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시 연락온 동창

by 강아


막 일을 마치고 귀가하던 중이었다. 그때 거짓말처럼 호에게 전화가 왔다.


"나 호야. 주말이라 올라왔어"

"어. 그래 전화한 용건이 뭐야?"

"아 그냥 오랜만에.. 너 어디야?"

"마침 너네 동네 근천데."

"야 타이밍 죽인다. 오.."

"그래 술이나 한잔 하자. 나와."


나와 호는 번화가에서 서로의 전화기를 손에 든 채 마주했다.


"어디 갈래?"

"아무 데나 가자."

"음.."

"SUDA 저기 갈래? 저번에 가봤더니 괜찮더라."

"그래 그럼."


종업원은 자리를 안내해 주었고, 카운터 옆이라 신경이 쓰였지만

만석이었기 때문에 그냥 앉았다.


"안주는?"

"마구로 다다끼 어때? 저번에 민이랑 왔을 때 먹었는데 맛있더라."

"민 지금도 만나?"

"어 저번에 잠깐 올라왔다길래 만났어."


호는 항상 그랬듯이 참이슬 플래시를 시키고, 나는 저번에 소주를 먹고 술병이 난 터라 맥주를 시켰다.

호는 본격적으로 자신의 연애사를 늘어놓기 시작했다.


"얼마 전에 친구랑 신림에 갔어. 가서 여자를 꼬셨지. 잤는데 테크닉이 죽이더라."

"그래? 어땠는데? 자세히 말해봐."

"음.. 자세히 말하긴 좀 그렇고. 야동에 나오는 것들."

"그러니까 그 야동에 나오는 것들이 어떤 거냐고."

"하여튼 좋았어. 근데 얘가 내 카톡사진 자기 사진으로 해놓으라고 한다."

"그래서?"

"안 했지."

"이번에도 여자 친구한테 들키면 어쩌려고."

"안 들켜. 이번엔 진짜 안 걸린다."

이런 영양가 없는 대화들을 나눴다.

그리고 호는 물었다.


"넌 남자랑 자본적 있어?"

"아니 없는데. 너도 알다시피 나 짧은 연애만 해봤잖아. 호텔까지는 가봤는데 막상 하려니까 무서워서 안 했어."

"진짜? 야 너 좀 다르게 보인다. 정말로 안 했어?"

"안 했다니깐."

"오. 진짜 의외다. 난 네가 나랑 이런 얘기 스스럼없이 하길래 당연히 너도 한 줄 알았지."

"모르겠어. 내가 진짜 사랑을 안 해봤나 봐. 그나저나, 너 여자 친구랑은 동거 계속하고 있는 거야?"

"어. 결혼할 거야. 부모님도 여자 친구가 기독교 신자라 좋아하는 눈치고. 그리고 이번에 여자 친구 임용고시 붙었잖아. 난 여자 친구 안 놓칠 거야."

"그래 결혼해라. 저번에 봤더니 잘 어울리더라. 내가 너 여자 친구한테 너 이러고 다니는 거 일러야 하는데"

"야 안돼 그러지 마"

"어차피 번호도 몰라."

적당히 지루해지고 있던 참이었는데, 자리를 옮기자 했고, 난 동의했다.


"이제 2차 갈래?"

"그래 옮기자. 어디 갈 건데"

"내가 아는 데 있어. 거기로 가자."

"거기 멀지 않아?"

"아냐 좀만 가면 돼."

호가 안다는 막창집으로 갔다.

"가깝다며! 왜 이렇게 멀어."

"다 왔어 다 왔어."

"어디 저 노래방 간판 있는데야?"

"아니 저기"

"어디? 아 날씨도 추운데 그냥 가까운 데서 먹지"

"거기가 괜찮다니까. 오늘따라 왜 이렇게 찡찡대."

"춥단 말이야. 야 근데 막창 맛있어? 나 저번에 먹었을 때 별로던데."

"막창이 얼마나 맛있는데. 너 먹었던 데가 맛없는 데였을 거야."


그렇게 음식점에 도착했다.

'대구반야월막창'이라는 막창 집에 가서 막창 2인분과 소주를 시켰다. 그리고 다시 연애 이야기로 되돌아갔다.

"야 호. 내가 사랑을 할 수 있을까? 나 정말 요새 들어선 사랑이고 뭐고 다 믿을 수가 없어. 내게 다가왔던 사람들은 내게 기대를 주었다가 다시 상처를 주고 다 가버려. 난 연애결혼 못할 거 같아. 나중에 선볼 거 같아."

"내가 보기에도 그렇다. 넌 선볼 거 같다."

"거짓말같이, 정말 그렇다니깐. 내가 마음을 열고 상대방에게 다가가면 상대방은 항상 뒷걸음쳐. 그리고 또 상대방이 내게 다가올 때는 내가 밀었어. 왜 항상 엇갈리기만 하는 거지?"

"널 떠나간 남자들은 아마 전 여자와 비교해서 네가 덜 예뻤기 때문에 떠난 걸 거야."

"야 말도 안 돼. 나도 학교에서 인기녀였어. 분명히 다른 이유가 있을 거야."

"아니라니까 내가 정확해"


그럼에도 난 그의 말에 동의할 수 없었다. 분명히 다른 이유가 있을 것이다. 그것은 마치 미스터리 같았다. 항상 상대방이 내에게 먼저 다가왔었고, 그들은 다가온 만큼의 속도로 조금 관심을 가지다 멀어지곤 했다.

호와의 대화에서 자주 삐걱거림을 느껴야 했다. 그리고 답답했다.


"야 나 졸려. 취한 거 같아."

"그래? 그럼 일어나자."

우린 음식점의 문을 나왔다.

"춥다. 옷을 왜 이렇게 얇게 입었어."

"아냐. 나 두꺼운데?"

이런 대화를 하면서 지하철역으로 갔다.

"잘 가."

"그래 잘 가. 연락할게"


라고 말하며 그는 내 어깨를 감쌌다.

잠시나마, 그 몸짓이 너무 따뜻해서 흔들릴 뻔했다.

그래서 눈도 마주치지 않은 채 계단을 내려갔다.

집에 가는 길은 길었고, 난 그때 그의 품에 안기지 않은 것이 참 다행이라고 여겼다.


'안아달라고 하지 않아서 다행이야..'


그리고. 난 집 앞에서 몇 시간이 곤 기다리곤 했던 호가 다른 여자를 사귀고. 결혼할 거라 말하고. 원나잇을 아무렇지 않게 하는 것을 보고 거리감이 느껴졌다. 그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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