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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피터의 유희 Jan 23. 2023

고마워 THANKS BOOKS

고마워 책방, 고마워요 땡스북스

2023년 새해 아침은 오랫만에 책 보고 낙서하며 모처럼 나른하고 천천히 시간을 보냈다.

책은 읽으려고 사는 것이 아니라, 사둔 책을 읽는 것이라 한다. 그렇게 설에는 책장을 뒤적여 사두었던 홍대 앞 동네서점 땡스북스 10년의 이야기를 담은 <고마워 책방>을 펼쳤다.

유유출판사에서 나온, 딱 봐도 땡스북스가 느껴지는 표지 디자인과 판형이 참 마음에 들었다. 땡스북스에서 구매할 때 책 예쁜 책껍질 포장은 책장에서 조금 낡았지만 그것도 손맛이 들어 좋다고 스스로 위로 해본다. 책을 보다 서점을 찾으면 늘 반겨주는 손정승 점장과 음소정님이 생각나, 새해 인사도 할겸 서점에 들러야 겠다 생각했다.

<고마워 책방>

땡스북스가 오픈한 2011년 3월, 놀공은 주차장길 끄트머리 합정의 작은 첫 사무실에 있었다.

해가 잘 드는 따듯한 공간과, 큐레이션된 흥미로운 책들로 진열되어 있고, 커피도 마실수 있던 땡수북스에 거의 매일 출근하들 드나들었다. 자주 드나들다 보니 자연스레 책방 사장님 이기섭 대표님과도 친해지게 되었다.물론 미소 좋고 사람 좋은 대표님이 반겨주시고 먼저 말을 걸어 주셔서 가능했던 일이었다.

믿기지 않겠지만, 난 수줍음이 많다.

그 때 처음으로 동네책방, 큐레이션 책방 같은 그 때는 낯선 단어들을 알게 되었고,  서점은 책을 사는 곳이 아닌 사람이 모이는 곳이라고, 그런 공간을 만들고 싶다는 대표님의 이야기 처럼 자연스레 동네 사랑방 같은 그곳을 자주 찾고, 다양한 책들을 만나게 되었다. 지금은 동네책방도 많아지고, 책 큐레이션 등이 흔한 말이 되었지만, 10여년 전 땡스북스가 그 출발이었던 것 같다. 땡스북스 이기섭 대표님은 작은 책방의 소중함을 알리는 일을 많이 하셨었다. 그리고 반갑게도 땡스북스 이 후, 많은 동네책방들이 생겼다.


카페처럼 책방도 쉽지 않은 자영업임에 틀림없다. 그런데, 책은 참 매력적인 ‘상품’이다. 누군가가 만든 책들이 매일 매일 나온다. 사시사철 수확이라고 할까? 땡스북스에 자주 들를 수 있던 이유중에 하나는 큐레이션을 통해 늘 새롭게 만나는 책들의 힘이었다. 수 많은 책들이 매일 출판되어 나오는 책 중에 나의 취향에 맞는 책들을 만날 수 있는 곳이었기 때문이다.

땡스북스는 참 오랜시간 동안 내가 누군가에게 알려주고 싶은 공간. 늘 편하게 앉아서 일도 하고 생각도 할 수 있는 공간.  사람을 만나는 공간. 숨돌리러 오는 공간. 또, 책사는 재미를 알려주던 공간이었고, 지금도 그것은 변함이 없다.

책방에 도착하면 먼저 카운터의 땡스북스 분들과 인사를 하고, 자리를 먼저 잡고는 책방 안을 두서너 바퀴 돌면서 탐나는 멋진 책꽂이와 책장위의 새로 큐레이션된 책들을 살펴본다. 그리고, 그 중 한두권을 집어 계산을 하고 음료를 주문한다. 따아, 아아, 그리고 좀 특별한 날에는 탄산애플주스를 시켜 마신다. 살짝 불안한 작은 양철 쟁반위의 음료를 보면 그렇게 마음에 들었다. (맞아요 그때는 이런것이 새로운 것이었어요^^)

업무중인 최혜영 구점장과 손정승 점장

나만의 공간이던 땡스북스는 곧 사람들이 붐비는 그런 핫 플레이스가 되었다. 주말이면 자리 잡기가 힘들고 사람으로 가득한 그런 곳이 되었고, 자리 잡기도 힘든 땡스북스에 일찍 ‘출근’한 나는 슬쩍 ‘난 그냥 손님이 아니야’ 라는 듯 직원분들이 일하시는 긴 테이블에 앉았다. 그 자리에 앉으면 손님들과 책방안 풍경이 모두 볼 수 있었다. 다행히 직원분들은 귀찮기도 하셨을 텐데, 감사하게 늘 반가이 대해주셨다.

놀공 식구들에게도 늘 영감 가득한 특별한 공간이었던 땡스북스에 아이디어 회의로 들른 일도 셀수 없었다. 그러다 놀공이 합정역 건너 세번째 사무실로 이사를 하면서는 땡스북스가 쉽게 들리기 어려워졌다. 대로가 강처럼 길을 가른것인지, 생각하면 멀지 않은 그 건너에 가기가 왜 그리 힘들었는지 모르겠다.

들어오다 눈이 마주친 대표님^^, 아이디에이션 회의를 위해 책도 보고 놀고있는 놀공 식구들

2018년 땡스북스는 잔다리로에서 양화로로 자리를 옮겼다.

가게 닫는 소식이 매일 같은 홍대에서 흔한 뉴스였지만, 다행히 땡스북스는 문을 닫지 않고 양화로로 이사했다. 얼마나 안심이 되던지.

양화로점은 음료나 앉을 수 있는 자리는 없어지고, 책에만 집중하는 공간으로 만들어졌다. 책 큐레이션에 더해 매월 전시도 생겼다. 좀 더 충실한 책방이 되었다.

새로운 위치, 공간이었지만, 땡스북스의 노랑간판은 반갑게 반겨주었다. 놀공 사무실이 점점 망원쪽으로 옮겨가면서 이제는 작정하고 찾아와야 했지만,

여전히 땡스북스는 나에게 늘 가고 싶은 반가운 곳이었다.

보이면 달려가게 만드는 노랑간판, 앙화로 땡스북스의 트레이드마크 같은 대각선 긴 책상^^

땡스북스에서 만나게 된 이기섭 대표님. 나중에 지인들이 겹치는 것도 알게 되었지만, 마당발 대표님 덕분에 홍대 주변의 많은 분들을 알게 되었고, 무엇보다 디자이너로, 사업가로, 일 벌리기 좋아하는 동네 선배처럼 늘 많은 조언과 힘을 주셨다.

땡스북스와 그 주변은 길을 가다 안녕하세요 인사하는 동네사람들로 가득했다. 땡스북스 주변은 늘 그런 사람이 모이는 곳이었다. 이제 예전처럼 자주는 아니지만, 그래도 여전히 대표님과의 계획 없는 잠깐의 반가운 만남이 참 좋다. 슬쩍 선물도 주신니 더 신나지 말이다.

선물로 주신 포스터는 집에 잘 있습니다. 잔다리로 땡스북스 시절 2층 행사에서 대표님 도촬

사람과 책, 이야기로 가득한 땡스북스.

‘저 이번주 까지만 나와요’

새해를 맞아 인사차 들렸을 때 손정승 점장의 말에 깜짝 놀랐다. 오랫동안 늘 반가운 인사로 반겨주던 친구였는데 아쉬운 마음이 들었다.

하지만, 이렇게 땡스북스의 인연들이 더 넓어지는 것이겠지 생각해 본다. 땡스북스를 지나간 사람들.

나는 단골일 뿐이지만, 땡스북스는 책과 사람으로 내게 참 특별한 곳이다. 손정승 점장이 떠났지만, 양화로점에서 만난 음소정 점장님이 계시니, 오래된 단골도 여전히 단골 행세하며 책방에 인사하며 들어 갈 수 있겠지?

여전히 궁금한 땡스북스의 다음 10년.

단골도 함께 해야 만들어질 이야기겠지 싶다.

고마워 책방. 고마워 땡스북스.


지도를 살펴보니, 홍대 근체 제일 많이 갔던 곳으로 표시된 두 지점이 땡스북스 잔다리로와 양화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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