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지(冬至), 큰 설을 앞두고 문안 인사드리는 작은 설날. 밤이 가장 긴 음(陰)의 기운이 하늘을 찌르는 날. 하지만 동시에 양(陽)의 새싹이 꿈틀꿈틀 배시시 눈을 뜨려 애쓰는 날. 그래서 예전부터 조상들은 새해가 시작된다고 떡과 죽을 끓이며 하늘에 제사를 지냈겠지요. 동지에 대한 여러 속담이 있지만 저는 이 속담이 좋아요. ‘동지가 지나면 푸성귀도 새 마음 든다.’ 만물에 마음 없는 것이 없으니, 어찌 사람만이 진짜 마음을 갖는다고 우길 수 있을까요. 연 사흘째 하늘이 내려주시는 천경 속 설경을 보면서 제아무리 뛰어난 글이라도 당당하게 제 속을 다 보이는 나뭇가지와 그 위를 덮어주는 눈송이의 배려를 어찌 나타낼소냐...하는 부끄러움이 일었습니다. 눈을 감고 이마에 부딪히는 눈송이를 새기고 있자니 미약한 차가움은 이내 죄책감으로 바뀌어, 이태원 참사규명특별법을 외치며 이 추위에 오체투지를 하는 사람들의 마음으로 옮겨가기도 했습니다. 눈발을 온몸으로 맞으며 함께할 수 있는 작은 일, 첫 세례 받았던 마음을 다시 모아 이 세상 모든 가난한 사람과 억울한 사람을 향해 두 손을 모으는 일. 오늘 새벽도 온 천지가 하얀 세상입니다, 붉은 팥죽의 눈과 마주한 당신. 분명 추위에 웅크려 있었을 당신 마음속 어린 푸성귀에게 그 양(陽)기가 전해질 거예요. 새 마음 새 다짐으로 불끈하며 일어설 거예요. 사람이 만든 날은 다 속뜻이 있으려니 하며, 가까운 지인들과 따뜻하고 붉게 피어나는 동지팥죽 드셔 보시길... 송년과 새해를 향한 일상의 담소가 곁들어지는 시간 만드시길 바랍니다. 오늘은 동지라서 오랜만에 한시 한편 올려요. 고려시대 시인 이색의 <冬至동지>입니다. 봄날의 산책 모니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