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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결핍의 임상심리사 Jan 02. 2024

걸음마기에 검토해 보아야 하는 증상들 (1)

걸음마기는 자폐스펙트럼장애의 증상이 가장 두드러지는 시기이다. 36~48개월경으로, 이 시기에 어린이집에 다니면서 또래와 어울리는 시간이 늘어나고, 또 언어발달도 폭발적으로 증가되는 시기이기 때문에 사회성 발달 지연이 뚜렷하게 관찰되기 때문이다. 실제로 많은 보호자가 이 시기에 아이가 또래와 다르다는 인상을 받아 병원에 오게 된다. 



언어 발달이 더디다. 


보통의 아이들도 언어 발달의 속도는 아주 큰 차이를 보이지만 어느 정도의 비슷한 흐름을 보인다. 특히 언어 표현이 늦더라도 언어 이해는 대부분 이른 시기부터 가능하기에 언어 이해가 느리다면 더 주의 깊게 살펴보아야 한다. 


아이들은 12개월부터 다른 사람의 언어를 이해하는 능력이 상당 부분 발전하기 시작하고, 24개월 이후에는 실제로 많은 문장을 이해하여 적절한 반응을 보일 수 있다. "이거 엄마한테 주고 와", "아빠한테 뽀뽀"와 같이 주격이 다르고 특정한 목적이 있는 말을 이해할 수 있게 된다. 언어 표현도 늘어나는데, “엄마”, “아빠” 외에도 “어흥”, “꼬꼬”와 같은 쉬운 의성어를 사용할 수 있고, "아니야", "고기", "우유"처럼 일상에서 자주 사용 되는 말을 익히기도 한다. 36 개월 무렵에는 언어 이해력이 더 세련되어, "많다-적다", "크다-작다"와 같이 상징적인 의미들을 이해하기 시작하며, 대부분의 복잡한 문장도 이해할 수 있게 된다. 


자폐스펙트럼장애 아이들은 언어 발달이 느린 경우가 많다. 물론 이미 언급한 바와 같이 언어발달에 별다른 문제가 없어 보이는 경우도 있고 오히려 언어능력이 또래 아이들보다 뛰어난 것처럼 여겨지는 아이들도 있다. 일찍이 어른들이 사용하는 어려운 단어를 익히고 한글이나 숫자 등을 읽고 쓰는 것을 빠르게 습득하는 경우와 같이 말이다. 하지만 이 경우에도 언어가 제 기능을 적절히 하지 못한다면 건강한 언어 발달이 이루어지고 있다고 보기 어렵다. 


자폐스펙트럼장애에서 왜 유독 언어발달 지연이 많을까. 그것은 '언어'의 기능에 대해 생각해 보면 이해가 쉽다. 언어는 다른 사람과 소통하기 위해 만들어졌다. 언어 없이는 다른 사람과 생각이나 감정을 주고받기 어려워진다. 즉, 언어 능력은 대표적인 사회적 능력인 셈이다. 



언어를 학습하지 못한다. 


우선, 언어를 전혀 학습하지 못한다면 자폐스펙트럼장애를 의심해 보아야 한다. 중등도 이상의 자폐스펙트럼장애 증상을 보이는 아이들은 늘 듣는 단어도 잘 이해하지 못하여 보호자의 지시를 거의 따르지 못한다. 대신 반복적인 경험을 통해 분위기를 파악하고 눈치껏 원하는 것을 취할 수 있는 방법을 익히는 편이다. 


예를 들어 보호자가 "안돼"라고 반복하며 손짓을 하거나, "이거 줄까?"와 같이 자주 사용하는 말을 들었을 때 이전 경험에서 긍정적인 결과로 이어졌던 것과 유사한 패턴의 행동을 보이게 된다. 이 경우 반복적인 연습을 통해 몇 가지의 언어를 이해하게 되기도 하지만 지극히 일상적인 것들에 국한 되어 있어 새로운 행동을 학습시키기 위해서는 아주 많은 노력이 요구된다. 


개인 성향에 따라 소리를 거의 내지 않거나, 아니면 의미 없는 발성만 반복하기도 한다. 12개월 정도의 어린 아이들은 마치 옹알이하는 것처럼 보일 수 있지만, 시간이 지나도 언어와 유사한 발음이 나타나지 않아 언어 발달에 문제가 있다는 것을 알아차리게 된다. 


아이들은 언어의 편리함을 인식하지 못하여 원하는 것이 있을 때 울거나 짜증을 내는 등 부정적인 감정을 통해 표현하는 경우가 많다. 강렬한 감정을 표현하면 보호자가 대부분 원하는 것을 해주는 경우가 많아 이러한 떼쓰기 행동이 강화되는 것이다. 때문에 언어 발달 수준이 나아지면서 아이의 떼쓰기가 줄어들었다고 보고하는 보호자도 많다. 



요구하기 위한 언어 


  어떤 아이들은 언어를 어느 정도 학습하기도 한다. 또래들보다 처음으로 언어를 사용하는 시기가 확연히 느리고, 사용하는 어휘의 양도 부족한 경향이 있지만 어느 정도의 의사소통을 위한 언어를 사용할 수 있다. 주로 간단한 단어를 활용하는 편인데, "물", "빵", "컵", "아니"와 같이 자신의 생활에서 빈번하게 사용 되는 단어가 주를 이룬다. 이 때 아이가 사용하는 말을 잘 살펴보면 대부분의 언어 사용이 무언가를 요구하기 위한 용도로 제한되어 있다는 것을 알 수 있다. 아이는 언어를 사용할 경우 떼쓰기를 했을 때보다 원하는 것을 쉽고 빠르게 얻을 수 있다는 것을 알아차린다. 이에 요청하기 위한 언어 표현을 먼저 익혀서 사용하는 것이다. 



발음, 문장 구성이 미숙하고 특이하게 말한다. 


언어 발달 수준이 보다 나은 아이들도 있다. 하지만 이 경우 특징적인 양상들이 발견되는데, 특히 발음이 부정확하고 문장 구성이 어색하여 가족들을 제외한 사람들은 아이의 말을 알아듣기 어려운 경우가 많다. 


또, 주어가 없거나 문장이 토막 난 듯 연결되지 않고, 문법적인 요소들이 무시되어 있는 경우도 많다. '나'를 '너'라고 이야기하거나, 자신을 '엄마'라고 칭하는 등 대명사의 혼동을 보이고, 대부분의 사람들은 알아듣지 못하는 자신만의 단어를 만들어 내기도 한다. 물컵을 '빈툭이'라고 부르거나, 옷걸이를 '세모 걸이'라고 부르는 것이 그 예이다. 아니면 "빠치", "쿠타타"와 같이 자신만 아는 단어를 사용해서 보호자도 그 말이 무엇을 지칭하는지 모르는 경우도 많다. 


그리고 목소리 크기가 너무 작거나 너무 크고, 말의 속도가 지나치게 빠르거나 느린 것과 같이 눈에 띄는 특징들이 있고, 목소리의 톤이 일정하여 마치 로봇이 말하는 것처럼 들리거나 감정이 없는 것 같이 무미건조하게 들리는 경우도 많다. 


부모들은 자녀의 말을 어렸을 때부터 들어왔기 때문에 이상하다고 느끼지 못하는 경우도 있는데, 주변 사람들은 아이의 말을 이해하지 못해서 부모에게 "뭐라고 하는 거야?"라고 묻게 되곤 한다. 



반복적이고 상동적인 언어 


언어 사용이 이상한 것도 특징이다. 반복적인 말을 하는 것이 흔히 관찰되는데, "자동차가 지나가네.", "오늘은 할머니 생신이잖아."와 같이 맥락에 맞지 않는 문장들을 여러 번 연달아 말하는 것이다. 이 때 사용하는 문장들은 TV 나 라디오, 또는 어린이 집 교사 등으로부터 과거에 들었던 것이기도 하고, 자신이 좋아하는 책이나 영상에 나오는 문구일 수도 있다. 상황과 전혀 관련 없이 "선생님이 뭐라고 했지?", "손 먼저 씻어야지.", "다음으로 이어지는 방송은" 과 같은 말들을 혼잣말처럼 반복하는 모습이 자주 관찰된다. 


어떤 아이들은 자신의 언어 표현에 보호자가 반드시 반응을 해줘야 하는 경우도 있다. 예를 들어, "1 층에 갔다가 20 층에 가죠."라고 말했을 때, 보호자가 "엘리베이터 타고 가야지."와 같이 아이가 원하는 특정한 말을 해주지 않을 경우 "1 층에 갔다가 20 층에 가죠."라는 말을 계속해서 반복하는 모습을 보인다. 만약 보호자가 "알았어. 이제 그만 말해."와 같이 원하지 않는 대답을 할 경우 짜증을 내거나 울음을 터트려 통제하기 어려워지는 등 상황이 안 좋아질 수 있다. 


메아리처럼 들었던 말을 그대로 따라하는 반향어도 자주 관찰되는데, 보호자가 "잘 잤어?"하고 물으면, "네."하고 대답하지 않고, 그대로 "잘 잤어?"하며 보호자의 말을 따라하는 것이다. 보호자가 "우유 마실래, 주스 마실래?"와 같이 물었을 때 "우유 마실래?"와 같이 부분적으로 따라하는 방식으로 자신이 원하는 것을 표현하기도 한다. 


언어가 부적절한 방식으로 사용되기도 한다. 본인이 하고 싶지 않은 것을 보호자가 강요하면 보통 "싫어요."라고 말하는 것이 일반적이지만 "자리에 앉아야지.", "너 그렇게 하면 혼난다.", "회초리가 어디 있지?"와 같이 평소 자신이 듣기 싫어했던 말들을 하면서 그것이 싫다는 의사를 표현하기도 한다. 


아니면 같은 말을 억양만 다르게 해서 모든 경우에 일관되게 사용하는 경우도 있다. 좋다는 의미도 "안돼.", 싫다는 의미도 "안돼"라고 표현하지만 좋을 때는 조용히 "안돼."라고 하지만 싫을 때는 큰 목소리로 짜증을 내며 "안돼!"라고 하는 것이 그 예다. 사람들이 만들어 놓은 규칙대로 언어를 사용하는 것이 아니고 자기만의 방식으로 사용하는 것이다. 


그밖에 혼자 놀이를 할 때 자신의 놀이를 중계하듯 중얼거리거나, 상황과 무관하고 알아듣기 어려운 혼잣말을 하는 모습도 자주 관찰된다. 이 같은 언어 특징을 보이는 아이들은 다른 자연스러운 말을 함께 사용할 수 있는 경우도 있고, 아니면 상동적이고 반복적인 언어 표현만 사용하는 아이도 있다. 


일부 보호자들은 아이가 완전한 문장으로 이야기하고, 한번 들은 문장을 쉽게 외우기 때문에 언어발달이 빠르다고 여길 수도 있으나, 중요한 것은 언어의 기능이다. 즉, 언어가 사회적으로 다른 사람과 소통하기 위해 적절히 활용되고 있는지 살펴보는 것이 필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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