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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조현수 Jan 28. 2021

산울림의 청춘

-오늘은 이 노래

커버 이미지 : 산울림의 「청춘」앨범


‘청춘’이라고 발음하면 왠지 가슴이 뛴다.

막상 청춘으로 살던 그 시절엔 그 의미를 모르고, 지나고 나서야 비로소 그리워지는 이름

“청춘, 이는 듣기만 하여도 가슴이 설레는 말이다”

국어 교과서에 실린 민태원의 '청춘예찬'에 나오는 구절로 기억된다. 정말 멋진 표현이다.


그러나 청춘은 설렘만이 있는게 아니다.

감내할 수 없는 그때만의 고민으로 힘들었기에, 막상 그 시절 속에서는 행복을 느끼지 못하는 건 아닐까?

불면의 밤으로 뒤척이다 희뿌연히 밝아오는 새벽을 맞이하던 시절, 내 곁에 함께하던 노래가 있었다.

바로 산울림의 「청춘」이다.          

언젠간 가겠지 푸르른 이 청춘
지고 또 피는 꽃잎처럼
달 밝은 밤이면 창가에 흐르는
내 젊은 연가가 구슬퍼
가고 없는 날들을 잡으려 잡으려
빈 손짓에 슬퍼지면
차라리 보내야지 돌아서야지
그렇게 세월은 가는 거야
나를 두고 간 님은 용서하겠지만
날 버리고 가는 세월이야
정 둘 곳 없어라 허전한 마음은
정답던 옛 동산 찾는가
언젠간 가겠지 푸르른 이 청춘
지고 또 피는 꽃잎처럼
달 밝은 밤이면 창가에 흐르는
내 젊은 연가가 구슬퍼

출처 : 산울림의 「청춘」 가사 일부   

       

산울림은 대표적인 록밴드. 대한민국 대중 음악사에서 절대 빼놓을 수 없는 전설적인 락밴드로 평가받는다. 1977년 <아니 벌써>로 데뷔했으며 삼 형제로 구성된 가족밴드다. 초기(1~3집)에는 펑크 록 느낌의 디스토션이 강한 공격적인 사운드를 많이 보여줬는데 이 스타일은 영미 록의 프로그레시브나 사이키델릭 성향과 비슷해 보이면서도 실제로는 어떠한 선대 록 음악의 성향도 받아들이지 않은 산울림만의 독창적인 작법이었다. 실제로 삼 형제는 데뷔 전 대학 그룹사운드가 흔히 하던 카피를 단 한 번도 하지 않았다고 한다. 대신에 처음 밴드를 시작할 때부터 작곡에 몰두 데뷔 시점에 이미 상당한 분량의 창작곡이 있었다. 산울림의 초반이 그야말로 전설로 남게 된 것은 미숙한 실력과 부족한 장비를 가지고도 도달하였던 파격에 가까운 독창성 때문이다.
                                                                             출처 : 나무 위키     


산울림의 탄생은 대단했다.

독창적인 창법과 다양한 시도는 많은 명곡을 세상에 내놓았다.

〈아니 벌써〉, 〈아마 늦은 여름이었을 거야〉, 〈문 좀 열어줘〉〈내 마음에 주단을 깔고〉, 〈나 어떡해〉〈찻잔〉, 〈창문 너머 어렴풋이 옛 생각이 나겠지요〉 〈내게 사랑은 너무 써〉, 〈회상〉〈그대 떠나는 날에 비가 오는가?〉등 내가 좋아하던 노래는 너무 많다.

그리고 국민 동요 곡인 〈산할아버지〉와 〈개구쟁이〉는 신나게,〈꼬마야〉는 감미롭게,〈안녕〉을 부를 때는 슬픔으로 눈물짓곤 했었다.

얼마 전 아이유와 김창완이 함께 부른 〈너의 의미〉는 너무 아름다웠다.     


산울림의 독특한 음색으로 부른 ‘청춘’은 한 편의 시다.

어떤 이야기로 어떤 노래로 청춘을 이보다 더 잘 표현할 수 있을까?

아름다우면서도 처절하게 슬프기도 하고, 미래의 불안으로 가슴이 뛰던 시절의 연가이다.

가슴 벅찬 사랑으로, 때로는 세상이 무너지는 이별로 흔들리던 우리들의 청춘을 그대로 선율에 담았다.


얼마 전 인기리에 방송되었던 드라마 「응답하라 1988」의 OST를, 김필과 함께 김창완이 피처링해서 화제가 되었다.

드라마 OST는 대부분 인기를 끌고 사람의 감정을 움직이지만,「응답하라 1988」의 ‘청춘’만큼 사람들의 감정을 흔들기도 쉽지 않을 것이다.

특히 청춘을 지나 이제는 중장년의 원곡자인 김창완이 김필과 함께 부르니 감동이 더했었다.

영혼을 적시는 김필의 목소리에, 인생을 담은 김창완의 목소리, 그리고 노랫말이 더해져 듣는 사람은 누구나 철학자가 된 듯한 착각에 빠질 것 같았다.


‘청춘’과 함께 들으면 딱 어울리는 노래가 있다.     

바로 그 노래는 〈창문 너머 어렴풋이 옛 생각이 나겠지요〉이다.      


그런 슬픈 눈으로 /  나를 보지 말아요 / 가버린 날들이지만 / 잊혀지진 않을꺼예요 / 오늘처럼 비가 내리면은 / 창문 넘어 어렴풋이 / 옛 생각이 나겠지요 /

그런 슬픈 눈으로 / 나를 보지 말아요 / 가버린 날들이지만 / 잊혀지진 않을꺼예요 / 생각나면 들러봐요 / 조그만 길모퉁이 찻집 / 아직도 흘러나오는 / 노래는 옛 향기겠지요 / 그런 슬픈 눈으로 / 나를 보지 말아요 / 가버린 날들이지만 / 잊혀지진 않을꺼예요/

생각나면 들러봐요 / 조그만 길모퉁이 찻집 / 아직도 흘러나오는 / 노래는 옛 향기겠지요

출처 : 「창문 너머 어렴풋이 옛 생각이 나겠지요」 가사 일부     


지금 청춘의 열병을 치르고 있거나, 청춘을 아득히 지나온 사람, 청춘을 맞이하려는 사람들 모두에게, 한 번쯤은 산울림의 노래를 권하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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