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4.11.18 곽재구 <은행나무>
은행나무를 검색하면 나오는 말, ‘신생대에 번성하였던 식물로서 유일하게 현존하는 살아 있는 화석’이라고 써있지요. 2억 7000만 년 전 화석으로도 발견된다 하네요. 은행나뭇잎 하나를 만나는 것 만으로도 우리가 신생대 생명의 호흡을 느낄수 있음이 얼마나 신기한 일인지... 유독 올 가을은 짙노란 은행잎이 사람들의 마음을 흔들어대는 것 같습니다.
저도 그냥 있을 수 없어서, 어디로 가볼까 하다가 가까운 전주향교로 향했습니다. 아시다시피 전주향교의 은행나무 다섯그루는 함께 공부하던 다섯 벗들의 진한 우정을 담고 있는 전설도 있지요. 공자께서 은행나무 아래서 사람의 도리를 가르쳤고 우리의 선조들 역시 향교에서 그 배움으로 사람이 되고자 했으니, 향교에 심겨진 은행나무가 우리 후손들에게 전해주는 속 이야기들을 무수히 달려있는 은행잎과 은행알을 통해 원없이 들었습니다. 하늘로 곧게 뻗은 은행나무의 가지를 닮아, 비록 공부하는 선비는 아닐지라도 이 시끄러운 세상에 기개를 가지고 살아라 라는 엄명도 들려왔구요.
이시영 시인이 말했지요. ‘낙엽 저 순명을 다한 것들의 사뿐한 낙하! 나는 지구의 중심을 새로이 걷는다’라구요. 날씨도 좋아서 향교를 찾은 많은 방문객들이 함께 동무되어 지구의 중심을 걸을때의 신비로움은 아마도 오래 기억될 것 같아요. 처음보는 낯선사람이 풍경을 찍는 사이로 저도 모르게 들어가니, 타박하지 않고 사진을 찍어준다 하길래, 제 모습으로 아름다운 풍경이 퇴색될지라도, 저도 언젠가 제 후손을 위해 화석하나 박아놓고 왔답니다.^^
오늘부터 날씨가 추워진다하지요. 아들도 옆방에서 콜록콜록... 충분한 물과 수면으로, 비타민과 영양식으로 건강관리 하셔야됩니다. 단풍구경도 몸이 건강해야 할수 있고, 겨울나면서 강한 체력이 있어야 새 봄을 잉태할 마음을 먹으니까요. 그리고 전주에 가시거든 한옥마을 산보하시면서 전주천 위에 한벽루와 경기전, 향교를 꼭 들러서 고목들의 품속을 떠나고 싶지 않은 마지막 잎새의 주인공이 되어보세요. 오늘은 곽재구시인의 <은행나무>입니다. 봄날의 산책 모니카
은행나무 - 곽재구
너의 노오란 우산깃 아래 서 있으면
아름다움이 세상을 덮으리라던
늙은 러시아 문호의 눈망울이 생각난다
맑은 바람결에 너는 짐짓
네 빛나는 눈썹 두어 개를 떨구기도 하고
누군가 깊게 사랑해 온 사람들을 위해
보도 위에 아름다운 연서를 쓰기도 한다
신비로와라 잎사귀마다 적힌
누군가의 옛 추억들 읽어가고 있노라면
사랑은 우리들의 가슴마저 금빛 추억의 물이 들게 한다
아무도 이 거리에서 다시 절망을 노래할 수 없다
벗은 가지 위 위태하고 곡예를 하는 도롱이집 몇 개
때로는 세상을 잘못 읽은 누군가가
자기 몫의 도롱이집을 가지 끝에 걸고
다시 이 땅 위에 불법으로 들어선다 해도
수천만 황인족의 얼굴 같은 너의
노오란 우산깃 아래 서 있으면
희망 또한 불타는 형상으로 우리 가슴에 적힐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