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백경희 Aug 13. 2021

내 이름은 순영 씨

 출근길에 눈이 펑펑 쏟아진다.

 둔촌사거리에서 서하남 IC 방향으로 직진을 하고 있다. 양 옆으로 늘어선 가로수에는 눈이 풍성하게 쌓여있고 오른쪽으로 보이는 서문교회  지붕과 첨탑에도 눈이 덮여 세상이 온통 하얗다. 마침 라디오에서는 빙 크로스비의 '멜레 칼리 키마 카'가 흐르고 있다.

 초등학교  1학년,  내 생애 처음 받아 본 크리스마스 카드가 눈앞에 펼쳐진다.


 겨울방학 전이다. 내 짝인 태철이가 다가와 슬며시 손바닥만 한 카드를 건네준다. 카드에는  눈 쌓인  나무로 둘러싸인 교회와 눈사람이 그려져 있다.  나무와 교회,  거리에는 온통 금은 가루가  뿌려져 있어  동화 속 그림이 세상 밖으로 튀어나온 듯 환상적이다.  이렇게 화려한 그림은 본 적이 없다.  말로 표현할 수 없는 신기함과 황홀감에 마음을 뺏기고,  호감은 더욱 커져 놀란 눈으로 태철이를 바라보았다.  태철이는 빙긋 웃으며, "내일은 다른 거 가져다줄게"하며 교실 밖으로 나간다.

 다른 건 도대체 어떤 그림일까? 안데르센 동화책의 그림에 모두 반짝이를 붙여서 상상해 본다.

 그림을 다시 한번 들여다보고 속장을 펼쳐보았다.  

 '사랑하는 순영 씨!'로 시작되는 메시지다.

 '뭐지? 내 이름은 경희인데...'

 태철이 큰누나 순영 씨가 받은 크리스마스 카드였다.  누나의 카드가 너무 예뻐서 몰래 가져다준 것이다.

 나는 피식 웃으며 태철이가 나간 문 쪽을 바라보며 카드를 다시 들여다본다.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