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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김한나 Jul 04. 2024

여든한 살 우리 엄마를 위한 응원 메시지

마음은 좀 시리지만 그럼에도 담담하게

어느덧 엄마는

여든한 살 생신을 맞이하셨다


여느 해처럼

생일 아침

두 며느리의 극진한 생신 밥상을 받았지만

전혀 손대지 않으시고

늘 드시던 포카리 스웨트와

과일 조금

그리고

너무 드시지를 않아

뭐라도 드시고 싶은 것이 없냐고 여쭤본 후 급히 공수한

어탕국수 반공기 정도만 드시고는

하루 온종일

침대에 누워 계셨다

생신 날은

작년까지만 해도

일주일 내내 생일 축하 식사가 이어져

늘 활기가  넘쳤던 엄마였다


여장부,

남자 100명을 한 번에 모아 놓은 듯한

에너지와 카리스마로

모두를 휘어잡으시던

과거 엄마의 모습이

기억 저 편에

가물거리며 사라진다


최근에는

자주 기억을 못 하시고

약속을 잊는 일이 잦아지시면서

병원 검사를 진행하게 되었다

결과와는 상관없이,

엄마의 하루하루를 지켜보는 것은

때로 갑작스러운 눈물을 참아야 하는

시간들이 되어갔다


엄마의 나이듦의 여정을 지켜보는 것은

결코 편안한 시간은 아니었다

오히려

저녁 시간

홀로 큰 집에 덩그러니 남겨질 엄마를 뒤로하고

돌아오는 시간은

매일 똑같이 힘겨웠다

오늘도 내일도 여전히

문 앞까지 나올 엄마를 혼자 남겨두고

나의 집으로 귀가해야 하는 시간은

똑같이 마음이 아플 것 같다


나이 든 여인들의 고독을

엄마와

시어머님의 일상을 통해

본의 아니게 목격하게 될  때마다

매번 처음처럼

마음이 쉽지 않다

한편으로

나는 엄마의 나이가 되었을 때

견딜 수 없을 것 같다는

짐작을 해보기도 한다

그럴 때마다

마음은 더 무거워진다


여성의 나이듦의 후반이

그럼에도

좀 더 담담하고 용기 있기를

응원하게 된다

그들의 힘겨웠던 분투의 순간들에

자신도 모르게 솟아났던

초인적인 용기와

단순하고도 선명했던

박장대소들을 기억하기를 바란다

그리고 때로

우리의 영혼을 잠식하는 외로움도

인생의 한 모습이라며

담담할 수 있으면 좋겠다

그렇게

여든한 살의

조금은 느려지고

조금은 덜 활동적인 지금의  우리 엄마도

변화된 이 시간과

자신의 모습을

그냥

담담하게

끌어안으셨으면 좋겠다

엄마가 조금이라도 힘을 내기를 바라는 딸인 나는

아무렇지 않은 듯

무심한 듯

쓸데없는 일들

별 의미 없는 일들을

대화의 주제로

엄마에게 건네보는 일을

매일매일 계속할 것이다


두 달 전부터 잦은 감기와

체력 저하가 눈에 띄게 온

나이 든 우리 엄마가

십수 년 전 누비고 다니셨던

여의도 정치 현장을

TV로 보며 서로 이야기를 나눈다

젠가는 이 시간을 또한

그리워하게 될 테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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