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늙은 호박 한통으로 만든 다양한 호박요리

by 약산진달래


"아야 거기 있어 봐라 호박 하나 같고 가라"

"저 올라가요"

"집에 가냐? 거기 있어봐라"

새밖에서(집앞에서 나를 보더니 부르시는 분은 윗집 할머니다. 차에 짐을 싣고 광주로 올라가려던 참이었다. 무얼 주시려고 하시나 하고 올라가 봤더니 노란 호박을 씻어서 내손에 들려주신다.

"이거 반찬 해묵으면 맛있어야 내가 깨끗이 씻었다. 올해 호박이 작어야"

말씀하시며 집 귀퉁이에 모아둔 호박 더미를 보셨다, 고만고만한 늙은 호박들이 옹기종기 여러 개 모여있었다. 크기가 윗집 할머니처럼 아담한 늙은 호박들이었다.


지난주에 시골에 내려왔을 때도 호박을 들고 내려오시는 할머니를 꼬랑갓 길에서 만났다.

"저 호박 하나만 주세요"

지인으로부터 호박을 하나 따오라는 부탁을 받고 시골에 내려와서였다. 그때도 밭에서 따오신 호박을 내게 선뜻 건네주셨다.

"이거 지져 묵으면 맛있어야"

할머니는 호박으로 반찬을 해 먹으면 맛있다는 말을 아끼지 않았다.


잠깐 시골길을 산책 중에 이제는 시멘트를 발라 모내기판으로 사용하는 논두렁에 가보니 노란 꽃이 소담하게 피어있었다. 바로 호박꽃이었다. 두 송이의 호박꽃이 나란히 피어있는 모습이 다정해 보였다.

호박꽃을 피우며 누군가 씨앗을 뿌리지 않아도 지난해의 흔적이 호박꽃을 피웠다. 얼마 안 있으면 노지 호박이 열릴 것이다. 호박처럼 풍성한 시골의 인심이다. 호박처럼 풍요로운 여름이 남긴 선물이다.


윗집 할머니가 주신 늙은 호박으로 무엇을 만들어 먹을까 살짝 고민을 한다. 요리를 못하는 관계로 가장 쉬운 방법을 선택해 본다. 갈치조림을 할 때 호박을 넣고 조린다. 호박 된장국을 끓인다. 그리고 호박 카스텔라를 만들고 마지막으로 호박 수프다. 늙은 호박 하나로 다양한 요리를 만들 수 있다.


생선조림과 된장국에 호박을 넣고 함께 조리면 호박을 맛있게 먹을 수 있다. 호박 수프는 너무 간단하게 만들 수 있다. 호박 카스텔라는 얼마 전 배웠는데 일명 호박 부침개라고 할 수 있다.


호박 카스텔라 만드는 법

1. 호박을 잘 개 썰어 우유를 넣고 먼저 믹서기로 갈아준다.

2. 개란을 풀어 다시 살살 저어준다.

3. 부침가루를 넣어 섞어준다.

4. 프라이팬에 기름을 두르고 튀겨낸다.

맛있는 호박 카스텔라가 완성이다.


이번에는 호박 수프이다.

1. 호박을 전자레인지에 돌려 찐다. 에어 프라이기에 돌려도 된다.

2. 쪄진 호박에 우유를 넣고 믹서기로 갈아준다.

3. 전자레인지에 살짝 돌린다.

맛있는 호박 수프 완성이다. ㅎㅎㅎ


어쩔 수 없이 집안의 이가 안 좋으신 어르신 맞춤형 호박요리이다. 할머니들이 좋아하시니 아이들도 좋아하지 않을까 생각되는 호박요리법이다. 여름날의 뜨거운 태양이 준 선물 바로 호박이 풍년이다. 요 며칠 늙은 호박 하나가 우리 집의 건강을 책임지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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