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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조현수 Dec 08. 2020

김동률의 출발

-오늘은 이 노래

커버 이미지 : 김동률의 「출발」 앨범


새해 첫날, 월요일, 또는 새롭게 시작하고 싶은 날, 많은 사람들은 김동률의 「출발」을 듣는다.

너무 많이 들어서 식상하다는 사람도 있을 수 있지만, 사람들은 자기의 삶을 새롭게 시작하기를 소망한다.

나 또한 계획을 세우고 실천하기를 즐겨하지만 번번이 제 자리로 돌아오곤 한다.

스마트폰이 나오기 전에는 다이어리에 색색의 펜으로 한 해를 또는 한 달을 설계하곤 했었다. ‘작심삼일’이라는 좋지 못한 예언적인 말에 발이 묶여, 애써 고른 다이어리는 1월 달에서 멈추는 경우도 종종 있었지만.

끝없이 출발하고, 끝없이 멈추어 서고......

그래도 출발할 수 있는 당당함과 용기와 설레임을 나는 지금까지 사랑한다.   

       

아주 멀리까지 가보고 싶어

그곳에선 누구를 만날 수가 있을지

아주 높이까지 오르고 싶어

얼마나 더 먼 곳을 바라볼 수 있을지    

 

작은 물병 하나, 먼지 낀 카메라,

때 묻은 지도 가방 안에 넣고서     


언덕을 넘어 숲길을 헤치고

가벼운 발걸음 닿는 대로

끝없이 이어진 길을 천천히 걸어가네  

   

멍하니 앉아서 쉬기도 하고

가끔 길을 잃어도 서두르지 않는 법

언젠가는 나도 알게 되겠지

이 길이 곧 나에게 가르쳐 줄 테니까

    

촉촉한 땅바닥, 앞서간 발자국,

처음 보는 하늘, 그래도 낯익은 길     


언덕을 넘어 숲 길을 헤치고

가벼운 발걸음 닿는 대로

끝없이 이어진 길을 천천히 걸어가네   

  

새로운 풍경에 가슴이 뛰고

별것 아닌 일에도 호들갑을 떨면서

나는 걸어가네 휘파람 불며

때로는 넘어져도 내 길을 걸어가네   

  

작은 물병 하나, 먼지 낀 카메라,

때 묻은 지도 가방 안에 넣고서   

  

언덕을 넘어 숲 길을 헤치고

가벼운 발걸음 닿는 대로

끝없이 이어진 길을 천천히 걸어가네     


내가 자라고 정든 이 거리를

난 가끔 그리워하겠지만

이렇게 나는 떠나네, 더 넓은 세상으로     

김동률의 「출발」 가사     


‘출발’의 사전적 의미는 목적지를 향하여 나아가거나, 어떤 일을 시작하는 의미를 담고 있다.

오늘을 살아가는 사람들의 목적지는 과연 어디일까?   

  

아주 멀리까지 가보고 싶어 / 그곳에선 누구를 만날 수가 있을지 / 아주 높이까지 오르고 싶어 / 얼마나 더 먼 곳을 바라볼 수 있을지     

김동률의 매력적인 중저음의 목소리를 듣다 보면 예전의 젊은 나로 돌아가 어디로든 바로 출발하고 싶어 진다.     


“작은 물병 하나, 먼지 낀 카메라, 때 묻은 지도”

스마트폰과 내비게이션이 나오기 전에는 카메라와 지도는 여행의 필수품이자 보물이었다.

풍족하지 못했던 예전의 그날엔 카메라 하나를 손에 넣기 위해서 수많은 노력과 정성을 들여야 했었다.

드디어 카메라를 가지게 된 날은 잠을 설치기도 하고, 귀중한 보물을 얻은 것처럼 안고 다니기도 했었다.

사진을 찍으면 인화라는 단계를 거치기 위해 사진관에 필름을 맡겨야 했었는데, 사진을 찾으러 갈 때의 설레임은 말로 표현하기 힘들 정도였다.

여행지를 향해 출발하던 순간부터 찍은 사진이 어떻게 나올지, 찍은 장면들이 내가 생각한 대로 잘 나올지.......


국내 여행을 위해서는 종이 지도도 필수품이었다.

자동차 여행도 목적지에 도달하기 위해서는 운전자 옆 동승자는 끊임없이 종이 지도를 해석하고 길을 안내해야 했다.      


언덕을 넘어 숲길을 헤치고/ 가벼운 발걸음 닿는 대로 / 끝없이 이어진 길을 천천히 걸어가네     

지금 들어도 여전히 멋진 노래 가사다.

“아주 멀리까지 가보고 싶어”서 출발을 하고, 가벼운 발걸음으로 천천히 걷기, 가끔 길을 잃어도 서두르지 않는 마음가짐이 바쁘게 사는 우리들 마음에 여유를 가져다준다.

    

“촉촉한 땅바닥, 앞서간 발자국, / 처음 보는 하늘, 그래도 낯익은 길”

“새로운 풍경에 가슴이 뛰고 / 별것 아닌 일에도 호들갑을 떨면서”

가끔은 다시 이 시절로 돌아가고 싶다.

새로운 풍경에, 새로운 일에 가슴이 뛰면서 언제든지 출발할 수 있었던 그 시간 속으로. 별것 아닌 일에 호들갑을 떨면서 소리 내어 웃을 수 있는 철없던 시간들 속으로...   

   

내가 자라고 정든 이 거리를 / 난 가끔 그리워하겠지만 / 이렇게 나는 떠나네, 더 넓은 세상으로     


김동률은 “서동욱과 함께 만든 2인조 듀엣 그룹 '전람회'로 1993년 MBC 대학가요제에 참가해 대상과 특별상을 수상하면서 본격적인 활동을 시작, 라디오 프로그램인〈KBS 김동률의 인기가요〉DJ 활동을 했으며, 이적과 '카니발'이라는 프로젝트 그룹을 만들어 활동했다”고 한다.

대표곡으로는 ‘다시 사랑한다 말할까’, ‘사랑한다는 말’,  ‘기억의 습작’, ‘감사’, ‘출발’‘취중진담’,‘거위의 꿈’ ‘그땐 그랬지’ ‘하늘높이’, ‘희망’, ‘이제서야’, ‘다시 떠나보내다’등 헤아릴 수 없을 정도로 많다.     


세월이 흘러도 김동률의 노래에서는 아직 떨림이 묻어난다. 미지의 세계를 향해 떠나기 전의 긴장감과 설레임이 반짝인다.

어느덧 12월도 우리 곁을 떠나가고 있다. 이루지 못한 것들을 다독이며 새로운 출발을 꿈꾸어야 할 시기다.

추운 겨울날, 김동률의 「출발」을 들으며, 따뜻한 봄날을 설계해 보기를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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