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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박모니카 Jul 25. 2024

당신봄날 아침편지98

2024.7.25 천양희 <여름 한때>

어떻게 잤는지 생각이 나지 않을 정도로 깊이 저세상에 다녀왔군요. 어제 언뜻 나태주 시인의 단시 ‘다시 깨어나게 해 주세요’ 라는 구절을 읽었는데, 무의식적으로 그렇게 기도하고 잤나 봅니다. ^^ 달력에 중복이라고 써 있어서, 사람처럼 우리 복실이도 더위를 타는지 밥맛이 없어 해서 아주 작은 삼계닭을 하나 사서, 잘 고와서, 맑은 국물과 고기를 잘게 잘라주었습니다. 마치 보약을 먹는 것처럼 잘 받아먹데요. 갈수록 커지는 혹을 볼 때마다 마음이 짠해서 먹거리라도 잘 챙겨주지요.      


대부분의 학생들 방학이 시작되어, 각 반마다 특별한 방학학습활동을 제시하고 있는데요, 초등 6학년 친구들에게는 ‘스토리북 독후감과 자기 목소리 녹음하기’ 프로그램이 있습니다. 첫 번째 책으로 ‘그리스로마신화’ 시리즈를 선택했는데, 서로 재밌는 책 달라고 손 내미는 학생들이 어찌나 기특하던지요.     


영어학습에서 ‘소리내어 읽기‘는 중요한 요소라고, 학부모님께서도 가정에서의 협조요청 했지요. 최소 3권 이상을 성취하는 학생에게 독서장학금을 수여한다는 ’사탕’도 제시하구요. 제 학생들은 ‘장학금’이란 말에 익숙해져 있습니다. 최소 1천원부터 시작하는 갖가지 장학금. 단어장학금, 성적우수장학금, 성적 발전장학금, 독후감 장학금, 말하기 장학금, 발음장학금, 심지어 학원 이름으로 예쁜 글을 써준 영어삼행시 장학금에 이르기까지... 원장의 고단수 공부방법에 모두 걸렸을까요.^^      


장학금을 줄 때마다 봉투에 이름과 짧은 글을 직접 손으로 써서 모든 학생들 앞에서 자랑하며 건넵니다. 한 명이라도 빠트리지 않으려고 별의별 이름을 다 붙여서 장학금봉투를 만들지요. 요즘 학생들의 1학기 성적표를 확인 중인데요, 중간고사보다 단 1점이라도 올랐으면 기분좋게 모두 받을 수 있어요. 언젠가 말씀드렸듯이, 은행에 가서 신권을 준비하구요. 요즘 1천원은 돈으로 여기지 않는 세상이지만 저의 학생들은 신권 1천원을 결코 구기지 못합니다. 무엇보다, 저의 학원을 떠났을 때 언젠가는 ‘나도 장학금을 받은 적이 있었지’라는 생각이 날 때가 분명히 있을거고, 그 마음이 바탕이 되어 세상을 자신있게 주인으로 살아가길 희망할 뿐입니다. 무엇이든 나눠줄 수 있을 때가 가장 행복하다는 진리... 다시한번 새겨보는 새벽이네요.   

  

말씀드린대로, 오늘이 중복이니, 때 맞춰 날씨예보도 덥다하니, 시원한 복달임하셔서 ‘진짜 여름더위 8월’이 오기 전 건강관리 잘 하시길 바랍니다. 요즘 의외로 코로나와 백일해가 유행이니 마스크 사용횟수도 조금 늘려보시고요.~~ 천양희시인의 <여름한때>입니다. 봄날의 산책 모니카.     


여름 한때 – 천양희     


비 갠 하늘에서 땡볕이 내려온다. 촘촘한 나뭇잎이 화들짝 잠을 깬다. 공터가 물끄러미 길을 엿보는데, 두 살배기 아기가 뒤뚱뒤뚱 걸어간다.     


생생한 生! 우주가 저렇게 뭉클하다

고통만이 내 선생이 아니란 걸

깨닫는다. 몸 한쪽이 조금 기우뚱한다     


바람이 간혹 숲속에서 달려 나온다. 놀란 새들이 공처럼 튀어 오르고, 가파른 언덕이 헐떡거린다.

웬 氣가 - 저렇게 기막히다    

 

발밑에 밟히는 시름꽃들, 삶이란

원래 기막힌 것이라고 중얼 거린다    

 

나는 다시

숨을 쉬며 부푼다. 살아 붐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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