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냥 끌리는 대로 하면 안 될까?
간만에 기분 좋은 낮잠을 자고 건강한 음식을 먹고, 저녁 산책을 나섰다.
시원한 가을바람을 맞으며 길을 걷다 너무나 예쁜 카페를 발견했다. 야외 테라스엔 내가 좋아하는 목제 가구가 많았고, 주인 분이 신경을 많이 쓰신 듯 조명과 식물이 조화롭게 어우러져 있었다. 지금 같은 가을의 선선한 날씨에 딱 머물다 가기 좋아 보이는 곳이었다. 돌아오는 길에 가보자는 다짐을 하고 일단 가던 길을 나아갔다.
이후 되돌아오는 길, 카페를 다시 마주하기 약 500미터 전, 망설여지기 시작했다.
'지금 일곱 시가 넘었고 카페는 한 여덟 시쯤 닫을 것 같은데, 한 시간도 못 있을 거면 굳이 가야 할까?
신호를 기다리는 막간을 이용해 지도 앱을 켜 그곳을 검색하려 했다. 영업시간과 그 김에 리뷰도 확인하려는 것이다. 그러다 문득, 이런 생각이 들었다.
이 사소한 일에 왜 이리 치밀하지?
이 단순한 선택에서조차 조금의 시간의 낭비도, 조금의 실(失)도 허용하지 않는 나를 인지한 것이다.
간절히 원하고, 내 삶에 중대한 영향을 미칠 선택 앞에서 나는 과연 얼마만큼의 저울질을, 몇 번의 망설임을 하고 있었을까.
오늘만큼은 휴대폰을 집어넣고 단순히 '가고 싶다'는 끌림 하나로 그 카페로 향한다.
카페가 코앞에 있는데 가서 물어보면 되지
여덟 시까지면 뭐 어때, 되는 대로 앉아 있다 오면 되지
리뷰가 별로면 뭐 어때, 일단 내가 끌렸는 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