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당신봄날아침편지346

2025.3.30. 마종기 <바람의 말>

by 박모니카

햇살이 개나리를 깨우는지, 개나리가 햇살을 부르는지 구별이 안될 정도로 샛노란빛 아침햇살이 참 좋습니다. 분명 어제까지만 해도 우박도 내려서 이게 무슨 일인가 싶었는데요. 내릴려면 화끈하게 내려와 불(火)산을 완전 정복하던지, 이도저도 아닌 우박덩어리와 빗방울이 마음에 걱정만 쌓이게 하였답니다. 그래도 눈떠보니 다른 날이 와 있어서 살아가나봅니다.


새벽녘에 잠깐 눈이 떠져 어제를 되돌아보았네요. 요즘은 토요일 아침마다 가장 중요한 활동이 있는데요, 군산 평생학습관 수업인 ’온택트로 만나는 근대시인들의 세상‘입니다. 어제까지 3주차 수업이 끝났구요, 첫 시인으로 김소월시인과 시를 탐구하고 토론도 하고 회원들의 창작시도 써보고요. 저희들 나름대로 즐겁게 공부놀이 하고 있습니다.


때론 이런 생각도 하지요. ’이렇게 공부 욕심이 많은 분들에게 정작 필요한 사람은 시인이나 시 쓰기 지도 강사, 문학평론가, 또는 최소 책 한권이라도 제대로 쓴 사람이어야 하는건데...‘라며 저의 자질을 의심하지요. 하지만 매우 뻔뻔하게도 저는 저만의 소리를 냅니다. 제 소리가 분명 거짓과 포장은 아니라고 믿으면서요. 저만의 교수법에 최소 한명이라도 행복할거야 라고 생각하면서요~~~


세 번째 수업을 마치면서 회원들께서 쓰신 다양한 시 작품을 읽으면서 저의 지도법에 더 확신을 갖게 됩니다. “역시 나는 괜찮은 멘토야. 교학상장(敎學相長) 모델수업의 지도자”.

김소월시인의 7.5조 율격에 따라 창작시를 써보자고 제안해서 나온 시 몇 작품 읽어보실래요?


A님 : 동백꽃 피는 날에


월명산 산자락에

봄바람 든다


동백꽃 푸른심지

촛불을 켜라


봄길 찾아 가야지

어서 가야지

(중략)


광화문 네거리에

한데 모아서


오천만 촛불들어

죄를 알린다


동백꽃 피는날에

울고싶어라


A님 : 춘고(春苦) - 아픈봄


봄처녀 제온다고 기대했건만

이렇게 아픈일만 가득한곳에

차라리 오지마라 말리고 싶네

(하략)


C님 : 뒷북 치다


창밖에

눈을 돌려

보고 또 보고


비구름

화마 앞에

당기고 싶다


한마음

뭉치는 건

잘도 하면서


대비하고

대처하는 건

늘 뒷북인 세상

(하략)


D님 : 아기씨의 봄


봄볕드는 창가에 노랑 수선화
설레여 미소짓던 여린 아기씨

신이나서 봄나물 광주리 가득


동무들과 웃으며 놀던 추억에

병상에 나목처럼 누워 계시던

어머니 실눈뜨고 지금 봄이냐?

(하략)


어때요?? 정말 잘 쓰시죠... 제가 비싼 수업료를 거꾸로 내야 할 판이랍니다. 다른 분들의 창작시는 다음기회에 또 보여드릴께요. 다음주부터는 한용운 시인의 세상속으로 들어가니까요. 우리가 분명 해야 할 일은, 단 한 줄의 글로라도 자기 목소리를 세상에 던질 줄 아는 용기입니다. 지금 이 시대, 이 봄에 이처럼 명징한 일은 없을 것입니다. 한 줄기 햇살의 소망도, 스쳐가는 바람의 염원도 오로지 내란종식, 윤씨탄핵. 마종기 시인의 <바람의 말>입니다. 봄날의 산책 모니카.


바람의 말 – 마종기


우리가 모두 떠난 뒤

내 영혼이 당신 옆을 스치면

설마라도 봄 나뭇가지 흔드는

바람이라고 생각하지는 마.


나 오늘 그대 알았던

땅 그림자 한 모서리에

꽃나무 하나 심어놓으려니

그 나무 자라서 꽃 피우면

우리가 알아서 얻은 모든 괴로움이

꽃잎 되어서 날아가버릴 거야.


꽃잎 되어서 날아가버린다.

참을 수 없게 아득하고 헛된 일이지만

어쩌면 세상의 모든 일을

지척의 자로만 재고 살 건가.

가끔 바람 부는 쪽으로 귀기울이면

착한 당신, 피곤해져도 잊지 마,

아득하게 멀리서 오는 바람의 말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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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인사진제공、 산슈유가 흐드러졌군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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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 딸이 등산한 서울 불암산(수락산 옆)봄설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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