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똘맘 Feb 27. 2024

캐나다 시골, 아이 턱이 찢어졌다!!


캐나다에 오기 전에 의료가 별로라고 수많은 소리를 들어서 병원을 가는 일이 없었으면 하는 기도를 수없이 했다. 특히 영주권 SINP 진행 중이라, 인구 1만 명인 SK 주에 살고 있기에 병원을 가는 것에 대해서 걱정을 하지 않을 수가 없었다. 한국으로 따지면 어느 '읍'에 살고 있는 수준이다. 
실제로 주위에서 손이 부러져 병원에 갔더니 리자이나에 가라는 통보를 받아 한 시간 걸리는 리자이나 병원에서 깁스를 하고 온 경우도 있고, 아이가 배가 아프다고 하여 리자이나 병원까지 가서 입원한 경우도 있어서 영주권 진행하는 동안 만이라도 병원에 갈 일이 없게 만들었으면 하는 바람이었다.
하지만 나의 바람은 항상 머피의 법칙에 걸리나 보다.

학교에서 점심 식사를 마친 뒤, 아이들 학교에서 전화가 걸려왔다.
약간 긴장한 상태로 전화를 받으니, 쭌이 엄마가 맞는지 확인을 하고 쭌이 Chin 이 Cut 을 해서 지금 오피스에 있으니 병원에 데려가 보라고 했다.


Chin은 머고 왜 잘렸지??


단어를 보니 Chin은 턱이라고 했다. 턱이 잘렸다고? 아니, 무슨 일이 있었길래 턱이 잘린 거야?? 
걱정되는 마음으로 학교를 향해 갔다. 학교 문 앞에서 블록을 가지고 놀고 있는 쭌이를 발견했다.
교장 선생님이 나오더니, Outdoor recess time에 놀다가 턱이 cut 되었는데, 어떻게 그랬는지 말을 안 했다고 한다. 반창고가 붙여져 있는 턱을 보니 2cm 정도 찢어졌다. 
쭌이에게 어떻게 된 일인지 물으니 친구들과 잡기 놀이를 하다가 술래가 오길래 도망치려고 하다가 정글 짐에서 미끄러져서 다쳤다고 했다. 정글짐을 영어로 표현을 못 해서 말을 안 했다고 한다. 

어쨌든 CUT의 뜻이 약간 찢어졌다는 것에 안심을 하고 아이를 데리고 학교 옆 병원으로 갔다.

병원에 도착하니, 타임머신을 타고 이동 한 것처럼 1980년대 모습이다. 낡았다. 
응급실에 가야하는지 잠시 생각을 하다가 급한 건은 아니라고 생각하여, Admitting/Information에 가서 문의를 하니 접수증을 쓰라고 했다. 간단히 정보를 써서 가져가니 Health card를 요청하고 주소와 연락처 정보를 확인한 후 기다리라고 했다. 

기다리는 곳이 참 간단하다. 소파도 없고 의자 몇 개 놓여 있고 작은 텔레비전에서 만화가 나온다. 

쭌이는 오랜만에 보는 텔레비에 집중! 아프지도 않다.


잠깐 기다리니 간호사가 나와서 인사를 하고 데리고 갔다. 상처를 확인한 후 심박수 체크, 열 체크를 한 뒤 기다리라고 했다. 


이제 드디어 길고 길다는
기다림의 연속이 시작되는가!!

옆에서 간호사들이 수다를 떨고 있는데, 역시나 못 알아듣겠다. 간호사가 부족 직군이라더니 이곳에서는 넘치나 보다. 약 한 시간쯤 기다린 후 검정 옷을 입은 연세가 있는 분이 오셔서 다시 아이 상처를 확인하면서 우리 병원은 간호사는 많은데 의사는 외과 한 명이라 시간이 걸린다며 곧 의사가 올 거라면서 마취크림을 발라 주었다. 
 
곧이어, 의사가 왔는데, 아프리카에서 온 여자 의사였다. 치과에서는 인도 의사를 봤었는데, 이곳에는 아프리카 의사다. 같이 ESL 공부하는 이라크에서 온 친구가 있는데, 이라크에서 의사였고 이곳에서 의사 시험을 준비하고 있다고 했었는데, 캐나다에는 외국에서 온 의사가 참 많은가 보다. 
캐나다인이면 어떠고 중국인이면 어떠고 아프리카인이면 어떠나 치료만 해주면 감사하지!! 

곧이어 마취 크림의 효과를 확인해 보려고 쭌이를 찌르는데, 아프다고 대성통곡을 했다.
결국 마취 주사를 놓았고 또 한 번의 대성통곡이 이어지자, 만약 원하면 꿰매지 않고 본드로 붙여 줄 수 있다고 했다. 하지만 본드가 벌어질 수도 있다는 말을 듣고 쭌이에게 다시 물어봤더니 할 수 있을 것 같다고 한다. 한국에서는 아이에게 약간의 수면 마취를 했다고 하니 그럴 필요까지는 없다면서 의사가 고개를 절레절레 흔든다. 결국 수면 마취 대신 아이가 가장 좋아하는 유튜브를 틀어주며 다시 도전했다. 마취 주사가 효과 있었는지 바늘이 들어가는데도 아무렇지 않게 수술이 다 끝나면 장난감 사줄 거냐고 묻는다. 

두 바늘을 꿰맨 뒤 언제 대성통곡을 했냐는 듯 웃는 얼굴로 자리에서 일어났다.

간호사가 정말 잘 했다고 칭찬을 해주면서 곰 인형을 선물로 주었다. 역시 연륜에서 친절함과 따듯함이 묻어 나온다. 곰 인형 이름은 Brisby라고 한다. 어느 단체에서 후원해 준 것 같은데, 캐나다는 후원해 주는 것이 직접 쓰이는 것을 많이 볼 수 있어서 후원해줄 맛이 나는 것 같다. 나도 쓸 만큼 돈을 쓴 후 노후에는 내 돈을 후원해 주고 싶다. 

치료를 다 받고 난 후 접수처에 얼굴을 내밀고 가도 되냐고 했더니, 잘 가라고 했다. 
캐나다 병원은 정말 수납하는 곳이 없다!! 말로만 들었는데 공짜로 치료도 하고 인형까지 받고 가는 기분이 참 신기했다. 

마지막으로 실밥은 5일 후에 풀러 오라는 카드를 들고 병원에서 나왔다. 토요일도 정상 근무 하나보다. 

 
작은 도시라 그런지 병원에서 기다려서 처치를 받고 나오기까지 2시간 밖에 걸리지 않았고, 수면 마취를 하지 않아서 걱정을 했지만 처치도 순조롭게 되었다. 마지막으로 한국에서는 항생제 처방을 해주었을 텐데, 아무 약도 주지 않은 것이 신기하다.

이곳에서 만난 다른 분 이야기를 들어보면, 인구 2~3천 명의 도시에서 살았는데, 아이가 아파 응급실에 가니 바로 리자이나에 있는 큰 병원으로 이송되게 해 주었고 리자이나에서 확인 후 헬기를 띄워 어린이 병원이 있는 새스커툰으로 가서 수술을 했는데 이 모든 것이 무료였다고 한다. 
우리가 캐나다에 온 이유 중 하나는 나이가 들어서 질병이 생기게 되면 돈으로 희망 고문하고 싶지도 않고 아이들에게 걱정을 물려주고 싶지 않아서였는데, 돈이 없어도 치료를 받을 수 있는 나라에 있다는 것이 실감 나고 고마운 하루였다. 

매거진의 이전글 캐나다, 학원 선생님이 고등학생??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