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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조현수 Dec 18. 2020

소중한 말들-천연 또는 친환경

-생각하는 보헤미안

커버 이미지 :   영화   「리틀 포레스트 」 포스터


천연이나 친환경이란 말을 쓰지 않아도 되는 날들이 있었다.

모든 것이 자연이 재료이던 시절엔 화학 성분과 환경호르몬이라는 단어들이 낯설었고 각종 알레르기와 아이들을 힘들게 하는 아토피 피부염도 별로 없었다.

그야말로 모든 것들은 천연성분, 친환경적인 것들로 가득했었다.


요즘은 유기농, 무농약이  표기되어 있는 친환경 농수산물이 가격은 비싸지만 소비자들의 신뢰를 듬뿍 받고 있다.

가장 신선한 야채와 과일 생선들을 재래시장에서 구입하던 사람들이 어느 날부터 발길을 돌리고 있다.

원산지 표기가 명확하지 못하고 친환경 여부를 알지 못한다는 이유로.

예전에는 "이거 얼마예요? 좀 깎아주세요"하고 가격을 흥정하던 시장이 지금은 "이거 국산인가요?" 또는 "농약 많이 쳤나요?"로 물음이 바뀌고 있다.


내가 어릴 때는 눈이 내리면 하얀 눈을 받아서 바로 먹곤 했었다. 때로는 어린 동생이 먹는 분유에 섞어서 몰래 먹으며 세상 행복해하곤 했었다.

정수기도 없이 수돗물을 그대로 마시고, 사춘기 시절엔 영화의 한 장면처럼, 비를 흠뻑 맞고 감정에 따라 울고 웃으며 뛰어다니기도 했다.

지금 아이들은 산성비 맞으면 머리카락 빠진다고 비 오는 날엔  우산을 소중히 쓰고 다니고 있다.


화학 비료를 뿌리지 않은 논에서는 벼이삭 위로 메뚜기가 뛰고, 논 바닥에는 미꾸라지와 우렁이도 많이 살았다.

배추흰나비가 날지 않아도, 교실에 무당벌레, 장수하늘소가 날아오지 않아도 요즘 아이들은 궁금하지 않은가 보다.

처음부터 이런 풍경들을 보지 못하고 자란 아이들에겐 생소한 이야기일 뿐이니까.

비 온 뒤 운동장에 엄청 큰 지렁이들이 꿈틀거리며 기어 나오면 질러대던 아이들의 소리들이 지금은 들리지 않는다.


영화 「리틀 포레스트 」 속에서는 주인공이 어릴 적 살던 시골로 내려와, 직접 농사를 짓고 엄마와 함께 하던 요리법을 기억하면서 음식을 만드는 장면들이 나온다.

자신이 먹을 식재료들을 자연적인 방법으로 농사를 지어서, 음식을 맛깔나게 만들어 먹던 장면들은 참 인상적이었다.


풍부한 천연 재료 속에서 살았던 사람들은 경제성장을 감탄하면서도, 사라져 가는 천연의 감촉과 냄새들이 아쉽기만 하다.

천연, 자연, 순수라는 말들이  다시 우리 곁으로 돌아왔으면 좋겠다.

하루빨리 친환경 먹거리들이 가득한 세상이 되었으면 좋겠다



출처 : 영화 「리틀 포레스트 」 중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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