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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니너하리 Apr 08. 2024

#25. 겉감정? 속감정? 뭐가 다른데요?

정신과의사의 일기

#25. 겉감정? 속감정? 뭐가 다른데요?

오늘은 감정에 대한 이야기를 해볼까 합니다. 매 순간 우리의 모든 감정과 생각을 딱 이렇게 나눌 수는 없겠지만, 우리는 마음속에 품고 있는 근본욕구와 속감정, 겉감정을 가지고 살아가요. 근본욕구란, 말 그대로 사랑받고 싶거나, 인정받고 싶은 마음처럼 매번 겉으로 드러내지는 않지만 내면에서 내가 간절히 바라는 어떤 가치라고 생각해 보면 좋을 것 같습니다. 속감정은 어떤 사건을 겪었을 때, 근본욕구를 토대로 우리가 처음으로 느끼는 감정이라고 할 수 있겠네요. 겉감정은 그런 속감정에 대한 감정적 반응으로 감정을 느낀 데에 뒤따르는 또 다른 감정이라고 볼 수 있겠습니다. 겉감정과 속감정을 정확히 구분해 내는 것은 쉬운 일은 아닌 것 같아요.

예를 들어보면, 부모님과 대화를 하다가 짜증을 내고 돌아선 경험은 어떨까요? 뭔가 요즘따라 되는 일도 없고, 나를 응원해 주는 부모님을 생각하면 미안하고 죄책감이 들기까지 합니다. 나를 걱정하는 말투로 안부를 전하는 부모님과의 통화에서, 나는 왜 미안하고 죄책감이 드는 감정보다는 짜증을 내고 화를 내는 감정을 표현하게 되는 걸까요? 우선, 속감정인 미안한 마음을 알아차리지 못했을 수도 있습니다. 아니면, 미안함, 죄책감이라는 속감정보다는 짜증, 분노 같은 겉감정이 우리에게는 좀 더 익숙하기 때문일 수도 있겠네요. 속마음을 털어놓는다는 건 뭔가 부끄럽게 느껴지기 마련이니깐요. 뒤를 돌아서서 생각해 보면 이런 말을 하려 한 게 아닌데.. 짜증 내려 한 건 아닌데.. 자꾸만 반복하게 되는 갈등과 다툼, 날이 선 말들. 오늘은 내가 정말 바라고 있는 것과 그렇기에 당연스레 느낄 수밖에 없는 속감정을 자세히 들여다보고, 솔직하고 따뜻한 말로 대화를 건네보는 건 어떨까요? 조금 어색하고 서툴겠지만, 어느새 봄이 찾아온 요즘처럼 분명 따스함이 전해지리라 믿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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