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아트베이커 Oct 30. 2023

[아트 한입]일상의 파편과 작품이 서로를 반영하는 순간

갤러리현대 | 유근택 개인전《반영》

[아트 한입] 일상의 파편과 작품이 서로를 반영하는 순간 © 2023. ART BAKER




01 6년 만에 선보이는 갤러리 현대에서의 개인전

Yoo Geun-Taek's Third Solo Exbibition at Gallery Hyundai in Six Years


Yoo Geun-Taek, Reflection 반영, 2023 Photo: ART BAKER


갤러리현대유근택(b.1965) 작가의 개인전 《반영(Reflection)》10월 25일부터 12월 3일까지 개최합니다. 《반영》전은 2017년 《어떤 산책》 이후 갤러리 현대에서 6년 만에 열리는 개인전으로, 이번 전시에서는 '분수', '창문', '봄-세 상의 시작, <이사>, <말하는 정원>, <반영> 등 작가를 대표하는 주요 연작 40여 점을 선보입니다.



[ 유근택 개인전 《반영》 Yoo Geun-Taek Reflection ]

 @ 갤러리 현대 GALLERY HYUNDAI

• 기간 : 10.25(수) ~ 12.3(일)

• 장소 : 서울 종로구 삼청로 14

• 시간 :  10:00 ~ 18:00 (화~일)

• 무료 관람 / 사전 예약 없이 방문 가능 / 주차 불가




02 일상의 풍경이 가진 저마다의 분위기들

Unique Atmospheres of Everyday Scenes


Yoo Geun-Taek, Window - Morning 창문 - 아침, 2023 Photo: ART BAKER


이번 전시는 '나'라는 주체가 이 세상을 어떻게 감각할 수 있는지를 다채롭게 투영하며 일상에 내재된 강인한 생명력과 삶과 죽음이 얽힌 찬란한 순간을 발견할 수 있는 전시입니다.


Yoo Geun-Taek, Mirror 거울, 2022 Photo: ART BAKER


유근택 작가에게 '일상'이란, 매일 반복되는 동일한 풍경이 아닌, 이 세계와 마주한 '나'를 새롭게 각인시키고, 잊힌 감각을 여는 또 다른 세계를 의미합니다.


Installation View of "Yoo Geun-Taek : Reflection" at Gallery Hyundai, 2023 Photo: ART BAKER


1층 전시장에서는 <Mirror 거울>, <Window-Morning 창문 - 아침>, <Window - Dawn 창문 - 새벽>, <Moving Life 이사> 등의 작품 7점을 만나볼 수 있었는데요.


Installation View of "Yoo Geun-Taek : Reflection" at Gallery Hyundai, 2023 Photo: ART BAKER


유근택이 표현한 그의 삶 속의 공간과 시간이 묻어난 풍경 속에서 그가 감각하는 세상이 고스란히 느껴졌습니다.

'일상성'에 일찍이 주목한 작가는 작품을 제작하는 방법론으로도 그의 일상성에 관한 접근과 태도를 확장하였는데요. 작가는 2010년대 중반부터 한지라는 동양화의 숙명적 재료가 지닌 물리적 한계를 벗어나기 위한 실험의 일환으로 두꺼운 한지를 여러 겹 배접하여 그 위에 드로잉 및 채색을 한 뒤, 전면을 물에 흠뻑 적셔 철솔로 한지의 표면을 거칠게 올리며 다시 채색했습니다. 온 힘을 다해 매끄러운 한지를 날카로운 철솔로 수천 번에 걸쳐 문지르는 노동 집약적인 작업의 모든 과정에는 그의 신체적인 흔적, 숨결, 그리고 물리적인 힘이 가해집니다.


물에 젖은 한지 표면 아래 숨겨진 풍경이 철솔질을 통해 서서히 '유령'처럼 모습을 드러낼 때, 현실의 공간과 회화 속 공간의 경게는 허물어지고, 작가의 존재와 그가 바라보는 풍경이 교차하는 지점입니다.




03 탄생과 소멸이 순환하는 분수

The Cycle of Birth and Dissolution in the Fountain


Yoo Geun-Taek, Fountain 분수, 2021 Photo: ART BAKER


작가는 1990년대 중반부터 분수를 작품의 소재로 그려왔습니다. 물의 파편이 풍경을 자르고 해체하는 모습은 회화의 조형성을 사유하는 원천이었습니다. 작가는 이번 전시를 준비하며 분수라는 소재의 의미를 견고한 일상에 틈을 만들어 내는 회화적 장치에서 나아가 존재론적 질문이 투영된 대상으로 확장해 갔습니다.


Yoo Geun-Taek, Fountain 분수, 2021 Photo: ART BAKER


작가는 2020년 레지던시를 위해 프랑스 노르망디에 머물던 때에 팬데믹이 유럽 전역을 강타하며 일상이 붕괴되는 순간을 목도했고, 2022년에는 요양병원에 계셨던 부친의 죽음을 겪었다고 합니다. 이러한 경험을 토대로 삶과 죽음이 교차하는 실존적 이야기를 <분수> 연작에 담기 시작했다고 합니다. 


Yoo Geun-Taek, Fountain 분수, 2021 Photo: ART BAKER


작가는 분수의 순환운동이 생명의 윤회사상이나 존재론과 맞닿아 있다고 해석하고, 해체되거나 소멸하더라도 올곧게 서 있는 분수의 수많은 물줄기를 추상적이면서도 구상적인 형태로 화면에 옮김으로써 탄생과 소멸의 아름다움을 성찰합니다.


실제로 이 작품을 보았을 때, 태동하는 생명의 에너지가 강하게 느껴졌는데요! 사실적이면서도 추상적인 느낌과 작가가 작품을 표현 할 때에 활용한 한지와 잉크, 템페라 등 표현 재료와 특유의 기법이 매우 조화롭고 적절하게 어우러져 보는 재미가 있는 작업이었습니다. 분수 연작은 지하에 배치되어 있었는데, 지하에서 당장이라도 지상으로 뚫고 나갈 것만 같은 힘찬 인상이었습니다.




04 '반영': 전시 타이틀이자 연작 제목

The Title of the Exhibition, Reflection, Derives From one of the Artist's Most Iconic Series, Serving as a Keyword that Encapsulates the Artist's Practice


Yoo Geun-Taek, Reflection 반영, 2023 Photo: ART BAKER


전시 타이틀 '반영'은 동명의 연작 제목이자 그의 작품 세계를 집약하는 키워드라 할 수 있는데요.


Yoo Geun-Taek, Reflection 반영, 2023 Photo: ART BAKER


반영이라는 단어의 사전적 의미인 '빛이 반사하여 비침''다른 것에 영향을 받아 어떤 현상이 나타남, 또는 어떤 현상을 나타냄'과 같이 유근택은 자연과 인간, 삶과 사물의 현상과 본질서정적이며 날카로운 시선으로 작품에 나타냅니다.


Installation View of "Yoo Geun-Taek : Reflection" at Gallery Hyundai, 2023 Photo: ART BAKER


같은 장소의 다른 시간대, 분위기, 풍경이 담긴 '반영' 연작에는 봄, 여름, 가을, 겨울이 담겨있는 듯 했습니다. 우측부터 좌측의 그림까지를 쭉 따라 걷다보면, 일본 애니메이션의 한 장면에서처럼, 멀리서 주인공을 바라보는 듯하기도 하고, 여러 시간에 걸쳐 작품 속 인물과 함께 길을 따라 거닐며 산책을 하는 느낌을 받게 됩니다.


Yoo Geun-Taek, Reflection 반영, 2023 Photo: ART BAKER


아트베이커의 시선에서 함께 작품을 감상하며 산책해보실까요?


Yoo Geun-Taek, Reflection 반영, 2023 Photo: ART BAKER
Yoo Geun-Taek, Reflection 반영, 2023 Photo: ART BAKER
Yoo Geun-Taek, Reflection 반영, 2023 Photo: ART BAKER
Yoo Geun-Taek, Reflection 반영, 2023 Photo: ART BAKER


여러분의 공간에 함께하고픈 작품은 무엇인가요? 이 작품을 어디에 걸지 상상하며 감상해보면, 작품에 대한 내 시선과 마음이 더욱 남달라질 수도 있겠습니다.




05 생동하며 말을 건네오는 그림

Vibrantly Speaking Artwork


Yoo Geun-Taek, Speaking Garden 말하는 정원, 2019 Photo: ART BAKER


2층 전시장 '반영' 연작 옆에는 '말하는 정원' 연작이 함께 자리하고 있었습니다. 


Yoo Geun-Taek, Speaking Garden 말하는 정원, 2019 Photo: ART BAKER


여러 층으로 배접된 두꺼운 한지 위 엉긴 줄기와 꽃이 은은하게 아름다운 자태를 뽐내고 있었는데요. 마냥 화려하지만은 않은 담담하게 묘사된 정원은 마치 생동하는 듯하여, <Speaking Garden 말하는 정원> 이라는 작품의 제목과도 잘 어울렸습니다.


Yoo Geun-Taek, Speaking Garden 말하는 정원, 2018 Photo: ART BAKER


이 작품은 보다 추상적으로 표현된 동명의 연작입니다.


Yoo Geun-Taek, Spring - Beginning of the World 봄 - 세상의 시작, 2023 Photo: ART BAKER


이 작품은 작가가 봄날 새순들이 매마른 대지를 비집고 올라워 땅의 형태를 변질시키며 스스로 회화적 형태를 만드는 광경을 보고 탄생한  <봄-세상의 시작>인데요. 이 작품에는 재미난 점이 있습니다.


Yoo Geun-Taek, Spring - Beginning of the World 봄 - 세상의 시작, 2023 Photo: ART BAKER


바로, 봄의 새싹 뿐만 아니라, 귀여운 캐릭터가 숨겨져있다는 사실이죠. 노란색의 캐릭터 하면 몇몇 떠오르는 캐릭터가 있으시죠? 그중, 귀여운 목소리를 가진 미니언즈가 봄날의 풍경과 함께 패턴처럼 자리하고 있었습니다.


Yoo Geun-Taek, Self-Portrait 자화상, 2019 Photo: ART BAKER


섬세한 시선으로 바라본 일상의 면면과 다양한 이야기를 세밀하고 정교한 회화적 언어와 깊고 부드러운 표현으로 풀어낸 작가 유근택의 작품을 동시대에 관람할 수 있다는 사실에 참으로 감사함이 느껴지는 전시였습니다.




유근택 개인전 《반영》 전시 도록 발간!

The Exhibition Catalogue for Reflection, Yoo Geun-Taek's Solo Exhibition is Now Published!


The exhibition catalogue for Reflection, Yoo Geun-Taek’s solo exhibition©The Artist, Gallery Hyundai


유근택의 개인전 《반영》의 전시 도록이 발간되었습니다! 도록에는 <봄 - 세상의 시작>, <분수>, <이사>, <창문>, <말하는 정원>, <반영> 등의 연작 40여 점의 화보가 실렸습니다.


The exhibition catalogue for Reflection, Yoo Geun-Taek’s solo exhibition©The Artist, Gallery Hyundai


함께 수록된 미네무라 도시아키의 에세이 「유근택, 또는 회화의 반투명성에 관하여」에서는 유근택 회화의 한국의 미술사적 맥락과 현실과 비현실, 초현실을 넘나드는 잠재성을 조명합니다. 또한, 국립현대미술관 학예연구사 배원정이 진행한 작가와의 대담 「회화의 힘은 결국 몸의 힘」이 함께 수록되어 유근택의 작업을 한국화와 동양미학의 맥락으로 되돌아가 그 계보를 되짚고 유근택의 대표 연작들에 담긴 ‘일상성’에 대해 보다 폭넓은 이해를 선사합니다.


도록 구매하기 (링크)


[도서 정보]

• 출판사: 갤러리현대

• 출판일자: 2023년 10월

• 작가: 유근택

• 에세이: 미네무라 도시아키(峯村敏明)

• 대담: 유근택, 배원정

• 제본: 하드커버

• 판형: 215 x 267 mm

• 언어: 한국어, 영어, 일본어

• ISBN:  978-89-6736-122-8

• 판매가: 50,000원

• 문의: 02-2287-3500, mail@galleryhyundai.com





브런치 ‘아트베이커’ 구독 및 좋아요!

인스타그램 @artbakeratelier 팔로우!

궁금한 내용, 흥미로운 내용은 댓글로 함께 나눠주세요!






© 2023. ART BAKER All rights reserved.

작가의 이전글 [아트 한입] 오늘 꼭 가야 할 성수 자크뮈스 팝업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