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당신봄날아침편지327

2025.3.11 박재현 <봄이란 말을 지은 사람>

by 박모니카

’설마, 그럴 리가 없다’ 병에 걸린 국민들 위에서 승전의 미소를 보이며 나타난 기득권세력들.

그 뿌리가 얼마나 길게, 넓게 뻗혀있을지 가늠도 못하는 저 같이 평범한 사람들. 하지만 생각해보니 거짓과 불의한 세상에 맞서 늘 느리게 느리게 진보의 역사계단을 만들어 온 사람들이 그들이지요. 어제까지 속을 끓였고, 동시에 또 어제부터 다시 생각을 모았습니다.

“다시 시작이다. 광장에서 수고하는 모든 이에게 응원과 격려의 말과 행동을 보내자.”

광장의 모습은 오프라인만 있는게 아니니, 온라인으로 얼마든지 행동하는 양심이 될 수 있어요.


주간 첫날은 조금 힘들어요. 수업도 많지만, 주말동안 학생들의 공부진행을 일일이 확인하는 과정에서 말하는 빈도수가 훨씬 늘어나거든요. 어제는 중1학생 하나가 저한테 오더니, “원장님, How are you? I’m fine thank you. And you?”를 연달아 하는거예요. 학교 선생님이 암기하여 다른 사람들에게 들려주라고 했다면서요... 하도 귀여워서 몇 마디 응대해주었습니다.


동시에 학원생 전체는 과업이 하나 늘게 되었죠. 제가 담담선생님에게 교실영어, 일상영어회화 문구를 준비해서 매주 수업 끝나는 날마다, 말하기 테스트를 해봅시다 했거든요.^^ 덕분에 오늘 새벽엔 저도 일상회화연습 동영상을 한번 들어보네요. 3월은 여러모습으로 통통 뛰는 에너지를 만나는데, 역시나 우리 학생들은 겨울을 잘 이겨낸 나무 같은 학원에 와서 봄 새처럼 쫑알쫑알... 감사할 뿐입니다.


수 많은 말 중, 누가 ‘봄’이란 말을 지었는지, 신기하고 위대하다는 생각까지 들지요. 봄 중에서도 요즘 같은 ‘새봄‘ 이란 말은 듣기만 해도, 읽기만 해도 자고 있는 가슴이 뛰잖아요. 조금만 눈을 돌려보면서 저도, 당신도 새봄을 그려봐요. 매일 펼쳐있는 하얀 도화지에 그릴 봄의 재료들이 사방에 널려있으니까요. 오늘은 박재현시인의 <봄이란 말을 지은 사람>입니다. 봄날의 산책 모니카.


봄이란 말을 지은 사람 – 박재현


봄이란 말을 지은 사람은 보았을 것이다

막 고드름에서 떨어지는 영롱한 수정 빛을

얼굴을 간질이는 남녘의 풋풋한 산들바람을


봄이란 말을 지은 사람은 보았을 것이다

공실공실 언땅을 비집고 나오는 새싹의 푸른이마를

꽃 봉오리 속으로 붉은 빛을 감추고 수줍게 웃는 홍매의 싱그런 웃음을


봄이란 말을 지은 사람은 들었을 것이다

꽁 얼었던 골짝물이 쪼로록 구르며 옹알대는 물 천사의 노래소리를

포롱포롱 날갯짓에 샤갈샤갈 콧노래를 부르는 개똥지빠귀의 독백을


곱았던 손이 서서히 풀리고 노곤해지는 몸을 가누고

봄이란 말을 지은 사람은 이렇게 쓰고 싶었을 것이다


따스하다 포근하다 싱그럽다 맑다 자유롭다 ......

꽃이 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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