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박모니카 Dec 10. 2024

당신봄날아침편지236

2024.12.10 송경동 <당신은 누구인가>

한 손은 아내의 손을 꼭 쥐고, 다른 한 손은 검정 봉다리(아마도 약봉투도 들어있음직한)를 들고 천천히 걸어가는 노인부부를 뒤 빠르며 생각했지요. ’아, 저 분들이 편안한 나라가 되어야 하는데...‘ 20대 딸이 다니는 학교에서 시국선언을 한다고, 딸도 가보겠다고 하는 말을 들으며 또 생각했지요. ’아, 젊은이들이 희망한 미래를 꿈꿀 수 있는 나라가 되어야 하는데...‘     


그러다보니 공자님과 제자 안연, 자로와 나눈 대화가 생각하더군요. ’그대들은 무슨 꿈을 품고 사는가?‘에 대한 질문에 여러 말이 나오지만 공자의 꿈은 이렇다고 답하지요.     

- 노자안지(老者安之), 붕우신지(朋友信之), 소자회지(少者懷之) 라 - 

’노인들은 편안히 모시고, 벗들은 믿음으로 대하며, 젊은이들은 품어주고 싶다’     


한 나라의 리더가 가장 기본으로 삼아야 할 덕목이 아닌가 합니다. 이제는 10대 고등학생들까지도 거리에 나오고, 20대 MZ세대들이 국힘당 당사 앞에서 촛불을 들고 외치는 순간까지 왔습니다. 국민에 의해 선출된 정치인들이 국민을 개 돼지로 본다는 숨의 의도를 과감하게 드러내는 파렴치한 도의를 보여주면서 웃습니다. 이들을 어찌 그냥 둘까요.      


갑작스런 치통으로 밤새 머리가 아팠어도, 이 무도한 내란범과 공모한 정치인들을 생각하면 아픈것도 다 사라질 정도였답니다. 그래서 신 새벽에는 도올선생의 ‘만해 한용운’얘기를 들었습니다. 내년이면 만해의 유일한 시집 <님의침묵>이 100주년을 맞는다고 하네요... 다시한번 읽어보면서 이 시대에 우리가 무엇을 해야하는지, 또 제가 할 수 있는 일은 무엇인지 고민해보렵니다. 송경동시인의 <당신은 누구인가>를 들려드릴께요. 봄날의 산책 모니카     


당신은 누구인가 – 송경동     


당신은 학생이 아니다

졸업한 지 오래됐다

당신은 노동자다 주민이다

시민이다 국민이다 아버지다

가정에서 존경받는 남편이고

학부모며 집주인이다

환자가 아니고 죄인은 더더욱 아니다     


그런데 당신은 이 모두다

아침이면 건강쎈터로 달려가 호흡을 측정하고

저녁이면 영어강습을 받으러 나간다

노동자가 아니기에 구조조정엔 찬성하지만 

임금인상투쟁엔 머리띠 묶고 참석한다

집주인이기에 쓰레기매각장 건립엔 반대하지만 

국가 경제를 위한 원전과 운하 건설은 찬성이다 

한 사람의 시민이기에 광우병 소는 안되지만

농수산물 시장개방과 한미FTA는 찬성이다 학부모로서

학교폭력은 안되지만, 한 남성으로

원조교제는 싫지 않다 사람이기에

소말리아 아이들을 보면 눈물 나고

미군의 아프가니스탄 침공에는 반대하지만

북한에 보내는 쌀은 상호주의에 어긋나고

미군은 절대 철수하면 안된다     

도데체 당신은 누구인가?      

 

<사진제공, 박세원문우>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