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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해질녘 Mar 01. 2024

노새 두 마리

내 문장을 고집하는 글쓰기

최일남 소설가, 1932년 전북 전주에서 태어나 서울대 국문과를 졸업했다. 1953년 「문예」에 단편 「쑥 이야기」가 추천되고, 1956년 「현대문학」에 단편 「파양」이 추천되어 등단하였다. 오랫동안 언론인으로 일했으며, 소설에서는 소시민의 일상사와 시골 출신 도시인들의 내면 심리 등을 해학적으로 묘사하였다. 주요 작품으로 「흐르는 북」 「타령」 「노새 두 마리」 「장씨의 수염」 등이 있다.


내 글은 나의 성향을 그대로 반영한다. 고집스러운 내 문장을 고쳐보고 싶을 뿐이다. 십 년도 아니고 이삼십 년을 나는 글을 쓰면서 살아왔다. 보여주기 위한 글도 아니고 그냥 나를 위한 글이다. 내 글은 노새 한 마리 같다. 세월이 변하고 시대가 변했지만 고집스레 편지를 쓴다거나 종이에 글을 쓰는 것을 더 좋아한다.


사람들을 위한 글을 쓴다고 하지만 정작 나를 위한 글뿐이다. 나를 위한 위안과 치유를 위해 펜을 든다. 무거운 내 마음의 짐을 덜어내기 위해 나는 내가 할 일을 뒤로한 채 펜을 든다. 쓸데없는 생각들과 좀처럼 집중이 되지 않는 책을 붙들다가 글을 다시 쓴다. 그냥 생각나는 대로 흘러가는 대로 내 글에 나를 맡겨 본다.


오늘은 머리도 무겁고 마음도 무겁다. 피곤한 몸을 이끌고 책상에 앉았더니 잠부터 쏟아진다. 잠을 이겨내기 위해 펜을 들거나 책을 읽어도 쉽사리 이겨낼 수 없어 잠시 엎드려 잠을 청한다. 팔을 베개 삼아 엎드렸지만 잠이 들지 않고 팔에 머리가 미끄러져 소스라치게 놀라 다시 정색하고 앉아서 펜을 든다.


그래도 잠이 들려고 했던 나의 몸은 여전히 잠을 청하고 싶어 했다. 다시 눈을 붙이고 싶었지만 내가 해야 할 일들을 마무리하지 못했다는 생각에 다시 책을 붙들지만 잡생각만 가득하다. 이것도 저것도 아무것도 되지 않는 하루가 지나가고 있을 뿐이다.


여기까지가 어제 잠들기 전에 내가 쓴 글이다. 피곤에 지친 기색이 역력한 나의 문장이다. 노새 두 마리를 읽고 쓴 문장들이지만 책도 읽히지 않고 글도 쓰이지 않는 것을 억지로 말을 만들어서 나의 글을 완성하고 있었다. 보여주기 위한 글이 아니라 그냥 그때 상태의 나를 그리고 있었다. 노새를 찾기 위해 이리저리 돌아다닌 것 같은 힘든 여정이었다. 그 노새는 나의 글이 되어 여러 사람들 마음을 헝클어 놓은 것 같다.


하루가 지나고 또 하루가 지난다. 글 없는 하루가 지나고 나면  하루가 속상하다. 아무것도 하지 않고 하루를 보낸 것처럼 공허하다. 소설 읽기가 끝나고 나면 수필 읽기를 시작할 것 같다. 수필 속에서 작가들의 다양한 이야기들을 들으면 새롭게 글을 쓸 수 있을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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