함께 거센 파도를 견디는 사람들에게

#10. 건널 수 없는 다리

by 니너하리

10-3. 함께 거센 파도를 견디는 사람들에게


사랑하는 사람이 ‘죽고 싶다’는 말을 꺼냈을 때, 우리는 어떻게 답해야 할까요? 죽음이라는 무서운 단어를 만난 우리는 그 거센 파도 앞에서 어쩔 줄 몰라 얼어붙곤 합니다. 대신 문제를 해결해 주려 애쓰거나, 두려운 마음에 “안 돼, 그런 말은 하지 말자.”며 주제를 돌리기도 하죠. 하지만 그 순간 가장 필요한 것은 모든 것을 해결해 줄 정답이나 멋진 말이 아니라, 곁에 남아 자리를 지켜주는 태도입니다.


자살에 대한 생각을 묻는 것이 부정적인 생각을 키워 상황을 악화시키지는 않을까 망설이는 분들이 많습니다. 하지만 반대로, 그 생각을 제대로 묻지 않으면 우리는 위험의 크기를 가늠할 수가 없습니다. 가족이나 친구가 자해나 자살에 대한 말을 꺼냈다면 판단하거나 설득하고 싶은 마음을 잠시 내려놓고, 조용히 곁에 앉아 이야기를 나눠 주세요. ‘그런 생각을 할 정도로 힘들었구나’라는 마음으로 고통스러웠던 감정을 털어놓을 수 있도록 돕는 것이 먼저입니다. 그리고 차분하게 확인해 주세요. 언제, 어떻게, 어떤 수단으로 구체적인 계획을 세우고 있는지, 지금 어떤 장소에 누구와 함께 있는지, 술이나 약물을 복용하지는 않았는지. 이런 질문은 상대를 괴롭게 하려는 일이 아니라, 필요한 도움의 속도를 정하기 위한 길잡이입니다.


실제로 자살로 사망한 사람의 99.3%는 사망 전 언어·행동·정서적 변화를 통해 경고신호를 보였다고 합니다. 언어적으로는 죽음이나 자살을 언급하거나 자신을 비하하는 말을 반복하고, 신체적 불편감을 호소하기도 합니다. 행동으로는 수면이나 식사 패턴이 급격히 달라지거나, 주변을 정리하고, 자살에 이용할 도구를 준비하거나 계획을 세우고, 타인과의 만남을 피하기도 하죠. 정서적으로는 우울한 기분이 짙어지거나, 급격한 기분 변화와 분노, 불안과 초조가 두드러질 수 있습니다. 그런데도 유족이 이러한 경고신호를 인지한 비율은 20.1%에 그쳤다고 합니다. 신호가 없어서가 아니라, 너무 익숙한 일상 속에서 변화가 묻혀 뒤늦게 알아차리는 경우가 많다는 뜻입니다.


사랑하는 사람을 돕고자 하는 마음이 때로는 모든 것을 홀로 책임지고 해결하려는 시도로 이어지기도 합니다. “내가 어떻게든 살려야 해”라는 책임감은 결국 두 사람을 모두 지치게 만들지도 모릅니다. 지금도 어딘가에서 함께 거센 파도를 견디며 죄책감과 두려움, 끝이 없을 것 같은 불안을 느끼고 있다면 기억해 주세요. 당신은 이미 충분히 애쓰고 있습니다. 필요한 것은 완벽한 해답이 아니라 연결을 돕는 일입니다. 위험이 크다고 느껴진다면 망설이지 말고 즉시 전문가의 도움을 받을 수 있도록 요청해 주세요. 그리고 그 긴 밤을 함께 버티는 당신 또한, 필요하다면 도움을 받아야 합니다. 곁을 지키는 일은, 혼자 하기엔 너무 무거운 일이니까요.



참고문헌)
한국생명존중희망재단 「2024년 심리부검 면담 결과 보고서」
<우울한 사람 곁에서 무너지지 않게 도움 주는 법> 수전 J. 누난
월, 금 연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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