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시봄날편지17

2023.5.5 최치원 <題雲峰寺(제운봉사) 운봉사에 시를 짓노라>

by 박모니카

통일 신라 시대 학자 고운(孤雲) 최치원(857년-)을 아시나요. 12살 어린나이 신라 골품제 신분제도의 한계를 깨닫고 일찍이 오른 중국 당나라유학. 빈공과 합격, 당나라 ‘토황소격문(討黃巢檄文)’을 올린 문장가. 귀국 후 통일신라말 정치개혁을 꿈꾸며 올린 시무책10조. 계원필경 등의 수많은 시문과 한문학의 자취를 남긴 사람. 이 학자의 탄생설화에 군산이 있지요. 어제밤 한국예총군산지회에서는 ‘군산에서 태어난 최치원 가무극으로 다시 만나다’라는 이름으로 공연이 있었어요. 지인인 극작가 김영철님의 초대로, 저는 또 다른 지인들을 모시고 오랜만에 재밌는 공연 즐겼습니다. 무엇보다 천년도 넘는 우리 학자의 이야기가 현대적인 뮤지컬과 무용형식으로 연출된 무대, 지역연극인들의 수준높은 연기가 매우 돋보였습니다. 1회로 끝나기는 너무 아쉽다는 평이 자자했어요. 전국 각지 최치원 이야기가 없는 곳이 없을 정도이지만 군산에 유독 그의 행적이 많이 남아있어요. 극에서 보여준 다양한 스토리가 사실(fact)을 기반으로 극적 허구(fiction)의 감칠맛 나는 공연덕분에 군산시민들이 다시한번 역사인물을 재조명하고 토론하는 시간이 되었을거예요. 저는 책방오픈 후 일년여 넘게 한시를 매일 읽고 있는데, 연극에서 나온 한시나 중용의 글귀 등이 귀에 쏙쏙 들어와서 훨씬 더 몰입해서 즐겼답니다. 공연 중 어린 최치원이 유학길에 오를 때 했던 말 ‘인백지기천지(다른사람이 백번 공부하면 나는 천번을 공부해서라도 익힌다)’은 저도 자주 새겨보는 중용의 글귀에서 나왔지요.


‘인일능지 기백지(人一能之 己百之) 人十能之 己千之(인십능지 기천지)’

다른 사람이 한 번에 능해지면 나는 백 번을 하고

다른 사람이 열 번에 능해지면 나는 천 번을 한다


지역의 고유문화를 형성하기까지는 여러 형태가 시도되어야 합니다. 결과를 예측은 하되 정답은 없지요. 누구든지 무엇이든지 기꺼이 제시하고 수용하는 폭넓은 관민의 자세가 우선되면 좋겠다는 생각이구요. 그 근본에는 저와 말랭이 마을주민들처럼 문화에 대해 전문적 지식이 없어도 ‘아름다운 것, 가치로운 것’에 대해 사심없이 해보는 결단과 용기, 결과를 기다리는 끈기와 마음이 함께 있으면 좋겠다고 생각해요. 오늘은 오랜만에 한시하나 소개할께요. 최치원의 시 <題雲峰寺(제운봉사) 운봉사에 시를 짓노라>입니다. 봄날의산책 모니카.

題雲峰寺(제운봉사) 운봉사에 시를 짓노라 - 崔致遠(857- 통일신라시인)


捫葛上雲峰(문갈상운봉) 칡덩쿨을 부여잡고 운봉에 올라서서


平觀世界空(평관세계공) 평상심에 바라보니 세계는 비어있다


天山分掌上(천산분장상) 하늘과 산은 손바닥 위로 나눠지고


萬事豁胸中(만사활흉중) 만사가 가슴 속에 있음을 깨닫는다


塔影日邊雪(탑영일변설) 탑 그림자는 한낮에 눈처럼 하얗고


松聲天畔風(송성천반풍) 솔바람 소리는 하늘가에서 불어온다


煙霞應笑我(연하응소아) 안개와 노을은 응당 나를 비웃지만


迴步入塵籠(회보입진롱) 자욱한 속진으로 걸음을 돌이킨다


5.5최치원선유도.jpg 최치원의 탄생설화지 고군산군도 일대풍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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