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5.3.29 김주대 <마주침> <엄마>
올 일당 얼마나 바다써?
똑같겠지 머.
난 칠마넌 바닸는데.
난 육마넌주데.
이이? 왜 그래 차별을 두지. 그 주인 못됐네. 우리 마넌 가지고 막걸리나 한 순배하고 가자고.
몸으로 시를 쓰고 그림 그리는 시인 김주대의 시화초대전이 광주오월미술관(3.3-3.30)에서 열리고 있습니다. 위 대화는 시인의 그림 중에 하루 품을 팔고 집으로 돌아가는 할머니 두 분이 품삯을 다르게 받은 이야기를 주고 받는 글입니다. 같이 일했는데, 차별을 둔 주인도 못됐지만, 그보다 만원 더 받은 할머니가 막걸리나 한 순배 하던지, 눈빠지게 기다리는 손주들 고기 한 근 사다 주자는 말을 하지요. 저는 그의 그림에서 울려나오는 차별의 슬픔이 무등의 혜안으로 바뀌는 순간을 보았습니다.
책방을 시작하던 해, 그의 책 <꽃이 져도 오시라, 한길사 2022>라는 문인화첩을 만나면서 시인의 다른 책을 읽었는데요. 그림산문집 <사람냄새>, 이야기서화집 <포옹>, <시인의 붓>, 시집 <그리움의 넓이> 등은 책방에 오는 사람들에게 강력 추천하는 책 중의 하나입니다.
요즘 주말수업이 있어서 맘 편하게 어디를 가지 못하고, 어제 오전 부지런떨어 광주까지 바람쐬러 갔었답니다. 특히 12.3내란 이후, 국민들이 만들어오고 있는 탄핵의 길을 김주대 시인은 그림과 글로서 최신작을 발표하였다길래, 더욱 직접 보러 가고 싶었습니다. 올려드리는 사진으로나마 시인의 작품전 속으로 들어가 보시면 좋지요. 하지만 주말동안 여행삼아 직접 가보시길 강추합니다. 시인의 최신작을 포함하여 50여작품이 전시되어 있어요, 그리고 김주대시인의 사회참여시인으로서 어떤 작품, 어떤 활동, 어떤 말을 하고 있는지를 인터넷을 통해서라도 함께 읽어보면 좋겠습니다.
저는 바로 옆에 있는 조선대 캠퍼스에 가서 만개한 벚꽃과 목련도 사진에 담고, 손만 대도 후두둑 떨어지는 목련꼿 아래에서 젊음을 나누는 대학생들의 향기도 살짝 묻히고 돌아왔답니다. 20여년 전 학회참석자 조선대의 산봉우리 같은 건물에 갔었는데, 그 모양이 눈덮인 하얀 설산 같아서 기억에 남아있지요. 캠퍼스 한바퀴 쭉 돌면서 군산보다 빨리 핀 벚나무의 꽃과도 인사하고요, 콧바람 한번 쐬고 돌아왔네요. 김주대시인의 <마주침>과 <엄마>입니다. 본날의 산책 모니카.
마주침 - 김주대
그토록 많은 흘러가는 인연들의 혼돈 속에서
하필 너는 왔다
충격이 이전의 나를 다 흔들 때
촉수를 내밀어 맞이한 해후
눈을 떠 처음으로 빛인 시선이 생겼고
벽을 통과한 마주침으로 너는 번식되기 시작했다
전염처럼 나를 무한히 이동시키는
해후는 진행형이었고 떨리는 현재였으므로
우리는 사랑했고 사랑할 것이었다
해후의 아래에서 스멀스멀 올라오는 고요한 징후
너를 눈치채기 위하여 뜬눈으로 새운 밤들을 지나
몰랐던 네가 스며드는 건
무섭고 희한한 일이었다
소문은 빠르게 몸 전체로 퍼졌다
피부와 속살들이 밤새 수런거리며
너를 놓치지 않기 위해 아팠다
엄마 - 김주대
옛날부터 우리 엄마는 나보다 나이가 많았다
나도 이제 꽤 나이 들었다 생각하며 찾아갔는데
홀로 사는 엄마는 어느새 또 나보다 나이가 많아 있었다
흰머리 이고 저만큼 가신 당신을
서둘러 따라가 동무해주지 못하는 그것이 오늘 슬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