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5.3.10 박노해 <목화는두 번 꽃이 핀다>
분노의 치료제가 다양하네요. 윤씨의 석방을 보면서 같은 마음을 가진 사람들이 각자의 분노를 치유하는 방법들을 말하더군요. 극복의 힘 아래 놓인 근본마음은 이랬어요. ‘작고 사소한 것들에 대하여 좋았던 기억과 사랑을 기억하는 일’ 저도 공감했습니다.
구체적인 방법으로 제시된 것 중 하나로 신동호 시인은 ‘좋은 글을 필사하기‘를 추천하더군요. 글쓰기를 도전하기 어려울 때 그에 앞서 필사는 자신의 생각과 행동을 동시에 할 수 있는 묘법이라고 했습니다. 특히 무언가를 쓸 때, 행동 한가지를 추가하면 비록 남의 글을 쓰더라도 자신의 체험이 가미되어 글을 쓰고 싶은 마음이 울렁거린다고 합니다. 정말 맞는 말입니다.
저는 어제 하루 종일, 최소한의 대화에 집중했지요. 뉴스도 거의 듣지 않고, 수업하기, 시집 한권 읽기, 요리하기, 가족과 대화하기, 글 한편 쓰기 등... 작고 사소한 일을 하다보니, 맘 속의 분노가 상당히 줄어드는 것을 느꼈지요. 당신은 무엇을 하셨을까요... 아마도 저보다 훨씬 지혜로운 생각과 행동을 하셨을 거라 믿어요. ^^
오늘부터는 꽉 채워진 3월일정이 시작되는 군요. 사실 토요일에 벗들과 남도여행을 다녀왔는데도 여행후기를 방치할만큼 마음이 시끄러웠어요. 선암사의 홍매화를 만날 수 있으려나 하고 떠난 여행이었는데, 선암사 매화는 한송이도 웃지 않고 미소가 가득했습니다. 다행히도 낙안읍성에서 만난 매화 몇 그루에 붉은 매화가 있었네요. 오늘 새벽에야, 사진을 한번 더 보면서 주말여행을 추억보따리에 넣어두었습니다.
아마도 금주부터 ’꽃피기 달리기‘ 에 좋은 봄 날씨가 오겠지요. 어제 낮기온 같은 온도가 이삼일만 주어져도 남도 꽃들은 다 피어날거라서 꽃을 많이 못보고 온 여행길이 아쉽기도 합니다. 하지만 남도의 바람이 곧 상경할테니, 우리 군산에도 봄꽃 세상의 문이 활짝 열릴거예요. 책방을 중심으로 위, 아래마을에 찾아온 젊은이들만 해도 제 눈에는 꽃처럼 아름답게 보였으니까요. 박노해시인의 <목화는 두 번 꽃이 핀다>입니다.
목화는 두 번 꽃이 핀다 - 박노해
꽃은 단 한 번 핀다는데
꽃시절이 험해서
채 피지 못한 꽃들은
무엇으로 살아야 하는가
꽃잎 떨군 자리에
아프게 익어 다시 피는
목화는 한 생애 두 번 꽃이 핀다네
봄날 피는 꽃만이 꽃이랴
눈부신 꽃만이 꽃이랴
꽃시절 다 바치고 다시 한 번
앙상히 말라가는 온몸으로
남은 생을 다 바쳐 피워가는 꽃
패배를 패배시킨 투혼의 꽃
슬프도록 환한 목화꽃이여
이 목숨의 꽃 바쳐
세상이 따뜻하다면
그대 마음도 하얀 솜꽃처럼
깨끗하고 포근하다면
나 기꺼이 밭둑에 쓰러지겠네
앙상한 뼈마디로 메말라가며
순결한 솜꽃 피워 바치겠네
춥고 가난한 날의
그대 따스하라
순천 낙안마을의 풍경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