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Kant May 09. 2024

새로운 시작


내 일상은 고통스럽고 험난했다. 하지만 언젠가 난 자신을 되돌아보고, 현실을 받아들일 용기를 내게 될 것이다. 과거의 아픈 기억을 극복하고, 현재의 고독을 이겨내며, 새로운 희망을 찾게 될 것이다.



사시패스한 사람에게 연락이 왔다. 단둘이 만나는 건 부담스러워 이 대 이로 만나자고 했다. 저번의 그 멤버대로. 그러나 내 친구는 지금 일본에 가 있다. 이번주 내에 올 것 같은데 연락이 안 된다. 아마 친구가 안된다 하면 연락을 파투낼 것이다.     


'잘 지냈어요?'

'네 잘 지냈어요. 그날 잘 들어가셨어요?'

'네. 연말이라 많이 바쁘죠?'

'뭐 그냥 평소랑 똑같아요. 그날 재밌었는데.'

'그러게요. 이번 금요일에 한번 더 만날래요.'     


그는 저번에 친구와 함께 만났던 남자였고 다음 주에는 미국여행을 간다고 했다. 그러면 연말이 끝나버릴 테니 그전에 만나자고 하는 것이었다.     


'근데 그때 만났던 친구가 지금 연락이 안 돼요. 일본에 가있거든요.'

'그래요? 그럼 둘이라도 보죠.'     


그러나 난 둘이 만나는 건 부담스러워 연락을 보류했다.     

다음날에 다시 연락이 왔다.     


'금요일에 만나는 건가요?'

'그 친구가 지금도 연락이 안 돼요. 친구가 여행에서 돌아와서 다 같이 만나는 게 좋을 것 같아요.'

'네.'     


하고 대화를 마쳤다.     

그리고 친구는 그날 밤에 연락이 왔다.


'나 한국 지금 왔어.'    

 

난 사정을 이야기했다.     


'그 남자가 만나자 했는데 네가 아직 일본에 있을 때라.'

'맘에 들면 둘이 만나도 돼.'

'아니 그런 건 아니고. 너 지인이기도 하고 좀 그러니까.'

'내 지인은 동기오빠지.'     


그리고 용건을 말했다.     


'토요일에 뭐 해?'

'별거 없는데 왜?'

'호텔에서 싱글파티 있대. 갈래?'

'옷은 뭐 입어?'

'뭐 포멀 하게 입으면 될 거야.'

'근데 여자만 있는 거 아냐?'

'에이 설마. 재미없으면 그냥 오랜만에 우리 둘이 이야기나 하다 오자.'     

재밌을 것 같았다.      

  

사랑이라고 믿었던 것들은 사랑이었을까. 뒤돌아 생각해 보기엔 그것들은 희미해져서 모든 게 안갯속에 뒤덮인 것만 같다. 내가 그대를 만나고 사랑이라는 감정을 느꼈다가 다시 헤어지는 일련의 과정은 그댈 기다리고 아파하다가 눈물도 흘렸다가 담배를 피우며 흩어지는 연기를 바라보는 것처럼 모두 사라지는 것만 같아서 가슴 한구석이 재가 되는 것을 온전히 바라봐야만 했었다.


비록 신체가 실제 피가 나진 않아도 마음이 다쳐서 그만큼의 기간을 아파해야만 했다. 이제는 당신이 마음속에서, 추억 속에 빛이 바래가는 과정을 보고 있자면 마치 말 못 하는 짐승이 눈물 흘리는 것을 응시하고 인간이란 존재는 과연 그 짐승이 실제 슬픔이라는 감정을 느껴서 눈물을 흘리는 것이 아니라는 것을 알면서도,

덩달아 뜨거운 액체가 신체에서 흘러내리는 것과 같은 아픔을 느끼는 것과 맞닿아 있는 것만 같다.


존재의 불안과 사랑의 유한성이 마치 우주의 먼지처럼 아득하게만 받아들여지고 이는 내가 당신을 만나러 가면서 느꼈던 행복과 가슴 벅참과 한 떨기의 장미를 꽃잎이 떨어지지 않게끔 안고 있는 듯한 마음을 온전히 흑백사진의 한 컷에 담긴 지나간 일로 멀리서 응시하게끔 된다. 봄이 오고 있었다.

이전 08화 떠난 그가 다시 왔다
brunch book
$magazine.title

현재 글은 이 브런치북에
소속되어 있습니다.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