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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은하수 Nov 14. 2024

당신은 잘될 운명입니다!

기록의 힘

나에게는 남들이 힘들어하는 루틴이 하나 있다.

12년 전 가을 <아티스트 웨이>라는 성장 프로그램에 참여하며 시작된 아침 루틴이 생겼는데 바로 3페이지 글쓰기다.

아침에 눈을 뜨지 마자 떠오르는 것들을 바로 적는 방식으로 3페이지를 채우는 글쓰기는 지금껏 이어지고 있고 이 루틴으로 얻은 것이 있다면 어느새 글 쓰는 일이 제일 좋아하는 취미이자 일이 되었다는 것.


또 하나  덤으로 얻은 것은 12년 세월의 흔적이 고스란히 남아있어서 인생의 발자취를 돌아볼 수 있는 아카이브가 되어주는 증거물 보관함을 갖게 된 것이다.


그중 나에게 가장 큰 변화의 선물로 찾아와 준 운명적인 사건이 있어 기록의 힘을 빌려 적어본다.


10년 전 2014년에는 아들이 16살, 딸은 14살, 중3, 중1 귀엽고 예쁜 시절이다.

지나고 나니 예쁜 시절이었다는 거다~ㅎ

10년 전보다 조금 더 예전으로 가보자,

2012년 아들이 중학교에 입학했을 때까지는 괜찮은 시간이었다.  입학성적도 좋았고 심지어 영재반에 합격해 똑똑한 아들로 열심히 공부해서 과학고에 진학하고 카이스트나 스카이대학은 충분히 가는 줄로 착각하며 행복했던 시절이었다.


그러나, 현실은??

2012년부터 2024년 1월까지 근 12년 동안 공부와는 거리가 먼 시간을 보낸 아들이었다.

그동안 우리 부부와 시댁, 친정 부모님들까지 모두 얼마나 노심초사하며 살았는지.....

예전의 총명하고 열심인 아들, 손자를 기억하며 이제나저제나 제자라로 돌아올 날을 기다리며  얼마나 애가 탔는지?

그러나 아이는 이런 어른들의 속물적인 욕심에 눌려서 다시는 예전의 모습으로 돌아오려 하지 않았다.

적어도 내가 보는 관점에서는 그랬는데 아이도 얼마나 다시 돌아가기를 원했을까?


뇌가 부리는 마법
 

중학교 아이들의 뇌는 편도체가 과도하게 활성화되는 경우가 많아 게임에 빠지거나 아들처럼 공부는 등한시하고 도파민이 나오는 행동들  자전거(묘기부리 듯 아슬아슬하게 ) 타기나 친구들과 위험한 장난을 하기도 한다.

이런 뇌과학적 원리를 그때 알았더라면  편도체가 안정되도록 아이에게 잔소리하거나 억지로 학원에 보내는 그런 어리석은 짓은 하지 않았을 텐데...

그저 흐르는 시간이 아쉬워 마음을 졸이며 살았던 그때 그 시간...


소중한 시간을 저렇게 흘려보내면 공부 잘하던 그 시절로  돌아가기 힘들 텐데... 하는 걱정으로  어떻게

하면 아이가 다시 제자리로 돌아올 수 있을지 고민하던 날들이 이렇게 12년을 가져가 버렸다.


만일 아이의  공부에  신경을 쓰지 말았더라면?

그건 부모로서 말이 안 되는 일인 것 같고,  아이의 편도체가 안정되도록 마음을 편안하게 해 주고 소통이 된 다음 이야기를 했어야 알아들었을 텐데 그걸 몰라서 12년 동안 전쟁을 치르며 살았던 것 같다.

지금 내가 언급한 편도체 안정이라는 것은 김주환 교수님의 <내면 소통>이라는 책과 유튜브 강연을 통해 알게 된 이론이다.

마음 근력을 키우는 게 가장 중요하다는 이론을 이제야 알았으니 적용할 세가 없는 세월을 산 거다. ㅠ


그렇다고 아무 노력 없이 허송세월만 보낸 것은 아니다. 나름대로 부모교육도 받고 가족심리학에 관한 책을 섭렵하며 대화법을 배우고 실행해 보며 노력하는 12년의 시간을 통해 <내면 소통>에서 말하는 마음 근력을 키워야 한다는 뇌과학적 이론을 이해할 수 있었는지도 모른다.


아이들이 어릴 때도 김주환 교수님의 <회복탄력성>이라는 책으로 어느 정도 이해는 했지만 마음 근력을 키운다는 생소한 이론은 나 스스로에게 적용하기도 쉽지 않은 수준의 내면 상태를 가지고 있던 나였기에 스스로 자주 날뛰는 편도체에 끌려다니는 상황에서 아들을 케어하기에는 역부족이었을 터였다.


공부나 중요한  일을 안정적으로 수행하려면 편도체는 안정되고 전전두피질(mPFC)이 활성화되어야 편안한 마음으로  할 수 있다고 한다.

내면소통/뇌신경계이완 명상



편도체가 활성화되면 눈빛이 달라진다!

처럼 무지한 상태에서도 아이의 상태가 어떤지 알 수 있는 것은 눈빛이다.

편도체가 날뛸 때의 눈에는 살기가 보인다.

아마도 짐승이 쫓아오는 비상상태의 뇌에서는 이 상황을 빨리 벗어나려고 하는 생존 욕구만 남아서인지 아이의 달라진 눈빛에 놀라 대화조차 시도하기 어려운 상태일 때가 많았다. (이런 눈빛은 중학교 교실에 가면 흔하게 볼 수 있다는 걸 알게 되며 가슴을 쓸어내림)


우리 부부가 이런 이론을 빨리 알아서 아이의 상태가 나쁠 때는 대화를 하지 말고 기다리며 조절을 잘했으면 좋은데, 그때는 잘 몰라 이 날뛰는 편도체를 지닌 들짐승 같은 아이와 부딪친 적도 여러 번이다.


그러나 신기하게도 우리의 신체는 아주 오랜 기간  편도체가 날뛰는 삶을 살지는 못한다고 한다. 항상 이런 상태에서 살다 간 늘 흥분된 상태라 건강에 문제가 생길 수도 있을 듯하다.


철드는 시기가 올 때까지

사람은 대부분 만 24세~25세가 되면 뇌의 전전두피질의 위치가 안정되어 자리를 잡고 그때부터는 일명 철이 든다는 표현이 나올 만큼 웬만하면 각자의 자리에서 안정된 삶을 살아간다고 한다.

물론 전전두피질이 활성화된다고 해서 만 24세가 되면 모두 열심히 공부를 잘하는 사람이 된다는 것이 아니라 자신 앞에 놓인 일을 안정감 있게 책임을 다할 수 있는 일명 사람의 자리로 간다는 것이다.


그러고 보니  우리 아들의 나이도 올해로 만 25세가 되었다.

대학 졸업을 앞둔 1월까지 공부는 안 하고 편하게 주식이나 로또를 사서 당첨되면 한강뷰가 보이는 아파트를 사고 강남에서 살겠다던 아이.

알바(아르바이트)로 전전하며 살던 아이는 졸업시즌이 되자 아무 자격증도 없이도 취업이 가능하다는 00 기관에  입사해  위험 물질이 가득 노출된 현장에 며칠 출근하더니 혹독한 현실에 놀랐는지 스스로 버렸던

자신의 자리를 찾겠다는 선언을 하게 된다.


아들은 1월부터 취업에 필요한 학과 관련 기사 시험 준비를 하게 되는 데...

근 12년을 제대로 공부해  본 적 없이 허송세월을 살던 습관은 단 1시간도 책상에 앉아 책을 보는 게 힘들어 도서관에 가서도 스마트폰 보는 시간이 80%였을 정도로 산만한 상태였던 아들.

아들이 엉덩이 붙이고 교재를 읽고 머릿속에 담으려면 얼마나 많은 인내가 필요할까?

그동안 엄마가 제안하는 모든 일들을 거부하던 아이로부터 처음으로 구원 요청을 받게 되고 드디어 나 역

시 엄마의 역할을 수행할 수 있는 기회를 누리게 된다.


<일주일 내내 도서관으로 출근하는 아들>

 

전전두피질(mPFC)이 활성화되면?

24세의 뇌는 전전두피질이 활성화되면 무서운 속도로 지식을 습득한다. 

공부에 담쌓던 아이는 3월에 친 1차 시험에 무난하게 합격을 하게 된다. 한 번의 성공이 가져온 자신감으로 다시 2차 시험에 도전하게 되고 5월에 치른 2차 시험도 좋은 점수로 합격을 하게 된다.

신기한 일은 여기서 끝이 아니다. 이왕 시작한 자격증 공부를 더 해서 기사 자격증 하나를 더 준비해 보겠다는 아이는 바로 시험준비에 들어갔고 7월과 10월에 치른 1,2차 시험도 높은 점수로 합격을 한다.


그동안 내가 했던 노력은?

아이에게 해 줄 수 있었던 것은 특별한 것이 없다.

아이와 함께 도서관으로 걸어가며 이런저런 힘 되는 말을 해주고 함께 앉아 책을 읽고 도시락을 먹고 도서관 근처 산책을 하며 점점 편도체가 안정되고 전전두피질이 활성화되는 시간을 함께했다.

그 과정 중에는 아이와 나눈 긍정적인 대화가 있고 매일 같은 길을 걸으며 변화하는 자연의 모습에 감탄하는 마음의 힐링이 있었다.


그중 가장 중요한 것은 먹거리다.  

그동안 무질서한 생활과 자극적인 먹거리로 몸에 아토피가 심해진 아들을 위해 가급적 자연적인 식단으로 직접 만든 두유와 떡, 과일, 계란, 고구마, 호박, 야채찜 등 이런 자연 먹거리로 가벼운 식사를 하며 몸과 마음이 함께 치유되며 점점 공부에 집중할 수 있게 된 것 같다.


친정어머니가 만들어주신 콩시루떡 (집에서 찌느라 시루 구멍을 메운 고구마가 단맛을 더해줌)

기사 시험은 몇 달 정도 준비하는 동안 집중이 필요한 과정이다.

내용도 꽤 많아 스스로 정리할 부분도 많다.  그래서 제대로 마음먹지 않으면 쉽게 합격하기 힘든 시험이다.  아이는 이번 시험을 위해 스스로 교재를 만들며 여러 번 다시 고치고 쓰고 다듬으며 완성도 높은 교재가 되어가는 만큼 자존감도 함께 높아지고 늘 부정적이던 마음이 긍정으로 옮겨갔다.


어느새 아들은 미래를  꿈꾸고 계획하는 뇌로 변화되어 5년 후 10년 후에 하고 싶은 일이 생겼다며 설레는 하루를 살고 있다.

미래를 위해 당장의 행복을 접고 애쓰는 것이 아니라 미래의 꿈을 이루기 위해 현재 노력하는 시간을 귀하게 여길 수 있는 마음이 생긴 것이다.


아이와 사계절을 함께 하며 계절의 시기에 따라 꽃 피고 열매 맺는 나무처럼 스스로 변화하는 게 우리 사람이라는 걸  배우게 된 과정이다.

부모라 할지라도 아이를 좋은 곳으로 끌로 갈 수는 없다.  그저 지켜보고 필요할 때 도움이 되는 것 그것이 부모의 자리라는 걸 이렇게 오랜 시간을 거쳐 알게 된 것이 아쉽기도 하지만 감사함이 더 큰 요즘이다.


12년 전 점을 봤다면 어떤 점괘가 나왔을까? 

사람의 자리를 안다면 모두가 잘 될 운명이 아닐까?

하루하루 나를 살피고 내가 나를 돌보는 마음을 알면 감사한 삶을 사는 우리가 되고 그런 삶이 미래의 운명을 만들어 나가는 게 아닐까?

<도서관 가는 길목에서 아이가 매일 찍어 올린 산수유나무 사진>


아이와 도서관 가는 길에 서있던 산수유나무는 1월에는 아무것도 가진 것 없이 걸어가는 우리처럼 황량하더니 계절을 지내며 꽃피고 10월이 되자 파랗던 열매가 어느덧 빨갛게 익어있었다.


아무도 나무에게 빨리 열매 맺고 익으라고 재촉하지 않는다.

사람들도 각자 다른 시간이 있음을 알고 기쁘게 바라보는 것 만이 우리에게 주어진 권리다.  


하루의 기록이 모아져 나를 알아가는 시간이 되고 누군가를 이해하고 기다려 줄 수 있는 자리로 한걸음 두 걸음 옮겨지는 의미 있는 시간을  사랑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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