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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작은숲 Jan 27. 2022

엄마, 나는 왜 그네 혼자 타야 되요?

아마 나는 오늘을 영원히 잊지 못하겠지

엄마, 나는 왜 그네 혼자 타야 되요?

혼자 타니까 재미가 없어요




아들, 오늘은 놀이터에서 니 옆에 앉은 남매를 보며 여느때처럼 즐거워 했어. 서서히 해가 지고 그네를 타며 너와 놀아주던 자기 누나 손을 남동생이 꼭 챙겨 잡더니 집으로 들어갔지. 남매가 돌아가고 여전히 흔들리는 그네를 가만 보더니 나에게 말했어.


'엄마, 나는 왜 그네 혼자 타야 되요? 

혼자 타니까 재미가 없어요' 라고 



순간 정말 얼마나 눈물이 났는지 모르겠어. 그동안 니가 다쳐서 내가 울면, 너 아픈 건 잊고 나를 달래던 니가 마치 내가 왜 우는지 알기라도 하는 것처럼, 그냥 가만히 나를 바라봤어. 동생이 갖고 싶냐 물었더니 그렇다고 했지. 맛있는 것도 쭈주도 장난감도 다 주겠다고 말했어. 그 이야기를 들으면서 대답을 하는 동안 얼마나 목이 맸는지 몰라. 




사랑하는 아들, 소호야 

엄마와 아빠는 니가 태어나고 난 이후로 세상을 살아가는 방법과 세상을 대하는 법이 달라졌고, 간단하게 말해서 우주가 뒤집어지는 것 같은 경험을 하고 있어. 니가 너무 소중해서 처음으로 세상 살기가 두렵다는 생각까지 하게 되었어. 너를 만나고 엄마는 모든 종류의 죽음이 두렵다는 생각을 매일 해. 담낭통으로 정신을 잃을 것처럼 아플 때에도 내 앞에서 곤히 잠들어 있는 니가 혹여나 깰까봐 큰소리도 못내는 와중에도 니 생각만 하게 되더라고, 내가 너를 잘 키워야 되는데, 우리 소호 곁에서 평생 엄마 노릇해야되는데, 이런 거.


그렇게 소중한 니가 그렇게 동생을 바라는데 엄마가 그냥 눈물을 흘릴 뿐, 동생을 너에게 갖게 해 주지 못해 정말 미안해




엄마와 아빠는 너를 사랑하는 만큼 엄마와 아빠의 삶도 소중한 사람들이야 

조금은 이기적으로 들릴지도 모르겠지만, 엄마 아빠가 행복하고 사랑이 충만해야 너에게 그 행복감을 전달할 수 있다고 믿어. 세상 모든 사람이 아이를 사랑하는 만큼 아이를 길러내는 일을 잘 하는 건 아니거든. 엄마와 아빠가 생각하기에는 우리 역시 그런 사람들이라, 최대의 노력을 너에게 하고 있어도 여전히 부족하다고 느끼는 일이 정말 많아. 더 많은 사랑을 주고 너와 시간을 보내고 싶은 순간들에 너에게만 충실하지 못할 상황이 생기는 것도 원치 않아. 삶에, 또다른 육아에 치여서 너를 사랑스럽게 바라보는 순간들을 놓치고 싶지 않다는게 엄마, 아빠가 늘 하는 생각이야. 그러기 위해서는 우리 삶에는 약간의 공백이 필요하고



물론 엄마와 아빠는 형제와 남매로 일생을 살았고, 그들이 가족을 이뤄 우리에게 주는 행복, 충만함은 정말 세상 무엇과도 비교할 수 없다는 거 잘 알아. 형제남매자매가 있는 친구들은 많이 싸우고 다투고 또 서로를 챙기면서 자라는 경험을 니가 못하게 될 거라는 것도 정말 미안하게 생각해. 형제가 죽도로 미운 경험도, 박터지게 싸우다가 혼나서 벌을 서는 중에 눈을 맞추고 킥킥 웃는 일도, 너는 경험하지 못 할테니까. 너의 가족들과 형제의 가족들이 새로운 가족이 되는 경이로운 경험을 할 순 없을테니까. 이렇게 글로 적으면서 너에게 너무 아름다운 경험을 못 하게 해, 그저 미안하다. 그렇지만 니가 살아가면서, 형제애가 아닌 또 다른 방법으로 다른 사람들을 사랑하고 아끼는 방법을 배워 갔으면 해. 


앞으로도 너를 사랑하는 많은 가족들이 너에게 좋은 친구가 되어줄거야. 니가 그토록 사랑하는 효빈이 지후가 너의 누나형아가 되어줄거고 엄마아빠의 좋은 친구들이 너의 이모삼촌이 되어줄거야. 그들의 아이들이 또 너의 좋은 친구가, 형제가 되어 줄거고 이렇듯 새로운 가족이 있다는 것도 니가 알아 갈 수 있다면 좋겠어.



나중에 시간이 정말 많이 지나봐야 알 수 있을 것 같아, 결국은 엄마 아빠도 자식을 키워보는 건 처음이니까. 너에게 동생이 정말 필요했구나, 후회할 수 도 있겠지만 우리 세 가족이 사는데 있어 서로를 부족하게 느끼는 일은 절대 없도록 할게. 지금 이 생각들을 훗날 니가 자라서 엄마 아빠의 글과 마음을 이해할 수 있을 때 보여주고 싶어. 



친구 발에 작은 모래가 들어갔다는 소리에 얼른 달려가서 신발을 벗겨 모래를 털어주고 다시 신겨주는 착한 아들아. 자고 일어나서 침실에 우리 둘 뿐이자 아빠는 어디갔어요? 하는 물음에 아빠 거실에 계실거야, 했더니 아빠 혼자 놀면 너무 심심하겠다, 내가 가서 놀아줄게요! 하고 도도도 뛰어 나가는 착한 아들 소호야. 


그냥 너는 지금 자라는 모습 그대로 착하고 또 남을 위하는 예쁜 마음을 안고 살아가면 좋겠어, 엄마 아빠는 앞으로도 든든한 너만의 울타리가 되어줄게

그리고

매일매일 최선을 다해 열정적으로 놀아줄게!






사랑한다는 말로는 

차마 다 표현이 안되는 소중한 우리 아들 

엄마아빠가 사랑하고 미안하고 

또 사랑하고 사랑한다



2020. 8. 3. 23: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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