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당신봄날아침편지347

2025.3.31. 정호승<봄날>

by 박모니카


’건널목‘ 기찻길이 생각나네요. 이곳만 지나면 새로운 세상이었던 옛 시장입구가 턱 하니 입 벌리고 사람들을 빨아들였죠. 마치 찐 봄꽃 세상으로 밀려들어가는 사람들처럼요. 무겁고도 길었던 삼월을 어서 갔으면 했건만, 막상 오늘이 그 마지막이라 생각하니, 아무리 사월 찐봄날이 좋다고 해도 그저 햇봄날 3월이 좋았구나 싶군요.


신학기 달이라고 헬스장 한번 가지 않았더니, 몸도 어찌나 무겁던지요. 어제는 미사후 갑자기 변심이 일어 무슨 일이 있어도 걸어야지 싶었답니다. 지인에게 책도 전할 겸, 은적사 공터에 주차를 하고 책방까지 걸어가서 걸어오면 1만보 운동은 되겠지 생각했어요. 막상 길 떠나서 다시 돌아올 수 없는 지점까지만 가도, 몸 움직이는 계획은 성공하려니...


사찰 초입부터 보이는 분홍 진달래꽃 더미들, 이때가 아니면 다 놓쳐버릴 저 진귀한 보물들을 보라고 기도 중에 들어온 하느님이 미사후까지도 나가지도 않고 있었나보다 싶었네요. 월명산 산책길에서 만나는 꽃들, 어떤이는 어설피 눈 뜨려하고, 어떤이는 만개한 웃음을 짓기도 하고요. 책방까지 가는 길에 차를 놓고 걸어보자 변심한 저에게 등을 토닥토닥 했지요. 꼭 한번 월명산 호수둘레길을 걸어보세요~~


점심끼니를 놓치며 책 배달을 했다고 지인은 5분도 안되어 먹을 것을 챙겨주시고, 달콤한 찐고구마까지 간식으로 주셔서 오후수업 내내 참 사랑, 참 평화를 누렸습니다. 삼월의 마지막 날인 오늘도 그런 날이 되기를 빌어보네요. 우리 국민들의 소망인, 가장 큰 일 하나에 매듭을 짓는 현명한 판단도 기대하면서요. 정호승 시인의 <봄길>입니다. 봄날의 산책 모니카.


봄길 – 정호승


길이 끝나는 곳에서도

길이 있다.

길이 끝나는 곳에서도

길이 되는 사람이 있다.

스스로 봄 길이 되어

끝없이 걸어가는 사람이 있다.

강물은 흐르다가 멈추고

새들은 날아가 돌아오지 않고

하늘과 땅 사이의 모든 꽃잎은 흩어져도

보라.

사랑이 끝난 곳에서도

사랑으로 남아 있는 사람이 있다.

스스로 사랑이 되어

한없이 봄 길을 걸어가는 사람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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