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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박모니카 Jul 20. 2024

당신봄날 아침편지93

2024.7.20 이상국 <감자밥>

여름 텃밭이나 시장에서 흔히 만나는 과일과 채소들을 버리지 않고 건강하게 먹는 법... 바로 청이나 장아찌로 담아보면 됩니다. 특히 나이들수록 단맛 짠맛을 멀리하고 쓴맛 신맛을 가까이 하는 것이 건강비법이라 하지요. 오이, 양파, 파프리카, 참외, 양배추 등이 냉장고를 차지하고, 외식의 비율은 높아서 남겨지는 음식물재료가 저절로 물러지다 버려지는 일이 발생하면 마음이 죄스러움으로 변하네요. 귀가 후 10분이면 만들어지는 ‘과일 채소 청’.     


며칠 전에 만들어 놓은 오이와 양파청 국물이 어찌나 새콤달콤 하던지 몇개를 먹으면서 둘러보니 참외 2개와 양배추 1/4이 있더군요. 며칠전 청운사에서 먹었던 참외청이 생각나서, 살짝 물러진 참외에게 바로 변신의 옷을 입혔습니다. 양배추 역시, 절반은 살짝 삶아서 된장쌈용으로, 나머지는 식초 다린물에 담아 놓았지요. 보기만해도 몸에 쌓인 하루의 독이 다 사라진 듯, 내심 기특해하며 유리병을 토닥토닥 냉장고에 넣었네요.   

  

지난번 걷어올린 감자알 중 애기주먹보다 작은 것들만 남았는데,,, 그냥 삶아 먹는 법 말고 더 맛있게 먹는 요리법을 찾아보았어요. 요즘은 정말 유투브 하나만 있으면 모든 요리를 다 할 수 있을 것 같이 쉽고, 재밌게, 맛있게 설명하는 유투버 덕분에 많은 감자요리들이 있더군요. 그중 ‘밀가루도 NO, 맛있는 감자전’ 이라는 제목을 보니, 정말 감자와 소금, 식용유만 있으면 되는 요리법이 있었어요.     

 

오늘 비소식도 있는데, 책방으로 지인들을 감자전으로 유혹했네요... 어느 분께서는 제게 밥도 못하고 책만 보고 있으면 남편이 다 대령하는 거 아니냐고 물어본 분도 계시는데, 소위 대여섯 살 때부터 동생을 들춰업고 양은 냄비에 밥을 했다는 믿을 수 없는 전래이야기(엄마가 들려주는)의 주인공이니, 요리하나는 믿어볼 만 하답니다. ^^ 비오는 토요일 부침 한장으로 평화를! 이상국 시인의 <감자밥>입니다. 봄날의 산책 모니카.     


감자밥 이상국     


하지가 지나고

햇감자를 물에 말아먹으면

사이다처럼 하얀 거품이 일었다     


그 안에는 밭둔덕의 찔레꽃이나

소울음도 들어 있었는데

나는 그게 먹기 싫어서

여름이면

어머니랑 싸우고는 했다     


그 후

논밭과 사는 일은

세상에 지는 일이라고

어머니는 나를 멀리 보냈지만   

  

해마다 여름이 와서

온몸에 흙을 묻힌 채

시장에 나오는 감자를 보면

쓸데없이 허기져

그 사이다 같은 감자밥이 먹고 싶다

문우 박세원님 사진... 고군산군도에서
치즈 살짝 입힌 감자전~~~ 맛있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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