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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박모니카 Jul 14. 2024

당신봄날 아침편지87

2024.7.14 박노해 <옥수수처럼 자랐으면 좋겠다>

‘인문‘을 ’인간이 그린 무늬‘라고 말한다면, 어제 전남대 인문학당에서 만난 사람들은 모두 최고의 화가입니다. <어린왕자> 책 한 권으로 인문과 철학적 시선을 함께 느껴보자고 만들어진 토론마당에 수 백명이 그것도 7시간동안이나 웃음코드를 갖는다는 것은 결코 쉬운 일이 아닌데요, 사람들은 대학의 강당에서 아마도 젊은 날의 초상을 그리고픈 마음이 가득했었나 봅니다. 하여튼 매우 오랫만에 살아 움직이는 인문과 철학의 바퀴 위에 있었습니다. 동시에 셍택쥐베리의 <어린왕자> 다시 ’톺아보다‘를 실천한 시간이기도 했습니다.     


어제의 강연을 이끈 철학자 박구용(전남대 철학과교수)님이 이런 말을 했었는데요, ’누군가를 사랑한다는 것은 교환가치가 아니라 존재가치이다‘ 라며, ’대체 불가능한 존재(사용가치)인 삶과 사람으로 살아야 한다‘라고 했었죠. 볼때마다 새로움이 있는 사람, 같은 매일을 알 수 없는 사람, 소위 아토포스(Atopos)가 있는 사람’의 삶을 지향하자 라고 말했던 기억이 납니다. 아마도 어제 만난 사람들(프랑스, 미국, 네덜란드, 제주도, 대구, 울산, 강릉... 군산은 너무 가까운 곳에 속함)도 분명 ‘대체 불가능한 삶을 사는 존재’일거라 생각했답니다.     


책 하나를 읽어도 자신만의 독법으로, 글 한 줄을 써도 자기만의 작법으로, 노래 한 곡을 불러도 고유의 창법으로 살아가는 ''라는 존재가 늘 그립습니다. 그리움으로만 머물지 않고 한가지라도 실천해보면 남들 모르는 제 안의 분노와 미움역시 다른 모습으로 발화하여 유익한 열매로 나타날 수도 있겠다 싶은 생각이 드네요.^^ 그 무엇이든 ‘교환될 수 없는 사용가치, 존재가치’로서 살아가는 오늘이길 새겨봅니다. 박노해시인의 <옥수수처럼 자랐으면 좋겠다>입니다. 봄날의 산책 모니카     


옥수수처럼 자랐으면 좋겠다 박노해     


봄비를 맞으며 옥수수를 심었다

알을 품은 비둘기랑 꿩들이 반쯤은 파먹고

그래도 옥수수 여린 싹은 보란 듯이 돋았다     


6월의 태양과 비를 먹은 옥수수가

돌아서면 자라더니 7월이 되자 어머나,

내 키보다 훌쩍 커지며 알이 굵어진다

     

때를 만난 옥수수처럼 무서운 건 없어라   

   

옥수수처럼 자랐으면 좋겠다

네 맑은 눈빛도 좋은 생각도

애타고 땀 흘리고 몸부림쳐온 일들도     

 

옥수수처럼 자랐으면 좋겠다

시련과 응축의 날들을 걸어온

작고 높고 깊고 단단한 꿈들도    

  

때를 만난 사람보다 강력한 것은 없으니    

  

옥수수처럼 자랐으면 좋겠다

네 눈물도 희망도 간절한 사랑도

옥수수처럼 자랐으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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