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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조현수 Feb 18. 2021

유재하 가리워진 길

-오늘은 이 노래

커버 이미지 : 유재하의 「가리워진 길」 앨범


가리워진 것은 안타깝다

그것이 사랑이든 우정이든 승진이든 확실한 병명을 알 수 없는 고통이든...

가리워진 길 위에 서 있으면 통증이 느껴진다.

보일듯 말듯 가물거리기에 더욱 고통스러운 길

"그대여 힘이 돼주오, 나에게 주어진 길을 찾을 수 있도록"

노래 가사가 참 절실하게 가슴에 와 닿는다.


혼자서 가기엔 아득하고 멀기만 해서 엄두가 안나지만 , 왠지 그대가 있으면 갈 수 있을 것 같은 가리워진 길.

결코 나약해서가 아니다.

아주 강한 사람들도 때로는 흔들린다.

우리 모두는 훤하게 탁 트인 길이 아닌, 내일을 알 수 없는 가리워진 인생의 길 위에 서있다.


젊은 날의 길엔 유독 안개가 많이 끼고, 미래를 알 수 없는 가리워진 길 위에서 방황을 하게 된다.

프루스트의 시 「가지 않은 길」처럼 선택하기가 쉽지 않은 인생길이기에 더 힘겹다.

오랜 세월이 지난 후 어디에선가
나는 한숨지으며 이야기할 것입니다
숲 속에 두 갈래 길이 있었고, 나는-
사람들이 적게 간 길을 택했다고
그리고 그것이 내 모든 것을 바꾸어 놓았다고  
 출처 : 프루스트의 시 「가지 않은 길」 부분


자신이 선택한 길보다 더 빛나고 화려한 길이, 어딘가에 반드시 있을 것 같은 예감이 들어 망설이고 흔들리게 된다.

선택을 하고 나면 자신이 책임을 져야 하는 부담감이 뒤따르기 때문이다.


유재하의 「가리워진 길」은, 「가지 않은 길」 보다 더 힘든 길인 것 같다.

그대가 힘이 되어 주지 않으면, 찾을 수 조차 없고 선택할 수 없는 길이기에.

보일듯 말듯 가물거리는
안개속에 싸인 길
잡힐 듯 말 듯 멀어져 가는
무지개와 같은 길
그 어디에서 날 기다리는지
둘러 보아도 찾을 수 없네
그대여 힘이 돼주오
나에게 주어진 길
찾을 수 있도록
그대여 길을 터주오
가리워진 나의 길
이리로 가나 저리로 갈까
아득하기만 한데
이끌려 가듯 떠나는 이는
제 갈길을 찾았나
손을 흔들며 떠나 보낸 뒤
외로움만이 나를 감쌀 때
그대여 힘이 돼주오
나에게 주어진 길 찾을 수 있도록
그대여 길을 터주오 가리워진 나의 길

출처 : 유재하 「가리워진 길」 가사


유재하의 노래를 듣고 있으면, 자욱한 안개속에 싸인 가리워진 길이 눈 앞에 보인다.
30년이 지난 노래지만 아직도 젊음의 불안과 방황이 느껴진다.


유재하는 "짧은 생애와 단 한 개의 앨범만을 남겼지만, 대중음악사에 큰 족적을 남긴 위대한 인물이란 말이 아깝지 않은 가수"이며, "1집이자 유작인 「사랑하기 때문에」 는 지금 들어도 놀라울 정도로 세련되고 단아한 앨범이다."라는 평을 듣고 있다.

가리워진 길을 벗어나 햇살이 쏟아지는 길을 걸어보지 못하고, 25세의 나이에 교통사고로 일찍 세상을 떠난 가수의 노래이기에 더욱 가슴 아프다.


많은 사람들이 아직 이 노래를 들으며 위안을 받고 있다고 말한다.

노래를 부른 가수는 떠나갔지만, 그의 노래는 세월이 흘러도 오늘도 사람들과 함께 살아간다.

그대여 힘이 돼주오 / 나에게 주어진 길 / 찾을 수 있도록 / 그대여 길을 터주오 / 가리워진 나의 길


우리가 누군가의 손을 잡아줘서 가리워진 길을 벗어날 수 있다면...

"이리로 가나 저리로 갈까, 아득하기만 한" 누군가의 앞날에 한 줌 불빛이 될 수 있다면...

힘든 누군가를 응원하고 싶은 날, 유재하의 「가리워진 길」을 조용히 들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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