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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해질녘 Apr 03. 2024

좋은 사람

장영희

걸핏하면 남에게 양보하기를 좋아해 제 것 제대로 못 챙기고, 마음이 너무 좋아 약삭빠르고 계산적인 데가 없으니, 남에게 이용만 당하고 사회에서 성공하지 못할까 봐 걱정이라는 것이다. 69쪽


이 형용사가 사람을 수식하면 대부분 특정한 인간적 성향을 설명한다. 적어도 개인적으로 내가 느끼는 좋은 사람은 사회적 위치나 재정적 상태와는 상관없이 별로 튀지 않고 마음이 넓고, 정답고, 남의 어려움을 잘 이해할 줄 아는 사람이다.


그런데 우리는 간혹 그 사람, 사람은 좋은데...라는 말을 하며. 말끝에 보통 '맺힌 데가 없다'든지 '악착같은 데가 없다.'든지를 덧붙여서, 동생의 말처럼 약삭빠르지 못하고, 세상의 경쟁에서 살아남기에는 부적격한 사람으로 판정할 때의 기준으로 삼곤 한다. 70 쪽


나는 이 글을 읽으면서 부끄럽지만 내 이야기를 하고 있는 것 같아서 어디 쥐구멍에라도 숨고 싶었다. 위의 글처럼 나는 좋은 사람일 뿐이다. 약간은 어리숙하면서도 사람 좋은 그런 류의 사람이었던 것이다. 나는 그렇게 밖에서는 좋은 사람뿐인 그런 사람이었고 집에서는 그러지 못했다. 살림살이도 꼼꼼히 하지 못했고 설렁설렁 대충대충 하는 것이 몸에 배어서 그런지 그런 습관은 쉽게 고쳐지지 못했다. 나는 좋은 사람이 아니라 집에서는 나쁜 사람이었다. 안에서도 밖에서도 똑같이 행동하지 않는 나는 사회적 시선을 더 두려워하는 그런 류의 사람이었던 것이다.


나는 밖에서 좋은 사람이라는 평가를 받기보다 우리 가족에게 좋은 사람이라는 평가를 받고 싶다.


정말 누구의 마음에 좋은 사람으로 남는 게 얼마나 힘들고 소중한지 깨닫기 시작한다. 누군가 단 한 사람이라도 따뜻한 마음, 아끼는 마음으로 날 좋은 사람으로 기억해 준다면 수천수만 명 사람들이 다 아는 유명한 사람이 되는 일보다 훨씬 의미 있는 일이기 때문이다. 71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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