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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조현수 Jan 06. 2021

마음이 따뜻해지는 시

-오늘의 시

친구를 만나러 가는 길, 지하철역에서 고영 시인의 ‘탈모’라는 시를 보았다.

짧은 시였지만 여운이 길게 남는 따뜻함이 있었다.

그리고 가끔 이 시가 생각났다.    

      

살아생전 유난히 꽃을 좋아하시던 어머님이 하늘 정원에 꽃나무를 심으시나 보다   

자꾸     
내 머리카락을 뽑아가신다     

출처 : 고영의  「 탈모」     


요즘은 여러 가지 이유로 탈모 때문에 고민하는 사람들이 많다.

생전에 꽃을 너무나 좋아하시던 시인의 어머님이, 아름다운 하늘 정원을 가꾸기 위해 사랑하는 자식의 머리카락을 뽑아가신다는 시를 읽고, 많은 위안을 받았으면 좋겠다.

잠시나마 탈모의 스트레스에서 해방되었으면 좋겠다.

‘얼마나 자식이 보고 싶었으면, 사랑하는 자식의 머리카락을 뽑아 영원히 자신 곁에 두고 싶어 하시는 걸까?’

‘머리카락이 뽑히는 상황을 시인은 어떻게 어머님이 하늘 정원에 꽃나무를 심는다고 생각한 것일까?’

읽을수록 모자간의 사랑과, 회한과, 슬픔과, 아름다움이 느껴지는 시다.


하청호 시인의 「풀베기」는 자연과의 사랑까지도 소중하게 인식시켜 주는 따뜻한 시다.     


풀을 벤다
머리채 잡듯 거머쥐고
낫질을 한다

얘야, 아무리 잡풀이지만
그렇게 잡으면 못쓴다
풀을 잡은 아버지 손을
가만히 보니
풀을 쓰다듬듯 감싸고 있다  
 
아버지 눈빛이
하늘색 풀꽃처럼 맑다

출처 : 하청호의   「풀베기」     

이런 아름다운 시를 읽고 자란 아이들은 세상을 바라보는 눈이 따뜻할 것 같다.

아무리 잡풀이지만 머리채 잡듯 하지 말고, 쓰다듬듯 감싸는 마음으로...

     

"작고 여린 존재를 향한 시"를 쓰는 나태주 시인

따뜻한 감성으로 사람들의 마음에 큰 울림을 주는 시가 많지만, 「멀리서 빈다」는 특히 코로나로 인해 힘든 날에 따뜻함을 안겨주는 시다.


“가을이다. 부디 아프지 마라를 마라”를~ “추운 겨울이다. 부디 아프지 마라”로 바꾸어 보면서, 누군가를 위해 멀리서 빌어보는 시간을 가지는 것도 의미 있을 것 같다.

          

어딘가 내가 모르는 곳에
보이지 않는 꽃처럼 웃고 있는
너 한 사람으로 하여 세상은
다시 한 번 눈부신 아침이 되고   
 
어딘가 네가 모르는 곳에
보이지 않는 풀잎처럼 숨 쉬고 있는
나 한 사람으로 하여 세상은
다시 한 번 고요한 저녁이 온다  

가을이다. 부디 아프지 마라.   

출처: 나태주의   「멀리서 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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