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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조현수 Oct 26. 2023

어느 가을날

ㅡ금목서, 은목서가 필 때면

가을,

이맘때쯤이면 

이 길을

그냥 지나칠 수가 없다


한여름에도 외투를 입고 다니던 남자가

킁킁 냄새를 맡고 있다

금빛, 은빛 꽃향기가

오래전 잃은 

기억의 문을 두드리고 있나 보다


아기를 안고 가던 젊은 엄마도

가슴을 파고드는

진한 향기에 

고개를 든다


나도 한동안 주변을 서성이며

천천히

꽃들의 냄새를 호흡한다


애잔하고

고혹적인

그래서 더 아득해지는 향기


금목서

은목서가

피는 가을날이면


황홀해서

찬란해서 

우리는 이 길을 그냥 지나칠 수가 없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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