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박모니카 Jul 24. 2024

당신봄날 아침편지97

2024.7.24 박라연 <너에게 새들어 사는 동안>

올해 파리에서 올림픽이 열리는 줄 어제서야 알았는데요, 어느 앳된 수영선수(김우민)의 모습에서 박태환선수(2008 금메달리스트)를 떠올리는 것은 스스로 제 세대를 폭로하는 일... 혼자 웃었답니다. 올해 유망주의 수영 연습과정을 쫒아가는 카메라의 수영실력 또한 장관이어서 한참을 지켜보노라니 왠지 제 몸도 들썩, 이미 파리로 가는 올림픽 관람객이 되더라구요. 수영법에서 가장 멋진 포즈는 누가 뭐래도 ‘자유형’인데요, 저도 한때는 수영선수해도 좋을 어깨를 가졌다는 칭찬과 함께 열심히 수영을 한 적이 있습니다. 거짓말 쬐끔 보태서 25m 레인 한 방향을 숨 한번 들이키고 끝까지 달리는 도전도 여러 번 했다고 말씀드리면 믿으실까요^^ 하여튼 제가 자유형만큼은 한 수영 한다는 말씀,,, 이거 보여드리고 싶은데, 이제는 아줌마 몸매가 무서워서리 혼자만 즐깁니다. ^^ 모쪼록 올림픽에 참여하는 젊은 청춘들의 영광을 기도합니다.   

  

‘땀의 맛’을 아시지요? 수영선수가 땀방울의 맛을 느끼듯, 종종 저도 땀의 단맛을 느끼곤 하지요. 특히 운동할 때의 맛처럼 달콤한 땀의 맛은 없을겁니다. 한여름에도 일부러 땀을 내러 사우나에 가기도 하고 심지어 내리쬐는 태양의 열기에 등짝을 내어주기도 하면서 폭염의 농도를 희석 시키는데요, 걷기를 하면서 본 영상속 ‘땀의 주인공’에게 존경의 마음을 보냈습니다. 바로 ‘소금을 만드는 사람, 염한(鹽漢)’이란 직업을 가진 사람들의 이야기였어요. 소금이라는 결정체까지 나오는데 그들이 쏟는 땀의 질량을 보면서, 우리 몸에 소금을 주는 사람들이 따로 있었음을 처음으로 깨달았네요. 여름철은 유독 땀을 흘리는 계절이니만큼 음식을 만들 때, 넣는 소금 한소끔에게 고맙다는 말도 해야겠어요.      


수요일. 오늘 저녁엔 한 달에 한 번씩 참여하는 ‘줌 시낭독’의 시간이 있는데요. 군산에 살고있는 박라연시인의 <아무것도 안하는 애인, 문학과지성사 2022> 시집을 가지고 낭독합니다. 오늘은 또 몇 시간이 걸릴지... 4시간은 넘기지 않았으면 좋겠다 생각될 정도로 참여자들의 몰입도가 상당한 프로그램입니다. 저야 늘 그렇듯, 귀만 열어두고 엉덩이 묵직하게 열심히 들어보렵니다. 관심 있으신 분들은 인터넷 검색으로라도 시인의 시 한 두편 읽어보세요^^ 박라연 시인의 <너에게 새들어 사는동안>입니다. 봄날의 산책 모니카


너에게 새들어 사는 동안 - 박라연


나,

이런 길을 만날 수 있다면

이 길을 손 잡고 가고 싶은 사람이 있네

먼지 한 톨 소음 한 점 없어 보이는 이 길을 따라 걷다보면

나도 그도 정갈한 영혼을 지닐 것 같아

이 길을 오고 가는 사람들처럼

이 길을 오고 가는 자동차의 탄력처럼

나 아직도 갈 곳이 있고 가서 씨뿌릴 여유가 있어

튀어오르거나 스며들 힘과 여운이 있어

나 이길을 따라 쭈욱 가서

이 길의 첫무늬가 보일락말락한

그렇게 아득한 끄트머리쯤의 집을 세내어 살고 싶네

아직은 낮이 설어

수십 번 손바닥을 오므리고 펴는 사이

수십 번 눈을 감았다가 뜨는 사이

그 집의 뒤켠엔 나무가 있고 새가 있고 꽃이 있네

절망이 사철 내내 내 몸을 적셔도

햇살을 아끼어 잎을 틔우고

뼈만 남은 내 마음에 다시 살이 오르면

그 마음 둥글게 말아 둥그런 얼굴 하나 빚겠네

그 건너편에 물론 강물이 흐르네.

그 강물 속 깊고 깊은 곳에 내 말 한마디

이 집에 세들어 사는 동안만이라도

나... 처음... 사랑할... 때... 처럼... 그렇게...

내 말은 말이 되지 못하고 흘러가버리면

내가 내 몸을 폭풍처럼 흔들면서

내가 나를 가루처럼 흩어지게 하면서

나,

그 한마디 말이 되어보겠네


매거진의 이전글 당신봄날 아침편지96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