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치 사랑하는 법을 잊어버린 듯이, 내 삶은 혼란스러웠다. 나는 어떤 방향으로 나아가야 하는지, 무엇에 진정으로 애정을 느끼는지를 찾기 위해 노력했지만, 결국에는 내 존재가 공중에 떠 있는 듯한 느낌에 사로잡혀 있었다.
의전에 입학하여 막 중간고사를 치른 경과 나는 이태원에서 만나기로 했다.
between에서 파스타를 먹었고 glam에 가서 술을 먹기로 했다. 나는 너무 현 상황에 스트레스를 받아했고 그녀는 위로를 해주려 했지만 위로가 되지 않았다. 슬픈 눈으로 샹그리아를 바라보고 있자니 왠지 서글퍼져서 단숨에 술을 들이켜고 메뉴판을 주문했다.
glam에서 일하는 바텐더는 새 메뉴판을 가져다주었고 시실리아의 키스는 어떤 맛이냐고 물었다. 좀 독하다고 해서 그걸 주문했다.
"술 잘 드시나 봐요"
"아.. 좋아하긴 해요"
라고 시작된 대화의 물꼬는 계속 이어졌다. 털털한 친구 같았다.
그녀는 내게 어디서 일하냐 물었다. 그리고 내 친구에게도 같은 질문을 했고 친구는 학생이라고 답했다. 나는 너무 스트레스를 받는 상황이 싫어서 바텐더에게 스트레스를 해소하기 위해서는 어떻게 해야 하냐고 물었다.
"스트레스받으면 어떻게 해요?"
"저는 클럽 가요"
"아.. 가면 어디로 가요?"
"주로 애프터클럽 가죠"
"누구랑?"
"같이 일하는 사람들이랑요"
그녀는 바텐더 한지 일 년 정도가 넘었다고 했다. 그럼 글램에서 계속 근무한 거냐 물었더니 그건 아니란다. 두 달 정도 됐다고 했다.
"아.. 그럼 에피소드는 없어요?"
"뭐 연예인 자주 보긴 해요"
"누구?"
"강개리도 한번 왔었어요. 제가 강개리 엄청 좋아해서 일부러 거기 근처로 가서 이야기도 많이 하고 했어요."
그러자 친구가 물었다
"tv랑 똑같아요?"
"tv가 더 나아요"
라며 대화했다.
난 표정의 변화가 심한 편이었다. 그렇게 깔깔거리고 웃으면서도 갑자기 웃음기가 싹 가신 표정을 해서 상대방을 당황스럽게 했다. 그런 표정을 보자 바텐더는
"뭔가 좋아하는 일을 시작해 보면 어때요"
라고 물었다.
좋아하는 일이라.. 뭔가 사치처럼 느껴졌다.
마음속에 있는 말을 꺼낼 수도 있었지만 그냥 입을 다물었다.
그때쯤 되자 대화를 이어간다는 게 버거워졌다. 갑자기, 옆에 있는 경도, 바텐더도 없이, 그냥 조용히 술만 먹고 싶었다.
왠지 마음이 더 가라앉아 버려서 술집을 나왔다. 사실 반대편에 앉아있는 남자에게 잠깐 시선이 머물렀지만 그냥 그뿐이었다. 그냥 지나가 버릴 사람한테 쏟는 관심이 부질없게 느껴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