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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해질녘 Apr 05. 2024

재능 없는 사람은 없다.

김규동

99쪽 글을 썼다기보다 글이 걸어 나왔어요.


103쪽 전 시인이 됐지요. 이게 나의 사명이라 믿은 거예요. 선생님으로부터, 부모님으로부터 공부 못 한다는 핀잔을 받을 때마다 스스로를 칭찬했어요. "김규동, 너는 잘하고 있어. 앞으로 훌륭한 시인이 될 거야." 국어교과서 작품 읽기 중3 수필


나의 재능도 나는 글쓰기라고 생각한다. 잘 쓴다고 칭찬받거나 상 받은 적은 없지만 글쓰기는 나의 일상이었다. 고등학교 시절부터 머리가 희끗해진 사십 대 중후반의 지금도 글쓰기는 내가 할 수 있는 유일한 일이었다.


글 쓰기는 일이 아니라 나의 벗이었다. 매일 나의 벗에게 편지를 쓰는 것처럼 나는 공부를 할 때도 힘들어 죽을 것만 같은 고통 속에서도 나는 나의 벗에게 모든 것을 털어놓았고 그 벗은 언제나 나를 위로해 주었다. 쓰는 것이 내 인생의 전부라고 할 정도로 나는 글을 통해 문학을 배우고 인생을 배웠다.


공부를 하다가 집중이 잘 되지 않으면 책을 읽고 항상 노트의 뒷장에 나의 글쓰기 벗을 부르며 시간 가는 줄 모르고 이러쿵저러쿵 나의 이야기를 쏟아냈다. 그래서 그런지 나는 내가 해야 할 공부는 항상 뒷전이었다. 내가 공부를 잘했던 것은 아니었지만 글쓰기만큼은 살아오면서 잘했다는 것을 느낄 때가 많다.


글을 쓰면 때론 시인이 되고 수필가가 되고 소설가가 된다는 것이다. 글을 쓰면 세상이 보이고 사람이 보인다. 글을 쓰면 스스로가 하고 싶은 일이 보일 때가 많다. 글을 쓰면서 발견하는 기쁨들이 더 많다.


어떻게 글을 쓰지 않고 살 수 있을까라는 생각이 여기에 미치자 나는 글쓰는 사람으로 살기로 했다. 지금도 글쓰는 사람이지만 이전까지는 남들에게 내 글을 보여줄 글도 많지 않았고 내가 글을 쓰는 사람으로 보여주기 위한 글은 잘 쓰지 않았다. 단지 글은 해야만 하는 과제의 일부였을 뿐이다. 스스로가 그렇게라도 글을 쓰지 않으면 남는 것이 없을 것 같아서 책을 읽고 글을 쓰기 위해 노력했다. 그 노력들이 모여 나의 재능이 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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