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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니너하리 Mar 15. 2024

#21. 감정에 선을 긋는 연습

정신과의사의 일기

#21. 감정에 선을 긋는 연습

유독 감정에 취약한 사람들을 자주 만나곤 합니다. 감정 자체는 나쁜 것이 아니지만, 그 감정을 느끼는 순간이 너무 괴로워 습관적으로 감정을 얼른 해소하려는 노력을 하곤 하죠. 감정을 잊을 수 있는 강렬한 무언가를 찾거나, 감정 자체를 억누르고 부인하는 경우가 많아요. 이렇게 자신의 감정을 다루는 것에 서투른 사람들은 또 그만큼 감정에 예민해져 있기도 합니다. 나에게는 너무 불편한 것이기 때문에 작은 단서로도 감정을 캐치하고 더 나아가 내가 아닌 타인의 감정에도 감수성이 높죠.

문제는 이렇게 타인의 감정을 느끼지만, 때로는 이게 내 감정인지, 타인에게서 온 감정인지 헷갈릴 때가 많다는 점인 것 같습니다. 내 감정도 어려운 누군가에겐 더욱 어렵게 다가오겠죠. 나를 걱정하는 부모님의 감정까지, 여러 가지 일이 겹쳐 힘들어하는 친구의 감정까지 내가 해결할 수 있을까요? 사람마다 스트레스와 감정을 관리하는 방법은 다르고 때로는 시간이 필요한 문제들도 있기 마련입니다.

감정이 너무 불편한 누군가 타인의 감정까지 끌어와 이를 해결하려 또 다른 어려움을 반복하고 있다면, 감정에 선을 긋는 연습을 권하기도 해요. 먼저 내가 느끼는 이 감정이 무엇인지 이름을 붙여보고, 어디에서 온 것인지 생각해 봅니다. 그리고 이게 내 감정이 아니라면, 마음속에 선을 긋고 타인의 감정은 타인이 해결할 수 있도록, 좀 더 내 마음에 집중하는 시간을 가져보는 거예요. 말처럼 쉽게 감정이 구분되고 선을 그을 수 있는 건 아니겠지만, 타인의 감정까지 끌어안고 괴로워하는 누군가에게 작은 도움이 되길 바라며 짧은 글을 적어봅니다.


** 감정고양이라는 캐릭터를 만들어봤어요! 저마다 색을 가지고, 감정을 담고 있답니다. 감정이 해소되면 색이 연해지다가 흰색이 되기도 해요. 앞으로 종종 등장할 것 같아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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