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 하루도 행복하게
아침에 아이를 어린이 집에 보낼 때
아이가 어린이 집에 가기 싫다고 하면
마음이 허걱 한다.
가고 싶지 않은 아이를
단순히 "그래 그럼 가지 말자" 하고 보내지 않는 것은
그리 쉽지 않다.
아마 가고 싶지 않을 때마다 보내지 않으면
한 달에 몇 번이나 어린이 집에 갈런지.
아이를 어르고 얼레 어린이 집에 보낸다.
겨우겨우 기분 좋게 만들어 어린이 집에 들여보냈는데
선생님께서 아이를 잡아 세우셨다.
두 손 모아 공수로 인사를 해야 한다고 알려주시며
아이가 그렇게 인사할 때까지 다시 시키신다.
예의 바르게 인사하는 건 당연한 거다.
어려서부터 배워 습관이 들어야 어른을 보면 자동적으로 고개가 숙여지겠지.
우리 아이는 엘리베이터나 길에서 어른을 보면
잘 인사하지 않는다.
만난 어른이 마음에 들면 그저 눈을 맞추며 웃고 만다.
어떨 땐 지나가시는 할머니께서 아이에게 인사를 하셔서
나도 아이한테 할머니께 인사드리라고 했는데
아이가 대번에 "싫어" 해서 곤란한 적도 있었다.
그래서 나도 아이가 어른한테 바르게 인사하는 아이였음 한 적이 있다.
그런데 오늘 불현듯, 스치듯
'인사는 꼭 공수자세로 바르게 해야 하는 걸까?'
'왜 아이에게 공수자세로 인사하는 것을 가르치는 걸까?'
하는 생각이 들었다.
나는 지금 누군가에게 90도로 깍듯하게 인사하나?
전혀. 누구한테도 그러지 않는다
나도 인사를 바른 자세로 배워야 한다고 어렸을 때 배웠지만
지금 그렇게 인사해야 한다는 생각은 1도 없다.
아마 누군가가 나한테 그렇게 인사한다면 부담스러울 것이다.
어린아이가 그렇게 한다면
"아유 예쁘게 인사하네" 하고 칭찬하겠지만
만약 어린아이가 공수자세로 인사하지 않고
고개를 끄덕여도
빙긋 웃어도
그저 안녕하세요 크게만 말해도
괜찮다 여긴다.
그것도 인사이지 않는가.
안녕하세요 인사를 흥얼거리며 고개를 까딱이는 아이에게
바르게 인사하는 방법을 가르쳐 주는 것은
선생님이 하시는 일이 맞지만.
인사는 서로 만나 반갑다고 표현하는 것이니
그저 아침에 기분 좋게 눈 마주치고 빙긋 웃으며
만나서 기분 좋다고 자기만의 인사를 나누는 것도
참 좋은 것이라고.
아이에게 알려주고 싶었다.
그래서 선생님께 말해볼까 했다가
그만두었다.
하실 일을 적시에 하신 건데
괜히 잘못하신 거라 질책한다고 여기실까 봐 걱정되었다.
그러다가 라디오에서
"이렇게 날씨가 꿉꿉한 날엔 약간의 과장이 보태진데도
상대를 칭찬하는 말은 오늘 하루를 기분 좋게 하지 않을까요?
하는데 '아 그렇지' 싶었다.
오늘 만나는 사람에게
인사와 더불어 기분 좋은 한마디를 건네면 어떨까 싶었다.
와~ 옷이 너무 잘 어울리세요
오늘 기분이 좋아 보이시는데요
목소리가 정말 좋으세요
기분 좋은 인사가 될 것 같다.
내가 먼저 시작하면 될 일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