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다시봄날편지246

2023.12.21 고제인 <그냥 세글자>

by 박모니카

군산아리울 초등학교의 초대를 받아서 지난 3주간 ’시화수업‘을 진행했어요. 시인도 아닌 제가 무슨 재주가 많아서 초대된 것이 아니라, 2년째 말랭이 마을 책방에서 초등학생들과 함께 한 활동 ’시화캔버스만들기‘가 소문이 났었나봐요. 어찌되었든 뜻하지 않은 시화수업 지도자로 초등학교에서 재밌는 시간을 보냈답니다. 6개 학급 160여명의 학생들에게 근현대시인들의 시와 동시도 알려줄 기회가 있어서 참 좋았습니다. 어제는 마지막 수업이라서 그동안 학생들의 작품을 보고 각반 담임이 3작품씩 18개 우수작을 뽑아달라 했지요. 좋은 글의 기준은 담임이나 저나 비슷~, 제가 눈여겨 보았던 시들이 뽑혔더군요. 또 유강희 시인의 동시집 외 유명한 시인들의 시집에서 시를 낭독하는 학생들의 표정 연기도 참 멋있었습니다. 각반 마다 마무리 인사에, ’언젠가 이 반에서 시인이 나올지도 몰라요. 분명 그럴거예요’ 라고 하면 ‘에이... 그럴 리가 없어요. 시는 어려워요.’라는 답변이 울려퍼졌죠. 그래도 꼭 한 두명 정도는 분명 시인의 감성자세로, 시인의 눈빛으로 있다가 시화작품을 만들었지요. 기특하고 또 대견한 모습, 저야말로 고맙고 또 고마웠답니다. 더불어 새해에는 초등학생들을 종종 만나는 기회를 만들어서 우리 고유의 시를 많이 알리고, 동시쓰는 활동체험을 학교에 권해야겠다는 다짐도 해보았답니다. 오늘은 우리 어린 학생들이 쓴 작품 한번 읽어보세요. 많은 학생 중에 1등(물론 저 혼자서 생각함, 상품은 초콜릿^^)으로 뽑은 고제인 학생의 <그냥 세글자>라는 시도 들어보세요. 봄날의 산책 모니카.


그냥 세글자 – 고제인(아리울초 6)


평소엔 툭툭 잘 나오던 말

‘미안’이 꽁꽁 숨는 날이 있어


너무 잘못해서

뭔가 어색해서


‘미안’이 숨으면 네 힘으로

‘미안’을 데리고 나와


조심조심

‘미안’의 손을 잡고

용기내어 말 해


”미∙안∙해.“


keyword
매거진의 이전글다시봄날편지24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