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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해질녘 Feb 26. 2024

치숙

어리석은 아저씨

채만식 소설가. 1902년 전라북도 옥구에서 태어났다. 중앙고보를 거쳐 일본 와세다 대학 영문과를 중퇴했다. 1925년 「조선문단」에 단편 「세 길로」가 추천되면서 등단해 우리 민족과 사회 현실을 제재로 삼아 풍자적인 작품을 주로 발표했다. 1950년 세상을 떠났다. 주요 작품으로 「레디메이드 인생」 「치숙」 「미스터 방」 「논 이야기」 등의 중단편소설과 「탁류」 「태평천하」 등의 장편소설이 있다.


일제시대 내 글이 누군가에 의해 검열되고 출판이 좌지우지된다면 나는 어떤 글을 써서 이 사회를 풍자해야 할 것인가. 겉으로는 친일 하면서 어리석은 사람을 비판하는 소설은 괜찮을 것 같은 스토리가 미루어 짐작된다. 그런데 치숙은 누구를 가리키는 것일까.


단순히 빨갱이만 지칭한다고 할 수 없을 것이다. 사회주의 근본이념은 공산이다. 공산당이 아니라 함께 재산을 관리하고 함께 잘 살아보자는 겉으로 보기엔 그때 당시만 해도 헐벗고 굶주린 사람들에게는 획기적인 사회이념이 될 수 있다는 사실이다.


사회주의가 무조건 나쁘다고 생각하지 않는다. 자본주의 사회 속에서 자본의 논리대로만 세상이 움직인다고 할 수 없는 것이 현실이다. 그런 의미에서 사회주의를 연구하고 탐구하는 것은 공익을 실현하거나 실천하기 위한 사람들이 알아야 할 이념이 될지도 모른다고 생각한다.


그것이 꼭 사회주의라는 이념을 들먹이지 않아도 자본주의 사회에 적응하지 못하는 사람들을 위한 사회적 배려는 꼭 필요하다고 생각한다. 그 사회적 배려가 공산주의 이념과 같다고 생각하지 않는다. 그런데 사회는 여전히 그런 행위나 생각에 대해 빨갱이라는 말을 서슴없이 뱉어 내고 있다.


우리가 아는 사회주의 도서라 불리는 불온서적을 한 번이라도 읽어본 사람에게는 그 사상이 쉽게 물들 것을 염려하지만 요즘 시대에 금서라는 것은 거의 없을 정도로 정보의 접근성이 용이하다. 전자책으로도 읽을 수 있고 마르크스나 공산주의라는 용어에 대해 금지하지도 않는다.


그것은 그만큼 사회가 성숙했고 어떤 이념에 대해서도 탄압하지 않는다는 것이다. 그때 당시만 해도 가능하지 않은 현실이 자유 대한민국에서는 가능하지만 우리가 실제로 아는 공산주의 국가 북한에서는 유토피아가 아니라 독재주의 사회로 전 세계로부터 고립된 디스토피아가 되었다. 그런데 기득권은 벌써 자본주의 사회에 물들었지만 공산주의를 옹호하며 국민들을 치숙과 다름없는 사회로 만들어 버렸다. 갇혀 버린 사회주의는 오히려 국민들을 굶주리게 만들었다.


79쪽 고생을 낙으로, 그 쓰라린 맛을 씹고 씹고 하면서 그것에서 단맛을 알아내는 사람도 있느니라. 사람도 있는 게 아니라 사람마다 무슨 일에고 진정과 정신을 꼬박 거기다가 만 쓰면 그렇게 되는 법이니라. 그러니까 그찜 되면 그때는 고생이 낙이지. 너이 아주머니만 두고 보더래도 고생이 고생이면서 고생이 아니고 고생하는 게 낙이란다.


"그들은 사도들의 가르침을 받고 친교를 이루며 빵을 떼어 나누고 기도하는 일에 전념하였다. 그리고 사도들을 통하여 많은 이적과 표징이 일어나므로 사람들은 저마다 두려움에 사로잡혔다. 신자들은 모두 함께 지내며 모든 것을 공동으로 소유하였다. 그리고 재산과 재물을 팔아 모든 사람에게 저마다 필요한 대로 나누어 주곤 하였다. 그들은 날마다 한마음으로 성전에 열심히 모이고 이집 저 집에서 빵을 떼어 나누었으며 즐겁고 순박한 마음으로 음식을 함께 먹고, 하느님을 찬미하며 온 백성에게서 호감을 얻었다. 주님께서는 날마다 그들의 모임에 구원받을 이들을 보태어 주셨다." (사도행전 , 2,42~4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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