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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Kant Aug 10. 2024

최근에 운적은

언젠가부터는 보던 영화만 보게 되고 새로운 영화를 즐겨 찾지 않았다. 하지마 보던 영화들을 너무 많이 봐서, 둘러보다가 드라마적인 요소가 있을거 같아서 골랐다.


티모시는 부유한 가정에서 태어나 별장에서 휴가를 보내고 있다. 피아노를 치고 수영을 하고 도우미가 있는 가정은 '걔'를 떠올리게 했다. 구김이라곤 모르고 자란 애들 특징. 여유롭고 나이브하다. 그러다 아버지 제자가 오게 되는데 성 정체성에 대해 눈떠가는 이야기다.


어릴때 성인 남자의 손이 목에 닿았을때의 느낌을 지금도 기억할 수 있다. 낯선 이의 민감한 부위에의 만짐은 그 사람을 선생이 아닌 이성으로 생각하게 만들었다. 티모시가 그 제자가 손을 댔을때 움찔하고 놀랄때 나는 10년이 넘은 기억을 되살리게 되었다. 그건 사랑의 시작이었다. 아닐거라고 부정하지만, 마음을 자세히 들여다보면 알 수 있는 감정. 그 둘의 감정은 당연히 주변 사람들도 알게 된다.


충격적인건, 그런 사랑을 부모가 인정해주고 마지막 여행을 함께 할 수 있도록 해줬다는 것이다. 다름아닌, 아버지가 '그런 사랑이 온 건 행운이란다. 나 또한 그런 기회가 있었지만 그러지 못했어. 두려웠기 때문이야'라고 말하는데, 자식 앞에서 그렇게 솔직할 수 있다는 게 신선했고, 내가 아버지라면 그렇게 말할 수 있을까 라는 생각에 눈물이 나왔다. 우리 부모는 당연히 이해하지 못했을 것이다. 그런 감정이 찾아오기는 굉장히 어렵기 때문에 그 감정을 소중히 해야한다고 말해준 이가 아무도 없었다. 그래서 그건 마치 유니콘같았다.


그 제자는 티모시에게 사랑을 알게 한다음에 '헤어지고 만나고를 반복하던 여자'와 결혼한다고 말해온다. 나는 '걔'도 아무렇지 않게 내게 그렇게 전화를 할까봐 겁이 난다. 걔가 아니면 안될거 같은 마음이, 걔가 결혼하면 달라질까? 어느 시점이 되면 선택을 해야할 때가 올텐데, 걔가 선택을 하면 나도 선택을 하게 될텐데. 그 선택이 잘못되었음을 걔가 알게 되면 그땐 너무 늦은 것일 텐데.


요즘 생각하는건 실패라고 생각했던 시점이 분명히 있지만, 시간이 지나면 그 실패를 만회할 때가 온다는 건데. 그냥 내가 가진 미련들이 덕지덕지 내 몸에 끈질기게 달라붙어서 떨어지지 않는다. 이럴때마다 난 글을 쓸수밖에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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