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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박모니카 Dec 09. 2024

당신봄날아침편지235

2024.12.9 김민기<새벽길>

한강작가의 노벨상 강연(Nobel Lecture 12.7일)의 핵심어는  ‘빛과 실(絲), 연결, 심장, 전류, 촛불’이었습니다. 일부러 맞추려한 것도 아닌데 정부의 쿠테타시도가 전 국민에게 문학의 힘, 문화의 힘을 각인시켜주는 운명으로 다가옵니다. 작가는 말했습니다.   

   

“언어가 우리를 잇는 실이란 것을 실감하는 순간에 놀라고 감동합니다. 그 실에 연결되어주었고, 연결되어줄 모든 분들에게 깊이 감사드립니다.”      


탄핵안 부결에도 지치지 않고 빛을 든 102030세대들의 행렬을 보면서 이 세대들은 누구이길래, 이토록 빨리, 자발적으로 빛의 입자가 되려는 정신을 가졌을까? 분명 나와는 다른 DNA를 가진 사람들일거야... 라는 생각이 자욱 했었는데, 저만 그렇게 본것이 아니었나봅니다. 전 세계 각 뉴스에서 흘러나오는 탄핵촛불 해석을 들으면서 ‘정말 우린 또 한번 잘 이겨낼 수 있겠다.’라는 안도의 한숨이 조금씩 나오기도 합니다.      


한강작가가 어린시절 썼다는 문장 - ‘사랑이란 어디 있을까? 팔딱팔딱 뛰는 나의 가슴 속에 있지. 사랑이란 무엇일까? 우리의 가슴과 가슴 사이를 연결하는 금실이지’ -를 읽으면서 여의도광장에서 만났던 수 많은 젊은세대들의 뛰는 가슴과 그들이 펼쳐 내 보인 금실이 다시 생각나서 얼마나 고마운지, 내란발생 일주일을 맞는 오늘의 시간이 결코 무겁지만은 않군요.     


내란사태의 위험을 몸으로 느낀 기성세대들의 이성의 움직임을 여리고 부드러우면서도 단단한 X차원의 감정보호막으로 안아주는 우리의 젊은이들. ‘빨리 빨리‘ 대신 ’천천히 천천히‘를 외치고, ’나쁜 놈, 죽일 놈‘ 대신 ’사퇴해, 투표해‘를 외치는 2030대 여성들의 고운 목소리와 어린자녀의 손을 잡고 걸었던 30대 젊은 남성들의 힘찬 주먹은 분명 이 땅에 새 주인이 왔음을 보여주는 자리였답니다. 그래서 오늘도 저는 걱정보다는 기대를, 염려보다는 격려로서 제 맘속에 꺼지지 않는 ’빛 응원봉‘ 하나를 심어놓습니다. 오늘은 얼마전 세상에 이별을 고한 가수이자 시인인 김민기님의 <새벽길>입니다. 봄날의 산책 모니카.     


새벽길 – 김민기     


새벽에 일어나 어두컴컴한 길을 걸어가 보세 

구둣방 할아범 벌써 일어나 일판 벌여 놓았네 

밤새 하늘에선 별들이 잔치 벌였나

어느 초라한 길목엔 버려진 달빛 고였나

희뿌연 바람이 해진 옷 새로 스며들어 오는데 

해말간 새벽길 맨발로 걸어가 봐도 좋겠네 

두부 장수 종소리 깔린 어둠을 몰아가듯 울리네 

밤새 하늘에선 별들이 잔치 벌렸나

어느 초라한 길목엔 버려진 달빛 고였나

희뿌연 바람이 해진 옷 새로 스며들어 오는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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