사와 아이들에게 친구들 이름을 쓰라고 했다.

반 아이들 모두의 이름을 쓰고 난 뒤, 마트에 가서 저렴한 초콜릿과 가성비인 캐러멜까지 총 $50정도를 사 오고 한 친구랑 초콜릿 3종류, 카레 멜 3개 이렇게 약소하게 봉투를 채웠다. 

봉투에 자리가 많이 남았다. 너무 부실한 것 같아서 사탕이라도 더 사다가 채워 넣을까? 생각을 몇 번 하다가 나의 게으름이 생각을 이겨서 그냥 부실한 채로 학교에 가지고 갔다. 아이들이 무거울까 봐 학교까지 데려다주었다. 


아이들을 등교 시킨 후 나도 학교 친구들과 나누어 먹기 위해, 팀 홀튼에서 머핀 한 박스를 들고 갔다.

학교에 가니 분홍색 재킷을 입은 선생님이 Happy Valentines를 외치며, 카드와 작은 초콜릿 한 박스를 준다. 학교에서는 사탕 하나를 주었고, 우리에게 다른 외로운 사람들에게 카드를 선물할 것 이니 색칠을 해서 제출하라고 했다. 별거 아닌 것 같은데, 지역사회의 사람들에게 작은 정성이라도 나누어 주는 문화가 신기하다. 

아이들의 하굣길, 쭌이는 왕관 모자를 쓰고 집에 왔다. 오늘이 학교 다닌 지 100일째라고, 왕관을 씌워줬나 보다. 요새 한국 학교에서도 1학년 학생들 100일 날 백일떡 돌리고 하던데, 캐나다에서도 100일이 의미 있나 보다. 창피할 법도 한데, 저렇게 왕관을 쓰고 활짝 웃으면서 버스에서 내리는 것을 보고 남편과 뒤집어져서 웃었다.   

 아이들이 학교에서 친구들에게 받아 온 선물 자랑 타임!! 

쩡이와 쭌이가 받아 온 선물들이다.

선생님들도 간소하게 작은 초콜릿 하나와 밸런타인 카드를 주었다.

솜씨 좋은 엄마를 둔 친구는 직접 만든 것 같은 인형을 주었고, 연필과 팔찌.

젤리, 사탕, 미니 야광봉, 메모지, 직접 만든 하트 등 여러 가지 선물을 받아왔다. 
어떤 아이들은 작은 초콜릿에 이름만 적어 오기도 하고 어떤 아이들은 큰 쪽지를 적어 왔다. 
재미있는 것은 다들 이름만 적는다. 내용은 없다.

아이들이 받은 선물을 본 순간, 부실하다고 걱정했던 내 선물은 가장 요란한 선물이었다는 것을 직감할 수 있었다. 이렇게 작고 간단하게 마음을 전하는 것이었다면 부담을 가질 필요가 전혀 없었는데.., 
내년 밸런타인데이는 몸과 마음이 한결 가벼워질 것 같다.

매거진의 이전글 캐나다 2월 2일은 Groundhog Day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