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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박모니카 Jul 23. 2024

당신봄날 아침편지96

2024.7.23 김선우 <감자먹는 사람들>

무슨 꿈을 꾸길래 저리도 즐거울까. 분명 좋은 꿈인가 봅니다. 입가와 눈가에 웃음이...

우리 복실이가 꿈을 꾸나봅니다. 가만히 들여다보고 있으니, 무슨 기척을 느꼈는지 살며시 눈을 뜨네요. “굿모닝!” 이 말 한마디 듣고 다시 눈을 감는 걸보니, 정말 좋은 꿈이었나 봅니다. 다시 그 길로 가고 싶어서, 다시 꿈속으로 가고 싶어서요. 그런데 신기한 우연이 도착했군요. 아침마다 받는 한시, 오늘은 황진이 시인의 <상사몽(相思夢)라는 시가 와 있어서요. 오늘은 한글 번역본 없이 올려드리니, 심심하시다면 한번 번역해볼까요~~     


相思相見只憑夢 / 濃訪歡時歡訪濃 / 願使遙遙他夜夢 / 一時同作路中逢 


마치 우리 복실이의 마음을 담은 듯이 들리는 이 구절은, 제가 복실이와의 15년 동반자임을 증거해줍니다. 자기 글을 쓰는 줄 아는지, 침대 밑 저 멀리에서 저를 바라보고 있네요^^    

 

어젠 눈 나쁜 초로의 노부부가 지팡이 하나로 의지하며 걸어가는 모습이 제게도 있었지요. 학원의 책상 하나에서 나사가 빠졌는데, 수리를 해야했거든요. 작은 나사 하나 박는데, 왠지 제가 있어서 도와주고 싶은거예요. 남편은 손으로 작은 나사를 들고, 저는 발로 책상판을 고정하고요. 근데 그 모습에서 또 맘이 울컥하는거예요. 언젠가 볼 수 없어질 모습이라 생각하니 별거 아닌데도 애잔하고 스멀스멀 뭔가가 올라오고요. 저는 한 일도 없는데, 고생했다고 노란 참외를 깎아서 주더군요. 참 맛있게 달콤하게 건네는 그의 손이 고마웠습니다.  

   

오늘은 책방에서 ‘동네카페- 어반스케치를 통해보는 심리’시간이 있지요. 책방이 좋아서, 한 사람이라도 발걸음 할 수 있도록 지인들이 모여서 프로그램을 만들었어요. 화요일마다 있었던 글쓰기 수업 대신, 오랜만에 멍 때리며 곁다리로 앉아서 지인들의 그림과 수다를 듣습니다. 제각각 다름이 얼마나 조화로운지, 오늘도 어떤 그림스케치로 자신들의 마음을 들려줄지요. 날이 갈수록 ‘사람만이 그립다’ 라고 느낀다면 잘살고 있는 거라지요. 그리운 사람 찾는다고 꿈속까지 가서 헤매지 말고, 전화기들고 당신의 목소리를 ... 오늘도 아침식사로 구운감자 대령하면서 김선우 시인의 <감자 먹는 사람들>을 들려드립니다. 봄날의산책 모니카.     

 

감자 먹는 사람들 – 김선우     


어느 집 담장을 넘어 달겨드는

이것은,

치명적인 냄새     


식은 감자알 갉작거리며 평상에 엎드려 산수 숙제를 하던,

엄마 내 친구들은 내가 감자가 좋아서 감자밥 도시락만 먹는 줄 알아.

열한 식구 떼꺼리를 감자 없이 무슨 수로 밥을 해대냐고,

귀밝은 할아버지는 땅 밑에서 감자알 크는 소리 들린다고 흐뭇해하셨지만 

엄마 난 땅속에서 자라는 것들이 무서운데,

뿌리 끝에 댕글댕글한 어지럼증을 매달고

식구들이 밥상머리를 지킨다 

하나둘 숟가락 내려놓을 때까지 

엄마 밥주발엔 숟가락 꽂히지 않는다     


어릴 적 질리도록 먹은 건 싫어하게 된다더니, 감자 삶은 냄새 

이것은, 

치명적인 그리움     


꽃은 꽃대로 놓아두고 저는 땅 밑으로만 궁구는,

꽃 진 자리엔 얼씬도 하지 않는,

열한 개의 구덩이를 가진 늙은 애기집   

  

동백대교 아래에서 무리와 떨어져 도도하게!
자스민꽃향이 정말 자스민 차(tea) 향처럼
쪽배를 주인은 '바로 나' - 문우께서 보내준 사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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