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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박모니카 Nov 06. 2024

당신봄날아침편지202

2024.11.6 박목월 <나무>

열길 물 속은 알아도 사람 마음속  한 길을 모른다지요. 얼마나 변화무쌍하면 그 한 길의 본성을 모를까요. 그렇다고, 변화하지 않는 인생을 살으라 할 수도 없고, 매양 변화를 부리며 살으라 할 수도 없으니, 이거야 말로 난감하지요. 생각해보면, 변화(變化)란, 생각이 달라지는 일이라, 하루아침에 사람이 변하면 그것처럼 무서운 일도 없으니, 표나지 않게 때론 숨죽이며 맞추며 살며, 어느 때는 바보인가? 싶을 정도로 무변한 사람이 현인인줄을 이제야 알 것 같아요.     


나이가 들어간다는 것, 그에 걸맞는 모습을 갖추는 기준을 생각해보는 시간이 있었습니다. 저를 생각함과 동시에 몇몇 지인들의 모습을 떠올리기도 했지요. 어느 지인은 무섭도록 속을 알수 없는데, 끝없는 부드러움속에 강인한 복숭아 씨 같은 핵심이 있기도 하고요. 어느 지인은 강한 외모지만 흔들리는 억새꽃 같은 부침을 보여주기도 하고요.      


다양한 모습과 성격의 지인들 중에, 제게 가장 큰 넘사벽이 있습니다. 말의 무게를 측량할 수 없는 사람이지요. 이런분들은 주워 담을 수 없는 말의 특성을 잘 알고 있어서 당신의 말 소리에 언제나 풍경하나를 달아놓지요. 실오라기 같은 바람 한점에도 경계를 알려주는 풍경소리를 들으며 인간관계에서 고유한 당신의 길을 만들어갑니다. 진정한 수도자의 모습처럼요.     


저는 복스럽게도 이런 지인들이 계십니다. 그 분들을 만날때는 제가 얼마나 눈여겨 살펴보는지 아마도 모르실거예요~~ 배우고 싶으니까요. 자기 말을 하기에 바쁜사람은 그냥 귀만 열어주면 되는데, 말 속에 풍경을 가지고 다니는 분들은 저의 육 감각을 바로 세워야 배울 수 있거든요. 하여튼 어제는 제 주변분들에 대해 이런저런 상념으로 즐거운 시간이었습니다. 최소한 저도 마음속에 풍경 하나 달아두어야겠다 생각하면서요... 박목월 시인의 <나무>를 읽으면서 왠지 저의 고민을 해결해주는 것 같아서 공유합니다. 봄날의 산책 모니카    

 

나무 – 박목월     


유성에서 조치원으로 가는 어느 들판에 우두커니 서 있는 한 그루 늙은 나무를 만났다. 수도승일까. 묵중하게 서 있었다.

다음날은 조치원에서 공주로 가는 어느 가난한 마을 어귀에 그들은 떼를 져 몰려 있었다. 멍청하게 몰려 있는 그들은 어설픈 과객(過客)일까. 몹시 추워 보였다.

공주에서 온양으로 우회하는 뒷길 어느 산마루에 그들은 멀리 서 있었다. 하늘 문(門)을 지키는 파수병 일까, 외로워 보였다.

온양에서 서울로 돌아오자, 놀랍게도 그들은 이미 내 안에 뿌리를 펴고 있었다. 묵중한 그들의 침울한 그들의. 아아, 고독한 모습. 그 후로 나는 뽑아낼 수 없는 몇 그루의 나무를 기르게 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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