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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별하 Jul 02. 2024

편안한 내가 너무 좋다

"조곤조곤", "조곤조곤" 우리의 암호로 시작되는 이야기

P.S 오늘도 타인의 눈치를 보며

평온한 하루를 보내지 못하는 우리에게 바칩니다.




취업을 위해 서울로 올라올 당시 가족과 친구들이 가장 걱정했던 문제는 외로움이었다. “그래도 가족이랑 있던 것과는 다르지 않을까?”, “네가 아무리 외로움을 안 탄다고 해도 그래도 다를 거야. 너무 외로우면 연락해.”라며 너무 걱정했다. 하지만 나는 내가 걱정되지 않았다. 나는 내가 외로움을 별로 타지 않는다는 것을 알았고, 나는 일 중독자임을 너무 잘 알았다. 



물론 늘 외로움을 타지 않았던 건 아니었다. 예전의 난, 사람들 틈에 섞여 있는 걸 너무 좋아하던 극 E였던 적이 있었다. 하지만 언젠가 문득 회의감이 들었다. 다른 사람과 잘 지내는 것도 너무 좋지만 정작 나 자신과 잘 지내고 있는 것이 맞는지, 나를 위해 보내고 있는 시간이 얼마나 되는지를 스스로 물었을 때 난 당당하게 대답하지 못했다.



그때 결심했다. 여러 사람과 잘 지내는 사람도 정말 좋은 사람이지만, 혼자서도 안정적으로 지낼 수 있는 사람이 되어보자고. 언제든지 시간과 돈, 노력만 있다면 원하는 사람과 즐겁게 어울릴 수 있다. 그러나 자신과의 시간을 보내기 위해서는 단순히 시간과 돈 노력만 투자하여 쉽게 즐겁게 보낼 수 없다. 



혼자서도 안정적으로 잘 지낸다는 것은 대단한 일이다. 안정적인 사람은 타인과의 관계에서도 안정감을 잘 유지한다. 과하게 의지하거나 집착하는 경우가 거의 드물다. 관계에 얽매이거나 매달리기보다 자신이 좋아하는 것을 찾을 줄 알고, 나만의 행복을 느끼는 법을 아는 사람이 진정 자신의 삶을 즐길 줄 알고 나를 사랑할 줄 아는 사람이라고 생각한다. 그리고 이런 사람은 본인을 존중하고 사랑할 줄 알기 때문에 타인의 삶을 존중하고 배려할 줄 안다. 이것은 이기적인 것과는 다른 부분이라고 생각한다. 



‘혼밥’과 ‘혼술’ 지금은 익숙해진 신조어다. 혼자 밥을 먹고, 혼자 술을 먹는다는 뜻이다. 예전에는 혼자 밖에서 무언가를 먹고, 한다는 것은 친구가, 지인이 없는 불쌍하고 외로운 사회성이 부족한 사람들이 그렇다고 생각했다. 그러나 지금은 자신을 위해서, 일부로 혼자 시간을 내어 맛있는 것을 먹으러 혼자 가는 사람도 있고, 혼자 놀러 가는 사람도 있다. 이들이 외로움을 타지 않는다는 것은 아니다. 단지 자신을 위해 시간을 내고, 자신이 무엇을 좋아하는 지를 알기 때문에 노력하는 것이다. 



나를 사랑할 줄 아는 사람은, 나를 사랑하기 때문에 타인을 충분히 사랑해 줄 수 있다. 사랑을 많이 받은 사람이 사랑을 주고받을 줄 아는 사람이라는 말에 동의한다. 어린 시절 사랑을 받지 못한 사람의 경우, 대개 사랑을 받지 못할까 봐 두려워하거나 혹은 사랑을 주지 못할까 봐 두려워하는 경우가 많은 것을 겪은 적이 있다. 하지만 과연 타인과의 사랑만 그럴까? 이들은 타인과의 사랑만 그런 것이 아니다. 이들에게는 자신을 사랑하는 것은 당연히 제외되어 있는 경우는 더 많았다. 



연인의 경우, 함께하는 시간이 중요한 만큼 혼자만의 시간을 존중해 주는 것 역시 정말 중요한 부분이다. 극단적으로 혼자만의 시간을 존중해 주기 위해 연락까지 안 된다는 것을 의미하는 것은 아니다. 무엇을 하기 위해, 잠시 생각을 할 게 있으니 잠깐 연락이 안 된다는지 등의 상대에게 내가 어떤 것을 할 예정이라 연락이 안 될 수도 있고 무엇을 할 것인지 당연히 밝히고 상대에게 걱정이 되지 않게 설명하고 서로 존중과 배려가 이루어진 상태에서 진행되어야 한다.



단순히 연인 관계에서 벗어나, 혼자서도 안정적으로 잘 지내는 것은 지나치게 남 눈치 안 보고, 시선 의식 안 하면서 일상의 즐거움을 누릴 줄 아는 사람. 즉, 있는 그대로의 삶을, 나를 즐기며 살 수 있는 사람. 그런 사람은 온전히 자신의 가치관과 옳은 길이 무엇인지 확신이 있다. 그렇기에 쉽게 흔들리지 않고 흔들리더라도 다시 본인의 길로 되돌아올 수 있다. 누군가의 빛에 의존하지 않는 사람이다. 본인의 고유 빛 그 자체로 빛나는 사람이라 그 자체로 빛나는 사람이라고 생각한다. 



친구들을 외롭게, 애인을 외롭게, 가족을 외롭게 두고 혼자만의 시간을 보내라는 것이 아니다. 사람은 사회적 동물이기 때문에 누구나 외로움을 타는 순간이 올 수밖에 없다. 다만, 혼자서도 안정적으로 잘 지낼 수 있는 사람이 되어보는 것은 어떨지 권해보는 것이다. 꼭 무언가에 얽매이지 않아도 된다. 지친 나를 위해 멍 때리는 시간을, 마음과 생각을 정리하기 위해 일기를 쓰는 시간 등을 가지며 곁에 잠시 누군가 없더라도, 그 순간을 안정적으로 잘 지낼 수 있는 사람이면 된다. 



내 시간을 잘 누리고, 단단해질 수 있으면 된다. 내 삶이 편안하게 살아갈 수 있도록, 자신을 살아갈 수 있는 그런 순간이 하루에 잠깐이라도 그대에게 있었으면 바랄 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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