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똘맘 Nov 02. 2024

캐나다에서 맞는 2번째 핼러윈

에드먼튼에서 첫 번째 핼러윈을 맞았다. 

작년에는 이게 맞나 싶으면서 다른 집에 방문하여 간식을 받아오는 것이 부담스럽고 미안했는데, 
이번 핼러윈에는 어느 집을 가야 할지 계획까지 짜는 단계에 왔다.

올해 쩡이는 UMA라는 해적으로 변장을 했고, 쭌이는 작년과 동일하게 슈퍼마리오 옷을 입었다. 
작년에는 옷이 엄청 컸는데... 올해는 딱 맞는 것을 보며, 아이들이 많이 성장했음을 느낀다. 

우선, 내 마사지 수업이 8시에 끝나서 8시까지 기다릴까 생각을 하다가, 해가 뉘엿뉘엿 지는 모습을 보고 흥분을 가자 앉히지 못하고, 6시 반에 모니터를 박차고 일어났다. 

함께 "Trick or treat"를 가자는 동네 친구들에게는 수업 때문에 함께 하지 못할 것이라고 했지만, 작년에 해 본 경험으로, 우리 한 가족만 가는 것이 아이들 컨디션을 봐서 그만 두기도 편하고 이동도 편하기에, 우리 가족 4명만 출동했다. 

이번 핼러윈에서 방문할 지역은 우리의 이사를 고민하는 지역이었다. 10억이 넘는 집들이 몇 곳 있는 지역이고, 어떤 지역에 사는지에 따라 친구들의 영향을 받는 것이 다르다는 것을 알기에, 겸사겸사 가보기로 했다. 먼저 가볍게 집 앞에 잘 꾸며 놓은 집부터 방문했다. 

정말 화려하게 꾸며 놓은 집부터, 간단하게 호박만 놓은 집까지 여러 종류의 집이 있었다. 
가장 인상 깊은 것은, 할머니 할아버지께서 할로윈 옷을 입고 밖에 나와서 앉아있으면서 아이들에게 사탕을 나누어주던 집이다. 대부분 집 안에서 서성거리시면서 아이들 그림자가 보이면, 문쪽으로 오시던데, 몇몇의 할머니 할아버지는 따듯한 옷을 입고 담요까지 덮고서 아이들의 문 앞에서 맞이하며 도란 도란 이야기를 나누신다. 아이들이 지나가는 모습에 함박웃음을 띠며 함께 즐기시는 모습을 보니 신기하기도 하고, 나도 저런 노후를 보내야겠다는 생각이 든다. 

다음은 우리 집에서 차를 타고 10분 정도 가면 보이는 조금 높은 가격의 집들이 있는 곳으로 향했다. 

동네에 사탕을 받으러 다니는 아이들이 많지는 않았는데, 데코레이션은 화려한 집들이 많았다.
도대체 얼마를 들여서 할로윈 데코레이션을 했는지... 그 금액과 노력에 감탄한다.

다음은 그 동네에서 조금 더 크고 좋은 집을 방문했다. 요란하지 않지만, 단정하게 장식한 집이 많았다. 

핼러윈에 아무 집이나 들어가면 되나??


호박이 밖으로 하나라도 나와 있다면, 방문하여 "Trick or treat"를 소리쳐도 된다. 

소위 부자동네라고 부르는 곳에서 신기한 일이 있었다.
어떤 집 앞에 텅 빈 통 2개가 놓여 있었는데, 초등학교 5~6학년처럼 보이는 남자아이들 3명이 자기가 받은 간식을 그 통에 꺼내 놓았다. 그 통 앞에 무엇이 적혀 있는지 가까이 가서 보니, 2~3개씩 가지고 가라고 적어 놓기만 했다. 


왜 아이들이 자기 사탕을 빈 통에 담아놨지?


의아해하며 아이들 곁으로 가서 살짝 들었더니, 다른 아이들을 위해 Donation 했다고 한다. 
다른 아이들이 빈 통을 보고 서운해할까 봐, 자신의 것을 나누어 주고 온다는 게, 어른인 나도 생각하지 못한 행동인데... 저런 생각을 어떻게 할 수 있는지 신기하고 의아했다. 

아이들이 받아 온 간식도 차이가 났다. 우리 동네에서는 2~3개 가져가라고 했는데, 이곳에서는 2~3개를 가져가려고 했더니, 더 가져가라고 해서 10개를 넘게 한집에서 가져왔고, 큰 초콜릿과 사탕들을 아낌없이 주었다. 종 살이를 해도 대갓집에서 해야 한다는 말이 맞는 것 같다. 

쩡이는 155개, 쭌이는 135개의 간식을 받았다. 쭌이가 피곤하다고 차에서 쉴 때가 있어서 숫자가 다르다. 나는 조금 더 많은 곳을 방문하고 싶었는데, 8시가 지나자 쭌이의 체력이 바닥났다. 

여름에는 10시 넘게 놀아도 잠이 안 온다는 아이들이었는데, 겨울이 되니 8시만 되면 잠자리에 들러간다. 자연은 참 신기하고 햇볕의 힘은 위대하다.  

다른 집을 방문한 후, 어떻게 살아야 하는지, 생각이 많아지는 하루였다. 
부가 아닌 인생을 즐기기 위해서 캐나다에 왔는데, 그냥 대충 살아도 살기 편한 나라는 맞는데, 자꾸 욕심이 나는 것은 왜 그런 걸까?? 모르겠다. 그래도 로또 1등이라는 허무맹랑한 욕심이 아닌 내가 그릴 수 있는 가능한 욕심들이 떠올라서 다행이라고 생각된다. 

솔직히 나는 핼러윈이 별로다. 왜 귀신처럼 분장을 하고 귀신을 찬양하는 날을 가지는 것인지는 모르겠지만, 본인들에게 이득이 돌아오지 않는데, 처음 보는 모르는 아이들을 위해 자신의 집을 꾸미고 무료로 간식도 나누어주며 핼러윈이라는 작지만 큰 하루를 보내며, 아이들에게 따듯한 이웃의 온기를 느끼게 해주는 어르신들을 보면서, 또 다른 집에 스스럼없이 들어가서 무엇인가는 받아 오며, 뿌듯해하며 자신감이 커지는 아이들을 보면서 이런 시간이 모두에게 추억이 되는 좋은 시간임은 확실하다고 느낀다. 

이런 따듯한 감정을 느낄 수 있는 날을 경험할 수 있어서, 행복하다. Happy Halloween


아이들의 학교 사진을 보니, 즐거웠겠구나 생각이 든다.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