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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박모니카 Jul 15. 2024

당신봄날 아침편지88

2024.7.15 이병기 <난초>

여름 삼복 첫날, ‘초복’이네요. 폭염이 아직 당도하지 않았지만 간헐적인 장마의 습기와 열기로 이미 심신이 지친 분들도 계실 듯, 일부러라도 보양식 한 그릇 잘 드셔보시길 권하고 싶군요. 저는 오늘 말랭이 어머님들 초대를 받아 오리탕을 먹을 예정인데요, 감사의 마음으로 커다란 수박 한 덩이를 드렸더니, 참 좋아하셨습니다. 그분들이 어디 수박먹을 형편이 아니어서 그럴까요. 주고 받는 마음이 얼마나 좋은지를 잘 아셔서 그러겠지요.^^     


어제도 예인(藝人)을 만났는데요, 불교의 ‘탱화’를 그리는 분이셨어요. 뜻하지 않게 기자정신이 솟구쳐 짧막한 인터뷰를 부탁했더니, 이내 들어주셨답니다. 요즘 매일 받는 한시(漢詩) 장르 중 ‘오도송(悟道頌)’이 있는데, 이분의 여러 가지 말씀 중에 이 말은 마치 ‘오도송’처럼 들렸습니다. “건강 비법이 있으신가요?” “잘먹고 잘자고 잘쉬는 겁니다” 특히 ‘잘쉬는 것’이라는 대목을 강조하면서 균형성있는 자연의 ‘에너지’ 만큼이나, 중요한 것이 사람의 ‘에너지’라고 하셨어요. 에너지의 원천은 ‘잘 쉬는 것’이라는 말씀, 마치 제 머리를 한 대 딱 때리며 일깨우는 죽비 같았답니다.    

  

새털같이 수 많은 날, 의미를 달지 않으면 안되는 줄 알고 살아가는 날... 매일아침 수도(修道)하듯이 지난날 속 행위와 마음을 들여다보아도 고쳐지지 않는 불안감과 조바심. 이거야말로 큰 질병이 아닐까 하는 생각에 도달하네요. 진정으로 쉬는 시간까지 삶의 시간 나눔을 잘 해야할텐데요. 지식보다 지혜가 부족해서 늘 제자리를 맴도나봅니다. 유명한 현자나 철학자들의 말과 글도 움이 되겠지만 왠지 오늘 만날 말랭이 마을 어머님들의 말씀속에서 어떤 답 하나를 구할 듯 싶네요. ‘어떻게 사는 것이 잘 사는 것인지?’     


칠월 중 가장 우뚝 솟아난 오늘이 마침 주간 첫날이요, 복달임의 기수일이니 그 깃발아래서 그냥 서 있지 말고 깃대 한 봉 잡고 걸어보시게요. 그러면 저절로 에너지도 생기고, 그 파동한 가운데 머무는 고요한 나만의 자아를 발견할 것 같습니다. ‘동행정(動行靜)’ 오늘의 제 일상 주제입니다. 시조시인이자 국문학자 가람 이병기시인의 <난초>입니다. 봄날의 산책 모니카.     


난초2 이병기     


새로 난 난초잎을 바람이 휫젓는다

깊이 잠이나 들어 모르면 모르려니와

눈뜨고 꺽이는 양을 차마 어찌 보리아     

산듯한 아침 별이 발틈에 비쳐들고는

난초 향기는 물밀듯 밀어오다

잠신들 이 곁에 두고 차마 어찌 뜨리아   


  

난초4 이병기     


빼어난 가는 잎새 굳은 듯 보드랍고

자줏빛 굵은 대공 하얀한 꽃이 벌고

이슬은 구슬이 되어 마디마디 달렸다     

본래 그 마음은 깨끗함을 즐겨하여

정한 모래 틈에 뿌리를 서려 두고

微塵도 가까이 않고 雨露 받아 사느니라   

  

<참고, 가람 이병기 문학관과 생가는 가까운 익산 금마면에 있어요. 참 고즈적한 초가집이 인상적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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